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연의 전망대>경제부총리가 말해야할 것들...
<배수연의 전망대>경제부총리가 말해야할 것들...
  • 승인 2020.03.16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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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눈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踏雪野中去) 어지러이 걷지 마라(不須胡亂行) 오늘내가 남기는 발자취는(今日我行跡) 뒤에 오는 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遂作後人程).'조선시대 고승이었던 서산대사가 남긴 踏雪野中(답설야중)이라는 선시의 일부분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인용하면서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부총리는 추가경정규모 11조7천억원에 6조원의 증액이 필요하다는 정치권의 주장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치며 사회관계망(SNS)을 통해 이런 글을 남겼다. 일부 언론과 정치권은 나라 곳간지기로서 결기를 보였다며 부총리를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 사령탑인 부총리가 정작해야할 말은 따로 있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서울 금융시장 참가자 등에 따르면 부총리가 시장에 보내야할 메시지는 코로나19사태의 파장이 얼마나 될 것인지와 이에 대해 당국은 얼마나 엄중하게 생각하는지 여부다. 당국이 현사태를 메르스와 사스 등 그동안 있어왔던 유행병 수준으로 진단했다면 홍부총리의 처방이 맞다. 재정이 감내 가능한 범위에서 예산이 집행되는 게 순리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에 따른 충격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혹은 2001년 9.11 테러 수준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더 엄중한 상황이니 당국의 대책도 한층 과감해져야 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9년에는 추경 규모가 무려 28조4천억원 수준이었다. 2013년에는 글로벌 경기와 무관하게 국내 경기 침체를 이유로 17조4천억원 규모의 추경이 편성됐다. 2015년에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에 따른 소비 침체, 2016년에는 구조조정에 따른 경기 위축 등을 이유로 11조6천억원과 11조원 규모의 추경이 각각 편성되기도 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ECB 글로벌 중앙은행은 부총리의 경기 인식과 결이 좀 다른 듯 하다. 미 연준 등은 현 상태를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 이상으로 엄중하게 보고 있어서다. 미 연준은 현지시간으로 주말인 15일에 기준금리를 0.00~0.25%로 100bp나 전격 인하했다. 달러자금시장에 대해서도 전격적인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 7천억달러 규모의 양적완화(QE)가 재개됐고, 글로벌중앙은행간 달러스와프 금리도 25bp인하됐다. 파월 미 연준 의장은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불과 이틀 앞두고 전격적인 행보를 이어갔다. 경제 금융계의 불안을 누그러뜨리려는 경제 사령탑의 혜안이 돋보이는 행보다.<본보 2020년 3월16일자 '월가 ,연준 타이밍이 절묘했다' 기사 참조>

경제사령탑의 혜안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에피소드가 국내에도있다. 지금은 야인이 된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고한 일화가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 김 전 위원장은 금융위기가 가시화되기 직전인 2008년 벽두에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연합인포맥스 자문위원 신년간담회에서 폭탄 발언을 해 세간을 놀라게 했다. 당시 재정경제부 1차관이었던 그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금융위기가 쓰나미처럼 몰려오고 있다. 이번 충격은 9.11테러 당시보다 더 클 수 있어 당국자는 물론 시장참가자들도 맘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장참가자들과 언론인은 물론 한국은행.금융감독원,금융위,재경부(기획재정부 전신) 등 당국도 밀려오는 위기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는 위기의 본질에 주목해야 해법도 보인다고 덧붙였다.

일에는 모름지기 순서가 있다. 현상황에 대한 진단이 우선되고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 경제사령탑은 지금 위기의 본질이 무엇인지 엄중하게 따져보고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 사령탑은 판단하고 큰 흐름을 잡아줘야 한다. 이를 위해 글로벌 경제지표 속보와 국제경제기구의 보고서 등을 더 꼼꼼하게 챙겨봐야 할 때다. 일을 열심히 하는 것만 중요한 덕목이 아니다.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취재부본부장)

n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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