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10년만에 한미 통화스와프가 재개된 가운데 일본을 포함한 여타 주요국과의 통화스와프 계약에 대한 관심도 비상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실물 경제 위기가 금융 시장까지 전이되면서 향후 외환 시장에서의 안전판을 다각도로 마련해야 한다는 필요에서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20일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향후 일본 등 미국 이외 다른 나라와의 추가 체결 가능성에 대해 "일본과의 통화스와프도 상당히 의미있다"며 "앞으로 중앙은행 간 금융협력 차원에서, 외환시장 안전판 강화 차원에서 주요국과의 협력을 높일 수 있는 노력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과의 통화스와프는 더 복잡한 문제일 수 있다. 경제 외적인 요소들이 한일 정치적 반목으로 이어지면서 선제적으로 해결할 과제들이 많다.

현재 한국은행은 한도가 없는 캐나다를 제외하면 총 1천932억달러 상당 이상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캐나다와 미국, 스위스, 중국, 호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아랍에미리트(UAE) 8개국과 양자간 계약을 맺었고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3 국가들과 다자간 통화스와프를 맺고 있다.

반면 한일 통화스와프는 지난 2015년 2월 23일 만료된 후 5년째 감감무소식이다.

◇"경제 외적인 요인이 고려대상"…지독한 반목의 역사

한일 통화스와프는 2001년 당시 외환 위기를 극복한 후 선제적 외환 안전망 확충을 목적으로 체결됐고 2011년 700억 달러까지 확대되기도 했다.

하지만 2012년 일본 측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이유로 중단 의사를 밝혀왔고 재개되지 못했다.

당시 기획재정부 국제금융정책국 민경설 과장은 한일 통화스와프 중단에 대해 "양국 간 경제 상황 등을 볼 때 (통화스와프 계약을) 연장하지 않아도 크게 문제가 없다고 보고 끝내게 됐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후 2017년 1월에는 일본 측에서 부산 일본영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 시비로 협상을 거절했고 지난해 7월부터는 우리나라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와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23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유예하면서 대화의 물꼬를 트는가 했으나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이후 일본 측에서 한국발 입국자에 대한 입국규제 강화 조치까지 발표하고 나서 관계는 여전히 냉랭하다.

한 외국계은행 외환딜러는 "한미 통화스와프가 체결되면서 한일 통화스와프까지 당장 급하게 필요하진 않겠지만 위급할 때 우리 편이 많으면 든든하다"며 "2015년 통화스와프 종료 당시엔 대수롭지 않게 대응했지만 현재 코로나19 사태가 번질수록 위기시 외환보유고 역할을 하는 통화스와프가 절실해졌다"고 말했다.

◇일본은행법도 발목…"국제협력은 재무성 소관"

일본은행(BOJ) 법에 따르면 제3조 'BOJ의 통화 및 금융 조절에 있어서의 자주성은 존중돼야 한다'고 적혀 있다.

이 조문이 정부로부터 BOJ의 독립성을 뒷받침하고 있으나 바로 이를 뒤따르는 제4조에는 '통화 및 금융 조절이 경제 정책의 일환이라는 점을 고려해 정부의 경제 정책과 양립 가능해야 한다'는 조문이 있다.

여기선 정부와 긴밀한 접촉을 유지하고 견해를 충분히 교환한다는 점도 명시하고 있어 BOJ의 독립성 문제는 고질적인 문제로 꼽힌다.

한일 통화스와프 문제도 결국 재무성 소관인만큼 국제 금융 협력에 있어서도 BOJ가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기 어려운 셈이다.

이주열 총재는 지난해 7월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 보고에서 "(일본 측에) 스와프 연장 제의를 여러 번 했으나 한일 통화스와프는 경제 외적인 요인이 고려 대상으로 들어가 있다"며 "또 계약을 체결할 때는 BOJ가 하지만 국제 협력에 대한 결정권은 재무성이 쥐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결국 재무성 측에서 통화스와프를 반대하면 BOJ도 어쩔 도리가 없는 구조인만큼 정치 및 외교적인 문제 해결이 통화스와프 체결의 선제 조건이 된다.

한 한은 관계자는 "한일 통화스와프는 한미 계약보다 여러가지로 복잡하다"며 "한일 관계를 다 떠나서 BOJ가 가진 내적 시스템이 의원 내각제에서 가진 결정 시스템인만큼 서부형 유럽국, 미국과도 다르고 우리와도 다르다"고 말했다.

sy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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