민간위원, 삼성證 배당사고와 내부통제 동일하게 판단

윤석헌, CEO 문책경고 오늘 확정…과태료 등 내달 12일 증선위 상정될 듯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금융권 블랙스완에 비유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관련한 제재심의위원회는 판매사인 은행과 은행의 경영진에 대한 중징계를 사실상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소비자 보호를 위한 금융회사의 내부통제 중요성에 대해 금융당국 모두 뜻을 같이하고 있어 앞으로 남은 절차도 이견 없이 속도전으로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 "내부통제 감독 실질 행위자는 행장"…과태료 200억 역대 최고

30일 열렸던 제재심에서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DLF 판매 당시 하나은행장)은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 경고가 결정됐다. 판매 은행인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도 중징계를 부과했다.

이날 민간위원들은 DLF 불완전판매 과정에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손 회장과 함 부회장의 중징계 근거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제24조'다. 금융회사는 경영을 건전하게 하며 주주와 이해관계자 등을 보호하기 위하여 금융회사의 임직원이 직무를 수행할 때 준수해야 할 기준과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민간위원들은 두 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무력화됐다고 보고 앞서 삼성증권 배당사고와 같은 엄중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당시 제재심은 삼성증권에 일부 업무정지 6개월과 과태료를 부과하고, 구성훈 대표에게 직무 정지 3개월의 중징계를 처분한 바 있다.

대심제 방식으로 진행된 앞선 제재심에서 은행들은 내부통제 미비에 대해 일부 인정하면서도 CEO인 은행장에 책임을 묻는 것은 과하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민간위원들은 은행의 감독체계 상 이사회가 이를 총괄해 은행장이 실질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만큼 감독의 행위자는 실무진이 아닌 행장이라고 봤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 부과된 과태료는 각각 200억원으로 역대 은행이 받은 과태료 중 최고치다.

불완전판매의 경우 명백한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과태료를 감경할만한 여지가 없었다는 게 민간위원들의 평가다. 금융당국이 금융회사에 대한 과태료·과징금 기준의 실효성을 제고하고자 위반사항의 건수 기준으로 책정 기준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제재심 관계자는 "과태료 규모가 너무 컸지만 명백한 자본시장법 위반 사항이라 조정의 여지가 없었다"며 "두 은행 모두 설명서 교부 위반 건수 등만 따져도 과태료 규모가 엄청났다"고 말했다.

다만 검사방해 혐의가 추가됐던 하나은행의 경우 징계 수위가 하향 조정됐다.

앞서 금감원은 하나은행이 검사를 앞두고 DLF 관련 자료를 고의로 삭제한 정황을 포착했다. 금감원 조사국은 제재심에 출석해 하나은행의 검사 방해가 반복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언급하며 지성규 행장이 자료 삭제를 지시했거나 이를 알면서 묵인했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하지만 제재심 민간위원들은 관련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실무자에 대한 징계를 낮췄다. 지 행장에 대해선 주의적 경고를 유지했다.

◇ 제재 절차 속도전…2월 중 마무리할 듯

금감원장 자문기구인 제재심은 금감원의 수석부원장과 제재심의담당 부원장보, 법률자문관, 금융위원회 안건 담당 국장 등 당연직 위원 4명과 민간위원 5명으로 구성되지만, 실질적으로 회의를 주도하는 것은 민간위원이다.

통상 민간위원은 경력 등을 고려해 상정 안건으로부터 독립성과 공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 위원으로 꾸려진다. 이를 위해 금감원은 현재 17명의 민간위원을 두고 있다.

이번 제재심은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해 여느 때보다 민간위원 선정에 신중을 기했다. 금융권 안팎에서 매머드급 민간위원으로 제재심이 꾸려졌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민간위원에는 전직 금융위 상임위원 등도 포함됐다. 의견을 전달하진 않았지만 이날도 금융위 관계자가 참석해 제재심을 끝까지 지켜봤다.

경영진에 대한 제재심 결과는 윤석헌 금감원장의 결재로 확정된다. 문책 경고까지는 금감원장 전결 사항이다.

윤 원장은 제재심이 끝난 직후 결과를 보고받았다. 윤 원장은 오늘 중으로 경영진에 대한 제재를 확정할 예정이다. 다만 같은 사안으로 기관 제재가 얽혀있는 만큼 당사자에 대한 최종 결과 통보는 한꺼번에 이루어진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 대한 업무 일부 정지와 과태료 부과는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와 정례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금융위는 내달 12일 예정된 증선위에 관련 사안을 상정할 예정이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와 연관이 있는 만큼 임시회의 등을 통해 최대한 빨리 결론을 낸다는 방침이라 임시 회의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은행의 대고객 범위가 넓고 과태료가 사상 최대란 점은 최종 징계수위를 확정할 금융위에 다소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소비자 보호가 금융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부상하고 있는 데다, DLF 불완전판매를 둘러싼 여론도 갈수록 악화하고 있어 제재심과 다른 결정을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최근 라임 펀드 등 연이어 금융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당국의 견제 역할을 하는 제재심 민간위원들이 충분한 논의를 통해 결과를 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소비자보호와 금융회사 지배구조 발전 등을 고려해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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