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F보다 라임이 더 문제"…당국 전면전 부담된 듯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이 제재심의위원회의 중징계 결정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이르면 이번 주 발표한다.

우리금융 이사회는 손 회장의 뜻을 반영하되 회장이 행장을 겸직하는 '원 톱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지배구조의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컨틴전시 플랜에 돌입한다는 입장이다.

◇ 법적 '강공' 준비해온 孫, 시간 달라며 용단 시사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오는 7일 예정된 정기 이사회에서 지배구조와 관련한 논의를 이어간다.

손 회장은 제재심 징계 결과가 나온 이튿날인 지난달 31일 이사회에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생각할 시간을 줄 것을 요청했다.

당초 이날은 우리금융의 차기 행장을 내정할 계획이었지만, 손 회장의 돌발 발언에 임원후보추천위원회 논의도 중단됐다.

그동안 손태승 회장은 징계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법적 절차를 준비했다. 최근 변호를 위한 법무법인을 화우에서 광장으로 변경하자 손 회장이 만약에 나올 중징계에 불복, 금융당국을 상대로 강공에 나설 것이란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사회 내에서도 법적 대응을 지지하며 손 회장의 연임을 확정했다.

하지만 제재심의 중징계가 현실화하자 상황이 달라졌다. 이사회 내에서도 미묘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금융권에선 당국의 중징계를 받은 최고경영자(CEO)가 업무를 이어간 사례가 없다.

앞서 KB사태가 발생했던 당시 임영록 KB금융 회장이 중징계를 받고 법적 대응에 나섰지만, 이사회가 나서 지배구조 안정성을 이유로 임 회장을 해임했다. 이런 전례는 우리금융 이사회에도 부담이다.

이미 금융당국은 손 회장의 연임은 이사회가 결정할 몫이라며 선을 그었다.

여기에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이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해 스스로 사퇴한 것도 손 회장이 장고에 들어간 이유로 보인다. 당시 이 전 행장은 사법당국의 최종심과 관계없이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우리금융 이사회 관계자는 "중징계가 나올 가능성에 대비는 했지만, 경징계에 대한 어느 정도 기대가 있었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연임을 결정했지만, 장기간의 법적 다툼이 쉬운 일은 아닌 만큼 손 회장 스스로 고민이 커졌다"고 말했다.

◇ DLF보다 큰 라임 사태…당국 전면전 부담

물론 손 회장이 법적 다툼을 선택한다면 승산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09년 황영기 KB금융 회장은 우리은행장 재직 시절 파생상품 투자 손실을 이유로 직무 정지 처분을 받자 사임한 뒤 징계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박동창 전 KB금융 부사장 역시 ING생명 인수를 반대한 사외이사의 재선임을 막고자 미국 주주총회 안건 분석회사에 내부자료를 제공했다가 감봉 조처를 받았으나 징계 취소 소송을 제기해 최종 승소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상 금융당국과의 전면전을 선포하는 셈이다. 우리금융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DLF보다 큰 사안은 라임 사태다. 특히, 우리은행은 라임자산운용 펀드를 1조원 넘게 팔았다. (지난해 10월 14일 송고한 '우리은행 '깜깜이 판매'…라임펀드 부실 알고도 팔았다' 제하의 기사 참고)

우리은행이 해외금리 연계 DLF와 라임펀드를 판매한 기간은 겹친다. 내부에서는 이미 라임 사태로 우리은행이 금융당국의 대규모 과징금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 지 오래다.

라임 사태의 핵심이 불완전판매가 아니라는 점을 차치하더라도 역시나 내부통제에서는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과점주주 체제로 전환한 우리은행의 최대 주주는 여전히 정부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올해부터 오는 2022년까지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금융 잔여지분 18.32%를 2∼3차례에 걸쳐 모두 매각할 방침이다. 주가에 연연하지 않고 계획에 따라 우리금융의 완전 민영화를 지원한다는 입장이지만, 지배구조 불안은 지분매각에 악재다.

그룹의 포트폴리오 다각화 차원의 인수합병(M&A)이 시급한 우리금융이 인허가권을 가진 금융당국과 맞서기는 쉽지 않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CEO 제재 이슈는 금감원장의 전결이 마무리되는 대로 효력이 발생한다"며 "다만 개인에 대한 통보가 관례를 따라 기관제재와 함께 진행되는 만큼 우리금융이 주주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어떠한 선택을 하기까지 최소 한 달가량의 시간은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이달 12일 예정된 정례회의에 DLF 관련 우리은행 부문검사 조치안을 상정한다.

금융위는 제재 관련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자 최대한 일정을 당길 방침이다. 향후 예정된 금융위 정례회의 일정을 고려하면 최종 제재 통보는 오는 3월 4일에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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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3시 27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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