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지금> 재정의 된 중앙은행의 'Whatever It Takes'
<뉴욕은 지금> 재정의 된 중앙은행의 'Whatever It Takes'
  • 곽세연 기자
  • 승인 2020.03.26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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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연합인포맥스) 이쯤 되면 중앙은행의 필요한 모든 조치(Whatever It Takes)를 다시 정의해야 할 것 같다.

'역대급'의 통화 완화 정책에도 시장의 패닉 매도가 진정되지 않자,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쓰지 않았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연준의 최근 행보를 보면 발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printing money) 최종대부자(The lender of last resort)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열흘간 연준은 제로 금리 외에도 시장 유동성 공급, 기업과 가계 직접 지원 등을 총망라한 정책 종합세트를 내놨다.

지난 15일 일요일 저녁, 연준은 기습적으로 금리를 다시 100bp 인하했다. 50bp를 긴급 인하한 지 2주도 안 돼 추가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이에 따라 미국 기준금리는 4년 3개월 만에 다시 제로 금리로 복귀했다.

연준은 국채 5천억 달러, 모기지증권(MBS) 2천억 달러 등 7천억 달러 규모의 4번째 양적완화(QE)도 16일부터 개시한다고 발표했다. 달러난을 해소하기 위해 캐나다, 영국, 유럽연합(EU), 스위스, 일본 등 5개 중앙은행과의 스와프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이미 연준은 오버나이트, 기간물 레포 운영을 통해 단기자금시장에 유동성을 풀고 있었다.

그래도 자금 경색이 풀리지 않자 QE 재개 발표 일주일 만에 매입 한도를 폐지하는 무제한 QE를 선언했다. 기존 국채와 MBS 외에 상업용주택저당증권(CMBS)도 편입시켰다. 2008년에도 하지 않았던 일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CP매입기구(CPFF)를 설치해 회사채 발행과 유통 지원을 결정했다. 원칙상 연준은 상환위험이 있는 민간기업에 직접 자금을 지원할 수 없다. 예외적인 긴급한 상황에서 특별권한을 근거로 연준은 CPFF 산하 특수목적기구(SPV)를 통해 CP를 사들이는 간접매입 방식을 택했다.

2008년 위기 때 가동됐던 '자산담보부증권 대출 기구'(TALF)을 부활 시켜 기업에 직접 대출을 하는 동시에 중소기업에 직접 자금을 조달해주는 '메인스트리트 비즈니스 대출 프로그램'도 선보일 예정이다.

중앙은행이 필요한 기업이라면 어디든 직접 대출을 제공할 수 있다는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는, 연준의 새로운 이니셔티브를 선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회사채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월가의 전망도 더해졌다.

연준은 미국 밖 유동성 흐름도 개선하기 위해 상시 가동 중인 주요 5개 중앙은행과의 통화 스와프 라인 외에 9개 국가와의 추가 통화 스와프를 체결했다.

시장과 투자자들도 비상 프로그램 재가동에 드디어 반응하기 시작했다.

연준이 프라이머리 마켓(발행)과 세컨더리 마켓(유통) 모두에서 회사채를 사기 시작할 것이라는 점, 대출을 통해 적격 기업에 직접 자금을 빌려준다는 점, 필요한 만큼 얼마든지 국채 등을 사들이겠다는 점은 채권 투자자들에게는 중요한 부분이었다. 통화 스와프 확대로 달러 펀딩 스트레스에도 숨통이 트였다.

월가에서는 연준의 정책이 성공했는지를 3가지 쇼크에서 찾아야 한다고 지적해왔다. 경제적 쇼크, 유동성 쇼크, 신용 쇼크다.

이와 관련해 BCA 리서치는 이런 분석을 내놨다.

경제적 쇼크 : 연준은 제로로 금리를 내린 뒤 조만간 올리지 않겠다고 시사하는 등 경제적 쇼크와 싸우는 데 사실상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 금리 탄환은 사실상 떨어졌으며 연준이 다음 단계로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이제는 재정 정책으로 공이 넘어갔다.

유동성 쇼크 : 오버나이트 레포나 국채와 같은 채권시장의 무위험 부분은 더 위험한 투자 자금을 조달하는 데 사용된다. 이 때문에 채권시장의 무위험 부분에서 높은 거래 비용은 중요했다. 연준은 이미 직접 개입해 성공적으로 매수, 매도 호가 스프레드를 떨어뜨렸다. 이런 조치가 불충분하다고 판단될 경우 다음 단계는 다른 규제 기관과 함께 은행에 임시 규제 완화를 제공해 요구되는 유동성 수준을 낮출 수 있다.

신용 쇼크 : 경제는 특히 신용 쇼크에 고심하고 있다. 신용이나 CP와 무위험 금리와의 스프레드 확대가 단적인 예다. 연준은 재무부와 함께 투자등급 회사채 시장에 진입해 기업 발행 상당 부분을 지원할 수 있게 됐다. 이제 연준은 장기 만기 지방채 매입을 위해 추가 기구를 만들 수 있다. 다만 궁극적으로는 미국 의회의 현금 구제금융이 필요하다.

시장의 뿌리이자 배관인 채권시장과 관련해 연준은 3가지 쇼크와 싸우고 있다. 대서양 반대편에 있는 유럽중앙은행(ECB)도 연준처럼 무제한 매입으로 유동성 안전판을 만들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현 상황을 전쟁이라고 규정했다. 전세계 정부와 중앙은행은 실제 전쟁 중이다.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율이 둔화하고, 미 달러로의 쏠림 열기가 식어야 하며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정점을 찍어야 한다. 다행히도 달러 가치는 숨 고르기를 나타내고 변동성은 극단적인 수준에서 내려왔다. '연준에 맞서지 말라'는 오랜 격언이 떠오르지만, 위기 최고 단계에서 벗어났다고 단언하기는 아직 이르다. (곽세연 특파원)

sykwa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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