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뭣이 중헌디'
[데스크 칼럼] `뭣이 중헌디'
  • 고유권 기자
  • 승인 2020.03.11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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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공포는 배가 된다. 특히 현실이 예측했던 것과 다른 방향으로 돌아갈 때 체감하게 되는 공포의 크기는 상상 이상이다.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무서운 속도의 감염력에 미국은 물론 유럽도 긴장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더는 안전한 곳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팬데믹(Pandemic·대유행) 선언이 머지않은 것 같다. 눈을 다시 국내로 돌려보자. 대구·경북 지역에서의 확진자 증가 속도가 확연히 둔화하는 모습이지만 여전히 안심할 수 없는 단계다. 서울 구로구의 한 콜센터에서 무더기 집단 감염이 확인되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불안이 커지고 있다. 불확실성과 공포의 확산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현실의 공포는 경제적 수치로 나타난다. 지난 9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나스닥지수는 모두 7% 넘게 급락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폭락이다. 1997년 도입된 서킷브레이커가 처음으로 발동될 정도로 시장의 공포는 극에 달했다. 국제유가는 1991년 걸프전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을 기록했다. 미국 국채 수익률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위험을 피해 안전한 곳으로 도피하려는 현상은 뚜렷했다. 금융시장은 실물경제에 선행해 움직인다. 코로나19로 시작된 불확실성과 공포가 현실의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하지만 금융시장은 현재의 위기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란 쪽에 패를 걸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9일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전망치를 종전 1.9%에서 1.4%로 무려 0.5%포인트(p) 낮췄다. 지난달 16일 2.1%에서 1.9%로 낮춘 지 3주 만이다. 20여일 만에 한 나라의 성장률 전망치를 0.7%p 낮춘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만큼 코로나19로 인해 한국 경제가 입을 타격이 만만치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무디스는 코로나19로 장기적인 불황 국면으로 치달을 경우 성장률은 0.8%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물론 무디스가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만 내린 것은 아니다. 미국(1.7%→1.5%)과 중국(5.2%→4.8%)의 성장률도 낮췄다. 문제는 한국의 경제 성장이 내부의 동력에 따라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성장을 위한 부가가치는 대부분 수출을 통해 일어나고, 이는 기업들의 활동과 매우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타격이 우리 내부만의 문제가 아니란 얘기다. 미국, 중국, 동남아시아, 유럽 등의 경제 상황이 곧 우리의 성장에 미치는 중요 변수인 셈이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9일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박 회장이 쏟아낸 말들을 보면 기업인들이 느끼는 위기와 공포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알 수 있다. 박 회장은 현 상황을 전대미문이라고 표현했다. 산업계에 미치는 악영향이 전방위적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특단의 대책으로 현재의 어려워진 분위기와 추세를 선제적으로 꺾어야만 한다고 했다. "정부가 과감하게 달려들어야 한다"는 말까지 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11조7천억원 수준의 추가경정예산으로는 현재의 피해를 극복하는 데 역부족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의 말이라며 전했지만 적어도 40조원은 투입돼야 한다고 했다. 자금의 파이프라인이 막혀선 안 된다고도 말했다.

박용만 회장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솔직히 정부의 추경안을 보고 도대체 이렇게 한가하고 안이하게 판단할 수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기업들과 산업계가 어떤 상황인지 알고는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대통령이 특단의 대책을 요구한 결과물이 고작 그 정도였다니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무차별적인 대출이 부실화하면서 금융기관들이 무너졌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실물경제가 박살나고 있다. 수출과 소비, 고용 등 나라의 경제 총량을 구성하는 모든 지표가 망가질 위기다. 전시에 준하는 비상대책을 마구마구 쏟아내야 할 상황인데 책상머리 앞에 앉아있는 공무원들의 상상력은 참 빈곤하다. 이런 상황에서 재정 건전성 타령이나 하는 일부 언론도 한심하지만 이를 또 열심히 참고하는 공무원들도 똑같긴 마찬가지다. 써야 할 때 쓸 줄 알아야 후회하지 않는다. 한달 전 이 지면을 통해 정부의 과유불급(過猶不及) 대책이 경제를 죽게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미쳤다 싶을 정도의 과도한 대책들을 쏟아내라고 조언했다. 정부가 내놓은 이번 추경은 과유불급 그 자체다. 경제주체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고 신속하게 다시 방안을 내놔야 한다. 바이러스가 던진 공포를 너무 간과해선 안 된다. 영화 '곡성'에 나온 대사 한마디를 전하고 싶다. "도대체 뭣이 중헌디" (기업금융부장 고유권)

pisces738@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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