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쏟아지는 정책들의 향연
[데스크 칼럼] 쏟아지는 정책들의 향연
  • 황병극 기자
  • 승인 2020.04.02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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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바야흐로 경제정책의 향연이다. 과거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경기부양책이 쏟아지고 있다. 그동안 겪었던 금융위기와 달리 바이러스와도 싸워야 하는 작금의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의 전선이 그만큼 위태롭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 맺었던 미국과의 통화스와프를 다시 체결했고, 한은은 기준금리를 처음으로 0%대로 인하했다. 사실상 한국판 '양적완화(QE)' 조치까지 단행했다. 정부는 1차 추가경정예산(추경)에 이어 2차 추경을 편성해 국민들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채권시장안정펀드와 증권시장안정펀드를 다시 등판시켰다.

일부에서 뒷북 논란도 있지만, 과거와 달리 정책당국의 빠른 대응으로 금융시장에서 긍정적인 움직임도 감지된다. 당국의 정책공조도 과거와 비교해 나쁘지 않았다는 평가다. 지난 2008년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을 놓고 당시 기획재정부와 한은이 공치사를 놓고 민망한 모양새를 연출한 바 있다.

이번에는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을 놓고 기재부와 한은 모두 서로의 기능과 역할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문재인 대통령도 "국제공조를 주도한 한은, 또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국내 공조에 나선 기재부를 격려한다"며 통화당국과 재정당국의 손을 함께 들어줬다. 홍남기 장관이 외화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LCR) 규제를 꺼내자 약속이나 한 듯 하루 지나 이주열 총재가 한국판 QE 대책을 내놓았다.

이런 정책들의 효과에 힘입어 한때 패닉국면으로 치닫던 국내금융시장도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지난달 19일 1,439포인트까지 빠졌던 코스피는 낙폭을 줄여 1,700대 전후에서 움직이고, 국내 외화자금 사정을 반영하는 스와프시장의 FX스와프와 통화스와프(CRS) 금리의 하락세도 다소나마 잦아들었다.

그러나 정책의 향연에 취하기에는 시기상조다. 당국의 달러 및 원화 유동성 대책으로 잠시 숨통이 트였다고 하지만, 지난달 겪었던 것보다 훨씬 큰 파도가 언제든 닥칠 수 있다. 국내에서와 달리 미국과 유럽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금융시장과 달리 실물경제 부진은 어제서야 지표로 확인되고 있다.

실제로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지난 2월 생산과 소비, 투자 등이 일제히 역성장했다. 이른바 '트리플 마이너스(-)' 기록이다. 지표의 위축 폭도 '역대급'이다. 2월 광공업생산은 글로벌 금융위기인 2008년 9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둔화됐고, 제조업 재고율을 뜻하는 '재고/출하' 비율은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9월 이후 가장 높았다. 제조업 평균가동률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다. 코로나19 초기인 2월의 경제지표라는 점에서 실물경제의 악화는 초기에 불과하다.

기업어음(CP) 등 신용시장 불안도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실물경제의 부진과 맞물려 신용등급 하락이 본격화될 경우 부채에 의존한 기업을 위주로 어려움은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 단기자금시장의 불안 심리도 이런 이유에서다. 당국의 빠른 대응이 잠시나마 금융시장에 시간을 벌어줬으나, 유동성 공급만으로는 근본 치유가 어렵다는 점도 확인시켜줬다. 신용경색 확산을 차단하려면 외환위기 때처럼 썩은 살을 도려내는 구조조정을 병행해야 할지도 모를 처지다. 실물경제의 둔화와 기업의 신용등급 하락 쓰나미는 어쩌면 이제 시작인 셈이다. (정책금융부장 황병극)

ec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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