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3일(미 동부시간) 오전 10시 정각,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을 통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기준금리를 1.00~1.25%로 50bp 인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정례회의 2주 전 예정에 없던 깜짝 인하였다. 25bp씩 금리를 인하했던 기존 연준의 '베이비스텝' 속도에서 벗어난 50bp라는 '빅 컷'이기도 했다.

FOMC는 2일 밤 화상 콘퍼런스를 진행했고, 다음날 오전 위원들의 만장일치로 긴급 금리 인하를 승인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자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예상은 있었다. 오는 17~18일로 예정된 FOMC 정례회의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가장 높았다.

일각에서는 4월 뉴욕증시 개장 전 깜짝 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하기도 했다. 혹시 모를 가능성에 시장의 관심이 4일로 쏠려 상황에서 연준은 하루 전 장중 기습적으로 50bp 금리 인하라는 '바주카포'를 꺼내 들었다.

정례회의와 별도로 긴급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인하한 것은 1994년 말 이후 이번을 포함해 8번뿐이다.

금융위기가 절정에 달했던 2008년, 9.11 테러가 있던 2001년, 닷컴 버블 피해가 뚜렷해졌던 2001년 초, 롱텀캐피털 매니지먼트 사태가 터졌던 1998년 등 역사적 순간에만 있었다.











코로나19 사태는 이 역사적인 사건의 반열에 오르게됐다. 코로나19는 '20세기 최악의 감염병'으로도 불리는 스페인 독감의 2번째 버전일 수도 있고, 그렇게 대단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그 중간쯤일 수도 있지만, 지금 연준의 대응으로 보면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중대한 사건이다.

뉴욕증시는 50bp 인하 발표 직후 올랐지만, 결국 큰 폭 하락했다. 빅 컷의 금리 인하에 주가 급락이라는 이례적인 기록도 세우게 됐다.

월가에서는 연준의 파워가 시장에서 큰 시험대에 오르는 날이라며 시장 흐름에 집중했다. 결국 '저가 매수 기회'는 '뉴스에 팔아라'에 졌고, 연준 역시 실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릴라의 켄 버만 트레이드 전략가는 "연준이 초래한 엄청난 변동성 속에서 유동성이 말라버렸고 시장은 어지럽기 그지없었다"며 "금리 인하가 완전히 뜬금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갑작스럽고 극심한 변동성만 나왔다"고 지적했다.

주요 투자은행(IB)들도 예상보다 빠른 조치에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IB들은 연준이 정례회의 이전에 선제 대응을 선택한 것은 예상외였다고 평가했다.

잠재적인 금융시장 혼란 등 금융여건 위축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였던 만큼 코로나19 확산과 경제적 충격을 고려해 향후 추가적인 금리 인하가 뒤따를 것으로 전망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은 코로나19 사태가 예상보다 심각한 상황이라는 점만 확인했다고 분석했다. 완화적 통화정책이 코로나19 확산과 같은 공공보건 위기에 대한 실질적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는 한계만 상기시켰다고 해석했다.

긴급 금리 인하 직후 주요 IB들의 미국 기준금리 전망은 대폭 내려가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연준이 충분한 정보를 취합해 경제적 충격을 추정하고 3월 정례회의에서 25bp 인하할 것으로 봤는데, 예상외로 긴급 인하를 선택했다"며 "금융여건 위축 이후 금리를 인하했던 작년과 달리 잠재적 금융시장 혼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며 4월 FOMC에서 25bp 추가 인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JP모건은 25bp보다 큰 폭으로 인하하기로 결정한다면 50bp보다는 단번에 제로금리로 내릴 것이라는 공격적인 전망을 했다.

JP모건은 "긴급 인하 폭은 3월 50bp, 4월 25bp 인하에 부합했다"며 "3월 정례회의에서 25bp 추가 인하를 예상하는데, 연준이 긴급 금리 인하를 결정한 경우 다음 정례회의에서도 인하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파월 의장이 추가적인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봤으며 향후 선제적이고 과감한 인하를 예측했다.

BoA는 "연준은 시장 패닉 억제, 경제지표 고려 등 2단계로 반응하는데 1단계에서는 보다 공격적인 긴급조치가 필요하다"며 "2008년 금융위기와 같은 시장의 추가 인하를 기대를 연준은 실망시키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상반기 중 100bp 인하(3, 4월 정례회의에서 각 25bp 추가 인하)하고 3분기 이후에는 침체 국면에 대응해 추가 인하를 전망했다.

씨티는 "연준 결정으로 코로나19가 당초보다 심각하다는 게 확인됐다"며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조만간 추가 인하를 명확히 시사한 것으로 해석되며 3월 정례회의에서 25bp 인하를 전망하며 상황에 따라 3월 50bp, 4월 25bp 인하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골드만삭스는 3, 4월 정례회의에 25bp씩의 인하를 전망했다.

과거 긴급 금리 인하 당시 성적을 보면 증시 부양 효과는 없었다. 1998년 긴급 금리 인하 이후 첫 3개월 동안 주가는 급등했지만, 2001년에는 급락했다. 금융위기로 치닫던 시기에도 엇갈렸다. 앞서 7번 가운데 4번은 하락했다.

연준의 긴급 금리 인하가 과잉반응이었다는 지적과 금융위기 때만큼 더 과감하게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연준은 5% 넘은 수준에서 파격적인 금리 인하르 단행할 수 있었다. 지금은 연준이 제로 금리까지 가는 데 25bp 금리 인하 기준으로 네번 밖에 남지 않았다. (곽세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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