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으로 중국에서 사망자가 1천명을 넘어서고 불안심리도 커지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추가 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국내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신종코로나 확산으로 내수와 수출 부진이 심화될 수밖에 없는 만큼, 추경을 포함해 보다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말을 아끼고 있다. 보다 정확하게는 "현재로서는 검토한 바 없다"는 입장이다. 신종코로나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판단하기 어려운 만큼 앞으로 전개 상황과 경제에 미칠 파급 영향 등을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도 했다. 당장은 추경 편성에 조심스러운 모양새다.

재정 건전성 등도 따져야 하는 재정당국 수장으로써 십분 이해되는 태도다. 현시점에서 추경 카드를 꺼내기도 쉽지만은 않다. 시쳇말로 작년 말 국회를 통과한 2020년도 예산안 잉크도 마르지 않은 상황이다. 일부에선 4ㆍ15 총선을 앞두고 추경을 편성했다가 자칫 `선심성 추경'이라는 논란만 촉발할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을 고려해도 추경 필요성도 만만치 않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중국발 신종코로나 사태로 추경을 편성하는 것은 세수 전망 능력과 별개다. 추경이 편성될 때마다 요건이 되느냐를 놓고 논란이 뜨겁지만, 이번 신종코로나는 추경 요건상 '대규모 재해'로 분류되기에 충분하다. 특히, 지난 2015년 전염병인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에 대응을 위해 추경을 편성한 바 있다.

신종코로나가 중국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당분간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나 경제적 충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구체적인 수치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국내외 경제 전망기관들도 신종코로나 사태를 이유로 중국은 물론 주변국인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기 시작했다.

당장 경제주체의 소비 활동이 위축되면서 관광업계와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경제적인 피해도 현실화하고 있다. 신종코로나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매출 부진이 가시화되고, 중국을 중심으로 형성된 글로벌 가치사슬에 타격을 주면서 한국의 수출을 책임지는 주요 제조업체의 생산활동에도 차질을 초래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예비비와 기금을 활용한다는 입장이지만,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불가피하다.

경제적인 관점이나 정치 논리를 떠나 헌법 36조에서는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고 적시하고 있다. 국가의 의무와 국민의 건강권을 명시한 대목으로, 전염병의 예방과 치료에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뜻이다. 향후 한국 경제에 미치는 파장을 최소화하는 것은 물론 국민들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서라도 다소 과하다 싶을 정도로 정책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는 의미다.

사실 추경 편성과 관련해 홍남기 부총리는 트라우마가 있다. 지난해 추경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국회와 언론으로부터 곤욕을 치렀다. 작년 초 부총리로 취임한 직후에 추경 필요성을 부인하다가 급하게 편성하는 쪽으로 정책을 선회했다는 이유에서다. 추경을 놓고 온갖 말들이 나올 수밖에 없겠지만, 기왕 추경을 편성하려면 사후적인 대응으로 논란을 자초하기보다는 조기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비용도 줄이고 효과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정책금융부장 황병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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