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속법인·CEO '안갯속'…조직 효율화 위한 인력감축 관건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통합법인이 내년 7월 출범한다. 통합법인의 자산 규모는 67조원으로 생명보험업계 '빅 4'이다.

그룹 내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자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를 인수한 조용병 회장은 자회사별 1등 전략을 적용, 새롭게 출범하는 통합 생명보험사를 보험업 톱티어(Top Tier)로 육성할 방침이다.

◇ 내달부터 통합작업 본격화…존속법인·CEO '안갯속'

신한금융지주는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통합법인이 내년 7월 1일자로 출범한다고 31일 밝혔다.

지난해 2월 오렌지라이프가 자회사로 편입된 지 약 2년 반 만의 일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자회사 편입 당시 통합하는 데 물리적인 준비를 고려해 3년 정도의 기간을 마지노선으로 언급했다"면서 "이미 IT 등 사업부문별 통합에 필요한 사전절차가 진행되고 있어 통합법인이 출범하는 데 무리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은 지난 1년간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가 참여하는 공동경영위원회를 운영하며 통합법인 출범에 관련한 주요 사항을 논의했다. 또 양사 임원, 실무진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도 꾸렸다.

그동안 준비를 바탕으로 신한금융은 내달부터 사업부문별 본격적인 통합작업에 돌입한다. 최근에는 IT와 재무 통합에 도움을 줄 컨설팅사 선정작업도 마쳤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중 어느 곳이 존속법인이 될지는 미정이다. 비상장사의 통합에 적용되는 세법상 이점 등을 그룹 차원에서 따져봐야 한다.

통합 생명보험사의 초대 수장은 연말께 예정된 사장단 인사에서 두각이 나타나겠지만, 현재로선 성대규 신한생명 사장이 한발 앞선 것으로 보인다. 성 사장은 조 회장이 지난해 외부에서 CEO 급으로 영입한 상징적인 인물이다. 당시 조 회장은 그룹 내 보험·증권 자회사 사장단 인사는 전문성을 최우선으로 적극적인 외부인사 수혈을 강조하기도 했다.

◇ 조직 효율화가 관건…노조와 진통 예상

신한금융이 오렌지라이프 인수에 성공했을 때만 해도 내부에서는 각자 법인으로 운영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가 가지고 있는 자산의 질과 인력의 전문성이 달라서다.

하지만 보험업의 업황이 갈수록 악화하며 상황이 급변했다. 현재 생명보험사의 밸류에이션은 PBR 기준 0.11배까지 하락했다. 여기에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각종 규제 도입도 앞두고 있다.

무엇보다 저금리 환경이 지속하며 금리확정형 계약비중이 큰 생명보험사의 경우 역마진 우려가 커졌다. 장기성 상품 중심의 보험상품 금리 경쟁력은 떨어진 지 오래고, 투자수익률도 하락했다. 금리 반등 없이는 구조적으로 성과를 내기 어렵다.

결국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통합 법인이 만들어낼 가장 큰 시너지는 비용 절감이다.

이를 위해 조직 효율화를 위한 인력 감축이 필요하다. 통합법인 출범에 따른 명예퇴직과 본점 인력조정, 현장 영업 중심 인력배치 등이 단행돼야 한다.

신한금융은 앞서 오렌지라이프의 자회사 편입 과정에서 노조와 한차례 마찰을 겪었다. 당시 조 회장은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며 노조를 안심시켰지만, 통합 법인 출범에 따른 조직 효율화가 진행되면 노조와의 진통은 불가피해 보인다.

그럼에도 조직 효율화는 앞으로 통합법인 출범까지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다.

지난해 그룹 실적에서 비은행 자회사가 차지한 기여도는 34%에 달했다. 신한금융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리딩금융 타이틀을 지켜낼 수 있었던 것은 다른 금융지주보다 비은행 자회사의 비중이 컸기 때문이다.

최근 그룹의 자본시장 대표 선수인 신한금융투자가 라임 사태와 독일 헤리지티 파생결합증권(DLS) 등 연이은 불완전판매 이슈에 휘말리면서 다른 비은행 계열사의 역할은 더 중요해졌다.

신한금융은 통합 생명보험사가 보유한 67조원의 자산이 GIB 와 GMS에 적잖은 사업 기회를 부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퇴직연금사업부문 등 그룹의 자산관리(WM) 사업에서도 고객의 생애주기에 걸맞은 상품개발의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 회장은 "통합이 완성되면 업계 톱티어 보험사로 재탄생하면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고객 관점의 신상품 개발, 디지털 편의성 제고, 소비자 보호 분야에 양사가 보유한 역량을 하나로 모아 신한을 거래하는 고객들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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