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공포'가 전 세계 자산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해 세계적 대유행이라는 뜻의 '팬데믹'을 선언했다. 이제 전염병의 2라운드가 시작됐다. 1라운드 중국과 한국에서 소비와 생산이 동시 중단되는 것을 목격한 미국과 유럽은 이제 남의 일이 아니라며 겁을 먹고 있다. 이성보다는 입소문이 결정을 좌우하면서 미국이 느끼는 공포의 정도는 자산 가격 하락으로 먼저 나타나고 있다.

최근 금융시장은 2008년과 같은 금융시스템 자체의 위기가 아닌 데도 금융위기급으로 심각한 상황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급히 50bp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약 950조원으로 추정되는 급여세를 올해 말까지 전면 면제하는 제안을 내놓았지만, 불안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물론 미 의회가 이를 수용해야 하는 숙제가 있지만, 현재까지 등장한 대책에는 계속 마뜩잖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시장이 느끼는 불안에도 근거는 있다. 현 사태를 가라앉힐 수 있는 수단 중 하나로 믿었던 통화정책에 대한 한계가 눈에 보여서다. 실제 연준을 포함해 대부분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여력이 예전만큼 많지 않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은 이미 기준금리가 0%와 마이너스(-)0.10%다. 영국의 기준금리도 0.25%다. 미국과 한국은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최근 연준처럼 '빅컷'(50bp)으로 내린다면 2번 밖에는 기회가 없는 1.25%다. 기존 베이비스텝(25bp)으로는 다섯번 가능하다.







<출처 : 뉴인포맥스 8844 화면>



중앙은행은 거의 금리가 바닥에 붙은 상황에서 통화정책의 실효성을 위해 다른 수단을 강구해야 할 필요성이 점점 커지는 환경에 놓인 셈이다. 지난 금융위기 때 선진국들은 금리 인하와 함께 자산매입을 널리 시행한 경험이 있다. 연준은 당시 국채와 모기지채권(MBS)을 매입한 바 있으며, ECB은 개별 기업의 회사채까지 사들인 전례가 있다. 심지어 BOJ은 국채뿐 아니라 상장지수펀드(ETF)도 샀다. BOJ는 최근 이틀간 하루 1천억엔(1조원 규모)씩의 ETF를 매입해 주가 하락 방어에 일조했다.









또 최근 들어 연준이 매입할 자산군의 확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내부에서 등장해 시선을 끌었다. 저금리 상황에서 전통적인 조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중앙은행이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해 다각도로 고심해야 할 시기라는 의미로 읽힌다. 국내도 기존의 경기 대응 방식을 고수할 환경인지 고민해볼 때다. 작년 기준금리가 인하됐음에도 통화유통속도는 통계작성 이래 처음으로 0.7 이하를 기록했고, 통화 승수도 처음으로 15배 수준으로 내렸다. 단기금리가 장기금리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한번 내린 금리는 되돌리기가 무척 어렵다는 점에서, 초저금리로 은행, 보험사 등 국내 금융기관의 수익성이 저하되면서 체력이 약해질 수 있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금융기관의 건전성이 탄탄하지 못하다면 위기시 금융시스템 리스크가 취약해질 수 있다. 또 국제 통화가 아닌 원화 표시 자산에 대한 투자 매력도도 일정 부분 타격 입을 수밖에 없다. 정부가 추진하는 코로나19 대응 추경이 충분한 심리 안정 효과를 낸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한국은행도 이미 실효성이 떨어지는 금리 인하 방식을 재검토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어야 한다. (자산운용부장 이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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