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국내 금융지주들이 올해 허리띠를 졸라맨다. 금리 하락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와 파생결합상품(DLS·DLF) 관련 사고가 잇따르면서 예기치 못한 충당금 이슈가 발생해서다.

이미 지난해 4분기 실적에서도 영업이익경비율(CIR)이 차지하는 의미는 여느 때와 달랐다. 저마다 50% 안팎으로 관리하고 있지만, 금융지주들은 앞으로 각종 회계이슈에 대비한 CIR 관리를 경상이익 체력을 유지하는 최대 관건을 꼽았다.

◇ 하나·신한 '선제 손실인식' vs 우리 '보수적'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신한·KB·하나·우리금융지주의 판매관리비는 5조6천940억원으로 집계됐다.

통상적으로 4분기는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희망퇴직 등 일회성 요인으로 판매관리비가 일제히 늘어난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는 그 증가세가 예년보다 컸다. 올해 수익이 악화할 것을 대비해 비용을 선제로 털어내려는 경향이 강했다.

가장 적극적으로 비용 위험을 털어낸 곳은 하나금융이다.

하나금융은 올해 하나은행을 중심으로 희망퇴직 범위를 넓혔다. 준정년 특별퇴직 등이 단행되며 퇴직 비용으로 약 1천500억원이 들었다. 여기에 해외금리 연계 DLF와 관련한 배상 준비금으로 1천600억원을 쌓았다. 중국 민생투자그룹과 합작해 설립한 중민국제융자리스의 지분투자 관련 손상차손 1천400억원, 대출 충당금 350억원, 연말 리스크 조정에 따른 추가 충당금 265억, 점포 폐쇄로 인한 부동산 손상차손 206억원도 발생했다.

신한금융은 서울시금고와 관련한 예기치 못한 비용 이슈가 생겼다. 무형자산 상각 스케줄을 앞당겨 1천500억원의 미래비용을 먼저 인식했다. 연간 기준 3천억원 수준의 손상차손을 반영한 셈이다. 신한금융투자의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중단과 관련한 중간 채권평가 결과 565억원도 손상차손으로 반영했다. 이를 유가증권 평가의 관점에서 경상으로 분류한 것도 주목된다. 희망퇴직 비용은 약 1천200억원 정도다.

하나금융과 신한금융을 두고 시장에선 불확실성을 낮췄다는 점에서 선제적인 손실 인식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우리금융은 DLF 관련 배상 손실로 약 800억원을 인식했다. DLF에 이어 라임펀드 환매중단 이슈에 가장 크게 연루된 판매사가 우리은행임을 고려하면 보수적으로 비용을 처리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밖에 명예퇴직비 1천480억원, 성과급 1천억원이 발생했다. 키코 배상 준비금은 90억원을 쌓았다.

KB금융은 상대적으로 비용 이슈가 적었다. 퇴직 비용은 약 1천600억원, 특별보로금은 630억원이 반영됐다. 지난해까지 4분기에 일시 반영해온 특별보로금을 2분기부터 선제로 반영한 기저효과가 컸다. 그밖에 기부금 440억원 KB증권의 부동산펀드 충당부채 240억원 정도가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 CIR 50% 아래로…"경영 효율성 끌어올린다"

금융지주들은 올해 적극적인 CIR 관리를 최우선 과제로 손꼽고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나설 경우 순이자마진(NIM) 하락이 불가피한데다, 대외 지정학적 이슈를 둘러싼 불안,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와 포용금융 등을 위한 비용 지출을 늘어나는 등의 악화한 경영 환경을 고려한 조치다.

4대 금융지주 중 CIR이 가장 낮은 곳은 신한금융이다. 신한금융의 CIR은 46.1%로 2년 연속 50% 이하를 밑돌고 있다. 2018년 회계연도와 비교해도 0.8%p 개선됐다.

올해는 재무계획에 이를 40% 중반 수준으로 관리하고자 계획을 세웠다. 디지털을 통한 비용절감이 반영된 목표치다.

하나금융은 50.7%로 신한금융 다음으로 CIR이 낮았다.

당초 하나금융은 올해 CIR 목표로 48%대를 설정했으나, 연초에 이어 연말에 조기퇴직을 실시하며 CIR 목표치를 넘겼다. 다만 퇴직 비용을 제외할 경우 CIR은 48.9%까지 낮아진다. 하나금융은 선제로 인건비가 반영된 만큼 올해는 4년 연속 CIR 하향 추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KB금융과 우리금융은 CIR이 상대적으로 높아 올해 비용관리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의 CIR은 54.9%로 희망퇴직에 올해 반영된 차세대 전산시스템 교체 등의 비용이 반영되며 지난해보다 0.4%p 상승했다. 다른 은행보다 많은 인력에 CIR이 상대적으로 높은 KB금융은 올해 미래성장을 위한 투자성 비용을 제외한 그룹의 일반 관리비를 제로베이스에서 재점검하기로 했다. 강력한 비용통제로 경영 효율성을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다.

우리금융은 예상보다 큰 규모의 희망퇴직비용과 영업외 비용이 발생하며 지난해 4분기 CIR이 71.2%까지 치솟았다. 연간 기준으로 54.3%로 관리됐지만, 상승 추세를 이어간 것은 부담이다.

한 금융지주 재무담당 임원은 "선진국과 비교하면 국내 금융지주의 CIR이 높은 편은 아니지만, 대외 환경이 불확실해질수록 비용관리에 더 주력할 수밖에 없다"며 "일회성 비용 요인이 산재한 4분기를 제외하고 분기마다 50% 이하로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jsjeong@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09시 40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