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예원 기자 = 금융감독원이 하나금융지주·하나은행에 대해 무더기 경영유의 조치를 내렸다.

27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하나금융지주에 대한 경영실태평가 결과 지주에 10건, 하나은행에 18건, 인도네시아 하나은행 법인에 6건, 하나은행 싱가포르 지점에 4건 등 총 38건의 경영유의 사항을 조치했다.

경영유의는 회사의 주의 또는 자율개선을 요구하는 행정 지도적 성격의 조치다.

◇ 이사회 견제기능 미흡

이번 경영유의 조치에서는 경영진을 감독해야 하는 이사회의 견제기능이 미흡하다는 점이 핵심이다.

금감원은 지주 차원에서 사외이사의 견제 기능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외이사가 경영실태를 적시에 정확하게 파악하도록 하는 정보제공이 상당히 미흡하고, 사외이사가 문제를 제기한 사항에 대해 논의 없이 원안대로 처리하는 등의 사례가 검사 결과 드러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검사 결과에 따르면 2018년 이사회운영위원회는 경영 승계 구도를 위해 확대한 사내이사 3인을 축소화는 과정에서 사외이사가 규모 축소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반대 의견을 표했음에도 1인으로 축소했다.

이 과정에서 경영진은 금감원의 리스크관리실태평가 검사 결과를 왜곡되게 지적하기도 했다. 당시 금감원은 사내이사가 리스크관리위원회로 참여하는 것이 독립성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어 위원이 안건에 이해관계가 있는지를 검토하는 절차를 마련하라고 지적했으나, 경영진은 금감원이 사내이사 2명을 리스크관리위원회와 이사회에서 제외하라고 지적했다고 전달했다.

사외이사에 대한 자료제공도 회의 당일에서야 사전 자료제공 면제동의서를 청구하고, 긴급 비정기 위원회를 빈번하게 개최하는 등 미흡한 정황도 다소 발견됐다.

중장기 경영전략에 대한 이사회의 정례적 심의 절차가 내규에 반영되지 않아 경영전략을 수립한 이후 목표이행상황을 점검한 사례도 전무했다. 금감원은 앞으로 중장기 경영전략의 이행실태를 보고하고 평가하는 등의 절차가 이사회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내규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 사외이사 선임 절차 등도 개선 주문

은행 이사회의 경우에는 사외이사 선임 절차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사외이사 선임과 관련해 이사회 지원부서의 후보군 선정이나 관리기준에 따른 운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최종 후보자 추천 시에도 심도 있는 논의 없이 형식적으로 이뤄졌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후보군의 전문성 평가 기준을 마련하고 외부 전문기관을 활용하는 등 추천 경로를 다양화할 것을 주문했다.

하나은행 싱가포르 지점의 경우에도 리스크관리위원회의 독립성 제고에 대해 경영유의 조치를 받았다. 여신거래를 취급한 영업부문 책임자가 리스크관리위원회 구성원으로 참석하면서 영업부문으로부터의 독립적인 의사결정이 약화되거나 견제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사회는 실질적으로 경영진을 견제하는 역할이자 내부통제에 대한 최고 책임기구가 돼야 한다"며 "내부통제제도 도입과 금융회사지배구조법 정비 등으로 제도적으로는 이사회의 기능과 역할 등이 갖춰졌으나 실제로는 그렇게 운영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하나은행의 해외금리연계형 파생결합상품(DLF) 사태 당시 자료삭제 등 검사 방해와 관련해 검찰에 수사 참고자료도 제공하고 있는 상태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DLF를 전수조사해 각각 파일로 제작했다. 지성규 행장이 지시해 만든 이 파일은 금감원의 DLF 합동검사 전인 작년 8월 초 사라졌다. 금감원은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해당 파일을 찾아냈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은 삭제한 자료가 고객 전산 자료가 아닌 동향 파악을 위한 내부 문건이라며 고의성이 없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해 DLF 사태를 야기한 두 은행에 대해서는 이미 금융정의연대 등에서 고발을 한 내역이 있다"면서 "그에 대해 참고 자료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ywkim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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