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지난해 금융권 '블랙스완'으로 비유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의 대규모 환매 사태가 은행권을 강타했으나 KB국민은행만큼은 무풍지대다.

다른 시중은행이 고객 배상과 징계로 골머리를 앓는 사이 국민은행은 오히려 철저한 내부통제 시스템으로 주목받고 있다.

4일 금감원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지난해 실시한 금융소비자 보호 실태평가에서 은행 중에서 유일하게 종합등급 '우수'를 받았다. 세부 평가에서 우수 등급을 받은 항목도 가장 많았다.

금융소비자연맹은 최근 가장 믿음직한 금융사로 국민은행을 선정했다. 4천200여명이 넘는 고객이 직접 투표하는 방식이라 의미가 더 컸다.

사실 국민은행은 지난해 DLF 사태가 터졌을 때도 시장을 보는 남다른 시각으로 은행권에 회자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6월 중순 이후부터 한 달 동안 166명의 고객에게 총 262억원 규모의 금리연계형 DLF 상품을 팔았다. S&P500 지수와 유로스톡스 50지수, 그리고 미국 국채 이자율 스와프(CMS) 10년물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한 '리버스' 구조라 금리가 떨어질수록 수익을 내도록 설계됐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초 자산관리(WM) 상품위원회에서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 금리가 더 하락할 수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금리 수준은 역사상 저점이었지만, 물가 지표 등 반등을 내다볼 수 있는 시그널이 없었기 때문이다. 금리 하락에 베팅하는 리버스 상품을 기획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DLF 앞에 '깡통'이란 수식어가 붙을 즈음 국민은행이 판매한 DLF는 3~5%의 수익을 내며 관련 문의가 급증했다. 하지만 시장 변동성이 커졌다는 판단 아래 국민은행은 판매를 중지했다.

라임자산운용의 사모펀드도 상품위원회에서 걸러진 대표적인 사례다. 국민은행은 기초자산 운용의 투명성, 매니저 역량, 사후관리 시스템 등 모든 면에서 라임자산운용의 펀드는 은행 판매상품으로 부적합하다고 판단했다. 기대 수익률 대비 고객의 투자 리스크가 지나치게 커 은행을 찾는 고객에게 적합하지 않다는 게 당시 위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판매상품을 선정하는 상품위원회 심의 절차를 기존 3단계에서 4단계로 강화했다. 또 사모펀드와 같은 복잡한 상품이 늘어나자 은행 내 투자상품 전문가로 구성된 사전협의체를 신설해 투자상품 판매 리스크를 별도로 관리하도록 했다.

국민은행은 최근 WM과 신탁의 재편을 골자로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시장을 보는 그룹 차원의 하나의 관점이 통일될 수 있도록 투자상품서비스(IPS)본부와 신탁본부를 통합했다. 이는 고객 친화적인 조직 인프라를 정착시키려는 허인 행장의 경영 방침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저성장이 굳어진 경제환경에서 수익만 계속해서 늘어날 수는 없기 때문에, 고객의 투자 수익률을 높이면서 은행도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상품과 서비스체계를 지속적으로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jsjeong@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09시 10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