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연의 전망대> 코로나 19와 'MMT' 그리고 재난기본소득
<배수연의 전망대> 코로나 19와 'MMT' 그리고 재난기본소득
  • 승인 2020.03.23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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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MMT(Modern Monetary Theory:현대통화이론)이 주류경제학 자리를 꿰차고 있다. 코로나 19가 팬데믹(세계적으로 전염병이 대유행하는 상태) 양상을 보이면서다. '쓰레기 이론'이라고 비난하던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 서구 선진국들이 MMT의 정책 권고를 앞다퉈 받아들이고 있다. MMT는 국가가 과도한 인플레이션만 없으면 경기 부양을 위해 화폐를 더 많이 찍어내도 된다고 주장한다. 정부의 지출이 세수를 넘어서면 안 된다는 주류 경제학의 원칙은 무시된다. MMT는 1970년대 미국 이코노미스트인 워런 모슬러가 발전시켰다. 대표적인 학자들로는 스테파니 켈튼 스토니브룩 뉴욕주립대 교수, 랜덜 레이 미주리대 교수, 제임스 갤브레이스 텍사스대 교수 등이 있다.







MMT 전도사인 랜덜 레이 교수는 저서 '균형재정론은 틀렸다(사진)'를 통해 화폐는 조세를 징수할 수 있는 정부의 강제력을 바탕으로 얼마든지 더 발행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그는 이자율이 충분히 낮다면 정부가 계속해서 적자를 낸다고 해서 반드시 정부 부채 비율이 증가하는 것도 아니라고 강조한다. 이자율만 성장률보다 낮추면 부채비율의 폭발적 증가를 피할 수 있다는 의미다. 사실상 제로금리인 미국이 대규모 적자재정을 펼칠 수 있는 이론적 배경을 랜덜 레이 교수 등이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미국은 지금 제로금리 정책을 도입한 데이어 헬리콥터 머니 형태로 유동성을 사실상 무제한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MMT가 새삼 눈길을 끄는 이유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인플레이션이 실종된 데서도 찾을 수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BOJ) 등이 유동성을 무차별적으로 공급했지만 인플레이션은 감지되지 않고 있어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패닉 양상을 보이기 직전까지 미국 등 주요국이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를 보였지만 수요 견인의 인플레이션 압력을 찾아볼 수 없었다.

국제결제은행(BIS: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s)은 '필립스곡선은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What does the Phillips curve tell?)'라는 보고서를 통해 "선진국을 중심으로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의 상관관계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크게 낮아졌다"고 실증적으로 설명했다. BIS는 보고서를 통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잠재 성장률의 차이를 일컫는 아웃풋 갭(output gap)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의미 없을 정도로 상쇄됐다"고 진단했다. 이 보고서는 평탄해진 필립스 곡선(실업률과 인플레이션의 상관관계 약화)은 선진국의 중앙은행과 국제기구 등에 인플레이션을 방어하기 위한 긴축적 통화정책이 불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낮은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이 동시에 만족되면서 통화정책 완화의 여지도 생겼다는 뜻이기도 하다.

MMT는 정부가 조세를 거두기 위해 화폐를 발행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랜덜 레이 교수는 저서를 통해 인플레이션이 일어나지 않으면 자국통화 표시 채무의 과다로 파산하는 일이 없어 적자국채 발행이 늘어도 괜찮다고 강조한다. 그는 정부가 적자재정을 편성해서라도 완전고용을 실현하도록 노력하는 게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미 연준이 헬리콥터 머니를 무차별적으로 살포하고 ECB도 디폴트 우려를 사고 있는 그리스 국채를 무제한적으로 사들일 것이라고 공언했다. BOJ는 연일 급락하는 일본증시에서 ETF를 사들이는 방법으로 시장을 지지하고 있다. 결국은 이 모든 조치가 크레디트 시장을 중심으로 일종의 기업 복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기업이 우선 생존 가능해야 고용 등을 유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사정이 다급해졌다. 기업복지를 넘어 가계에 대한 복지를 강화해야 한다는 개념도 MMT를 바탕으로 확산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미국 가계에 현금을 직접 지급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성인 1인당 1천달러씩 자녀 1인당 500달러씩 지급한다는 게 미국 연방정부의 복안이다. 두 자녀 가구의 경우 3천달러가 현금으로 지급된다는 의미다. 이에 앞서 홍콩 정부도 1인당 1만홍콩달러(한화 약 156만원)씩을 현금으로 지급하겠다는 예산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재난 기본 소득이 사회주의적이고 재정을 파탄시키는 무모한 발상이라는 목소리는 미국이나 홍콩 등에서 찾아볼 수 없다.

유독 국내 일부 주류 경제학자들만 재난기본소득 지급에 대해 "제발 무식한 소리하지 말라"는 극언도 서슴지 않고 있다. 지금도 그런 생각에 변함이 없는지 스스로 되물어봐야 할 시점인 듯하다. 여태까지 각종 신용보증 등을 통해 기업복지는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많이 보강됐다. 이제 자본주의 본진인 미국도 재난기본 소득 지급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도 가계에 대한 현금지급을 검토할 때가 됐다.(취재부본부장)

ne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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