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연의 전망대> 난리난 금융시장…채권을 알아야 해법도 보인다
<배수연의 전망대> 난리난 금융시장…채권을 알아야 해법도 보인다
  • 승인 2020.04.06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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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난리(亂離)의 사전적 풀이는 전쟁이나 병란이다. 분쟁, 재해 따위로 세상이 소란하고 질서가 어지러워진 상태를 일컫는 말로 확장돼 사용되기도 한다. 전쟁이 일어나도 '난리가 났다'고 하고 쓰나미 등 대형 재난사고에도 '난리가 났다'는 말을 쓴다.

사전적 의미만 봐도 코로나19 사태는 전 세계적인 난리다. 전 세계 확진자수가 120만명을 넘어섰고 사망자가 7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통제력을 잃어버린 중남미 일부 국가는 시신을 방치하거나 길거리에서 태우고 있다. 좀비영화에나 나올 법한 끔직한 장면이 다반사로 발견된다.

◇ 채권시장의 맥을 짚은 美연준

미국이 국내총생산의 10%를 쏟아붓고 짠돌이 독일이 30%를 동원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2차 세계대전의 교전국인 미국과 독일은 지금의 사태가 3차 세계대전급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시장도 3차 세계대전급 파장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사진)는 세계의 중앙은행 노릇을 자임하고 나섰다. 한국 등 주요국들을 상대로 달러화 스와프 라인을 열어준 데 이어 해외 중앙은행 등 통화정책 당국과 레포(Repo) 거래를 통해 달러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다.







미 연준은지난주 해외 중앙은행 등 통화 당국이 보유 중인 미국 국채를 달러를 조달하는 'FIMA 레포 기구 (Foreign and International Monetary Authorities Repo Facility)'를 전격 도입했다.연준이 이른바 세계의 최종대부자가 되겠다는 의미다. 연준이 미국채 등 채권시장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이 3차 대전급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미국채 발행과 소화가 최우선과제다. 미국채 공급 확대에 따른 금리 상승 압박을 발권력을 통해 완화하겠다는 게 연준의 속내다.

연준은 자금조달에 압박을 느끼는 크레디트물(회사채)에 대해서도 발권력을 동원하고 있다. 채권시장의 또 다른 축인 크레디트 시장이 무너지면 핵폭탄급 파장이 일 것이라는 점을 연준이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 한국은 코로나채권 헛다리부터 CP금리 급등까지

한국은 코로나19 방역 모범국가이지만 금융시장 안정 차원에서는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우선 정치권의 백가쟁명식 해법은 채권시장에 대한 몰이해 혹은 무지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연 2.5%의 금리로 40조원 규모의 이른바 '코로나 채권'을 발행하자거나 무기명 채권을 발행하자는 제안이 대표적이다. 사실상 제로금리의 시대에 채권을 인수할 여력이 있는 부자들을 위한 정책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이른바 코로나 채권은 금리 수준이나 발행규모보다 누가 인수할 것인지부터 개념을 규정해야 제대로 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시중의 채권수익률보다 현저하게 높은 할인율을 적용하고 정부 보증을 부여할 경우 특혜 시비를 피할 수 없어서다.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성장성이 큰 국민연금을 보유하고 있다. 아직은 연금으로 들어오는 돈이 더 큰 유입초의 젊은 연기금이다. 부채 듀레이션이 30년인 국민연금의 자산 듀레이션은 6년 남짓이다. 아직 장기 자산을 편입할 여력이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국민연금에 독점적으로 공급한다는 조건을 전제로 코로나 채권 발행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 대신 만기는 30년물 정도로 더 늘려야 한다.연 2.5%의 금리인 정부 보증채가 30년물로 공급된다면 국민연금도 마다할 리가 없다. 발행 규모와 국민연금의 자금 집행 스케줄만 조율하면 될 일이다.

무기명 채권 발행 주장도 대표적인 헛발질이다. 무기명 채권은 외환위기 때 부자들의 상속 수단으로 사용되는 등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컸기 때문이다.

채권안정펀드도 미숙한 운영 탓에 채권시장 참가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채권시장과 소통에 실패하면서 AA급 금융기관이 자금 조달을 못해서 CP 1년물을 연 2.00% 이상에서 조달하겠다고 나서는 사태가 벌어졌다. 모 캐피털 회사는 6개월물 CP 금리가 3.7%까지 치솟고 1년물이 2.7%인 기형적인 구조까지 나타났다. 단기 크레디트 시장은 더 높은 금리에 팔자 호가가 나오고 채권도 발행금리에 대응해 더 높은 금리로 팔자 호가가 속출했다. 사자 호가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1년물 금리가 더 높은 데 3년물 사자 호가가 있을리가 없다. 발행사는 더 다급해졌다. 더 높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야 하지만 그 다음 발행이 더 힘들어질 수 있어서다. 발행을 못 하니 유동성 부족을 해소할 수단도 사라졌다.

채권안정펀드가 이름값을 못 하고 불안을 오히려 증폭시키고 있다는 아우성이 커지고 있다. 채권시장에 대한 이해 부족 탓에 시장 혼란이 난리 수준으로 증폭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우리는 외환위기를 채권안정기금과 160조원에 이르는 예금보험 공사채 발행으로 극복한 자랑스러운 기억을 가지고 있다. 코로나19 방역만큼이나 채권시장도 효율적으로 운영할 자질과 경험이 있다는 의미다. 위기의 본질과 해법이 잘 안 보일 때는 채권시장에서 길을 찾는 게 효과적일 수 있다. 미 연준 등이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는 위기 극복의 FM(야전교범:Field Manual)이기도 하다.(국제경제부 기자)

ne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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