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조정 수락 기한 7일 임박…금감원에 연장 요청할 듯

"대법 판결 있는데"…일부 이사회 배임이슈에 부정적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김예원 기자 = 외환파생상품인 키코(KIKO) 분쟁조정 결과에 대한 은행권의 수용 여부 통보시한이 임박했음에도, 은행들이 좀처럼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우리은행이 대승적인 차원에서 피해기업에 대한 배상을 결정하고 나섰지만, 다른 은행들은 고심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은행들, 금감원에 2차 시한 연기 요청 가닥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키코 배상을 논의한다.

하나은행은 전일 이사회를 열고 키코 관련 안건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산업은행 역시 지난달 말 이사회에서 관련 안건을 다뤘으나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앞서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해 12월 키코 피해기업 4곳에 손실액의 15~41% 배상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은행별로는 신한은행 150억원, 우리은행 42억원, 산업은행 28억원, KEB하나은행 18억원, 대구은행 11억원, 씨티은행 6억원이다.

이들 은행은 개별적으로 오는 7일까지 금감원에 분쟁조정 결과에 대한 수락 여부 의사를 전달해야 한다. 이에 은행들은 설 연휴 직후 연이어 이사회를 열고 본격적인 키코 배상 여부를 논의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금감원에 분쟁조정안 수락 여부를 전달한 은행은 없다.

금감원은 은행들이 재차 시한 연기를 요청할 경우 심사를 통해 연장 시기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추가 연기 신청의 횟수 제한은 없어 연장을 신청하면 왜 필요한지를 따져보고 결정할 것"이라며 "이사회 일정상 법률 검토 등을 하기에 촉박했다면 고려할 수 있다. 다만 단순한 시간 끌기인지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은행이 '버티기'에 돌입하는 데는 물리적인 한계가 있는 만큼 어떤 식으로든 결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은행 이사회의 속내는 복잡하다.

한 시중은행 사외이사는 "대법 판결이 있는 사안이 사회적 분위기를 타고 다시 이슈가 됐다"며 "환경이 달라진 만큼 재고할 여지는 있지만, 이사회 배임 이슈가 있어 단기간에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키코 논란이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이슈로 비화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2008년 금융위기와 함께 발생한 키코 사태는 지난해 소비자보호가 금융권 이슈로 부상하며 함께 바람을 탔다.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의 대규모 손실과는 궤가 달랐지만, 소비자보호라는 담론에 한데 묶여 국회에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은행의 사외이사는 "키코 배상을 단순히 소비자보호를 위한 결정으로만 봐야 할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며 "정쟁의 재료라면 이는 언제 또 분위기가 반전될지도 모르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 신한·산업은행 배상 여부가 '키'…대법 판결 고민

은행권이 가장 주목하는 곳은 신한은행과 산업은행이다.

신한은행은 이번 분쟁조정안에서 차지하는 배상 규모가 가장 크다. 권고안을 받아들인다면 다른 피해기업과 진행될 자율조정을 통해 추가 배상이 불가피하다. 금감원이 종합검사를 통해 서울시금고 출연금의 자산평가를 문제 삼은 것도 부담이다.

산업은행은 절대적인 배상 규모는 적지만 금감원의 피검기관이 아니라는 점에서 다소 자유롭다. 다른 은행이 금감원의 눈치를 봐야 하는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소신 있는 선택이 가능하다. 그러나 국책은행이란 점은 오히려 족쇄다.

피해기업 2곳에 대한 배상을 결정한 우리은행에 대해서는 DLF, 라임 등 금융당국의 중징계를 고려한 선제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윤석헌 금감원장이 취임 일성으로 키코 배상의 필요성을 강조한 만큼 우리은행도 이를 고려한 게 아니냐는 얘기다.

하나은행은 자율 조정을 위한 은행권 협의체 참여 의사는 밝혔지만, 배상에 대한 결정은 뒤로 미뤘다. 협의체 참여는 키코 사태와 관련한 11개 은행이 모두 참여한다고 밝혀야 구성되는 만큼 하나은행만의 참여 의사는 큰 의미가 없다.

씨티은행은 키코 배상에 오히려 긍정적인 분위기다. 당초 은행권에선 외국계인 씨티은행이 키코 이슈를 부정적으로 접근하리라 예상했다. 하지만 태국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키코와 비슷한 상품이 대법원에서 승소한 전력이 있어 배상을 수용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분조위는 분쟁조정안에 포함된 4개 기업을 제외한 나머지 147개 피해기업에 대해서는 이번 조정 결과를 토대로 은행에 피해기업들과의 자율조정(합의 권고)을 의뢰한 상태다.

은행권 관계자는 "일단 6개 은행의 분쟁조정안 수용 여부가 확정되고 나면 11개 은행을 대상으로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며 "시한 연장 재요청 등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사실상 언제 사안이 마무리될지 미지수"라고 내다봤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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