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국내 금융시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비상경제 시국' 평가와 '특단의 대책' 주문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술렁이기 시작했다. 대통령이 직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현재의 어려움을 '비상경제 시국'으로 평가하면서 각 부처에 특단대책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8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코로나19가 주는 경제적 타격에 그야말로 비상경제 시국이라는 상황인식을 가지고 엄중하게 대처해야 한다. 비상한 상황에는 비상한 처방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취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이용하는 특단의 대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발언을 금융시장은 기준금리 인하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가능성으로 해석하는 모양새다.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직후 서울채권시장에서 거래되는 국채선물가격이 급등하고 채권금리도 일제히 하락했다. 서울외환시장에서는 달러-원 환율이 상승하며 원화값이 약세 폭을 키웠다. 그도 그럴 것이 대통령이 비상경제 시국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가능한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하라고 주문한 만큼, 통화당국의 입장에서도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근거를 확보하지 않았겠냐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곧바로 추경과 기준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 들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문재인 대통령이 특단의 대책이라고 했으나, 지난 17일에 이어 다시 한번 예상을 뛰어넘는 정책적인 상상력을 발휘해달라고 주문했다.

현실적으로 당장 추경 편성을 추진하기에는 다가오는 총선이나 우리나라의 재정 건전성도 간과하기 어려운 변수다. 대통령의 발언이 있는 뒤 청와대 관계자도 추경 편성에 대해서는 일부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추경을 말하기는 어렵다"며 "정책수단을 먼저 강구할 텐데 가능한 한 최대한 빠른 시기에 정책을 내놓는 것을 목표로 움직일 것"이라고 했다. 일단 2월까지 1차적으로 대책을 내놓은 다음에 상황을 보면서 추경 등도 검토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통화당국인 한국은행의 고민도 커질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물론 기준금리를 내릴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문 대통령이 현재의 경제 상황을 그만큼 엄중하게 본다는 점에서는 금리 인하의 여지가 커진 게 사실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주문한 안전과 민생 부문에서 선제적인 특단의 대응을 금리 인하로 단정하는 것은 무리라는 평가가 많다. 더욱이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와 연초 신년기자회견에서 언급했다시피 지금은 부동산과의 전쟁 중이다. 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절대 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데 이어 신년기자회견에서는 "부동산 투기를 잡고 시장을 안정화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 일부 지역들은 가격이 원상회복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중에 유동성이 넘치는 상황에서 자칫 금리 인하가 그나마 주춤해진 서울지역의 집값 상승세에 또다시 기름을 부을 가능성이 크다. 각종 규제로 부동산으로 유입되는 자금을 차단한다고 하더라도 기준금리 인하가 부동산시장에는 던지는 시그널은 어느 때보다 크다. 실제로 서울지역 집값은 작년 7월과 10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를 빌미로 천정부지로 뛰었다. 이런 이유로 최근에는 시중 유동성이 부동산과 같은 자산시장이 아니라 소비와 투자로 유입되도록 하는 비전통적인 통화정책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앞으로 재정당국과 통화당국이 비상시국에서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도 이길 수 있는 비상한 대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정책금융부장 황병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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