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4·15 총선을 앞두고 국민연금이 또다시 정치에 소환되고 있다.

700조원이 넘는 기금을 쌓은 국민연금을 다각도로 활용하자는 것이 명분이나, 총선용 공약에 국민연금이 동원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민주평화당은 총선 1호 공약으로 '20평 아파트 100만호, 1억원에 공급' 방안을 발표했다. 토지는 공공이 보유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방식의 주택 공급으로 20평 아파트 100만호를 1억원에 공급해 집값을 안정시키고, 무주택 서민, 청년, 신혼부부 주거 불안과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구상이다.

소비자 분양대금으로 건축비를 마련하고, 다른 사업비는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등 공적기금을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공약의 의도는 그럴듯하나, 현실적으로 국민의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을 특정 목적에 사용하는 것이 가능한지도 의문이다.

주택 보급에는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데 수익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로 집을 시가보다 싸게 공급하면 다른 가입자들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기회비용 측면에서 다른 자산에 투자해 기금 고갈 속도를 늦추고, 연금액을 늘리는 것이 현실적이다.

국민연금을 활용한 주택공급 공약 말고도 국민연금 연수원 유치 등을 통한 지역 활성화 총선 공약도 나오고 있다.

막대한 자금을 굴리는 국민연금을 공약 등에서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는 과거에도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 공약에서 국공채 발행을 바탕으로 한 국민연금 공공투자를 언급했지만, 현재 현실성 등 논란으로 구체적으로 진행되지 않은 상황이다.

보육, 임대주택, 요양 분야의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목적의 국공채를 발행하는 경우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방안이었으나, 공공투자가 수익을 담보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이어졌다.

지난 '국정농단' 사태도 국민연금이 정치적으로 이용됐을 때 어디까지 망가질 수 있는지에 대한 선례를 보여줬다.

국민연금은 미래의 시너지 효과를 근거로 불리한 합병 비율에도 내부 투자위원회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결정했고, 이 같은 결정이 박근혜 정부의 외압에 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삼성물산 합병 결정으로 국민연금의 전 이사장과 기금운용본부장(CIO)은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으며, 국민연금은 이사장과 CIO 동시 공백으로 리더십 위기를 겪었다.

국민연금은 이후 지배구조 개선과 투명성 강화 노력으로 기금운용 독립성을 높이려는 노력을 꾸준하게 해왔다.

하지만 총선 등을 이유로 과거를 잊은 채 국민연금을 다시 흔들면 국민연금의 미래는 없다. 그 어느 때 보다 국민의 노후자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을 '외풍'에서 지켜야 할 시점이다. (자산운용부 홍경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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