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이모저모] 삼성전자 30% 열어준 거래소가 잃은 것
[증권가 이모저모] 삼성전자 30% 열어준 거래소가 잃은 것
  • 정선영 기자
  • 승인 2020.04.08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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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10년간 국내외 투자자들이 투자해 온 코스피200선물 야간 시장이 문을 닫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지만 한국거래소가 안일한 대응에 그치고 있다.

사태의 시작은 삼성전자의 주가였다. 삼성전자 주가가 오르면서 코스피200지수 내 시가총액 비중이 30%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거래소는 당초 코스피200지수 내 시가총액 비중이 30%를 넘을 경우 상한(캡)을 씌우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하지만 국내에서 코스피200지수 30% 캡을 씌울 경우 시장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다는 논란이 일자 거래소는 국내 지수에서 삼성전자 비중을 조정하지 않기로 했다.

6개월에 한 번씩 비중을 조정하면 국내 운용자들이 혼란을 겪을 수 있어서다. 이에 국내용 지수는 캡을 씌우지 않고, 해외용 지수는 캡을 씌우는 이원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 비중이 30%를 넘으면서 미국내 법률상 소수집중형(narrow based)지수로 분류됐다. 이로 인해 종전에 미국 선물거래위원회(CFTC) 한 곳이던 감독당국에 증권거래위원회(SEC)까지 합세했다.

이전에 거래소가 CFTC에서 받아둔 상품적격성 승인은 철회됐다. 앞으로 미국 국적 투자자가 코스피200지수를 기본으로 한 파생상품 거래를 하려면 미국 현지 브로커, 딜러를 통한 일부 적격기관투자자만 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거래소는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지 않았다.

지난 3월초 미국 당국으로부터 통보를 받았지만, SEC에 문의하고 원론적인 답변을 받는 데 그쳤다.

미국 내 규제 변경과 관련해 시장 참가자들과의 소통에도 미흡했다.

당장 미국 국적 투자자들의 국내 코스피200지수 관련 투자 제한이 예상됐지만, 거래소는 증권사와 선물사에 유의해야 한다는 공지를 했을 뿐이다. 증권사들은 각사별로 미국내 규정을 숙지, 영업을 축소해야 했다.

이는 거래소가 미국 당국의 규제가 확대됨으로써 국내 시장에 어떤 파장이 올지 제대로 가늠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거래소 파생상품 담당자들은 코스피200지수 선물에 투자하는 미국 국적 투자자 중 적격기관투자자가 아닌 비중은 불과 1%대에 그치는 만큼 영향이 크지 않다고 봤다. 대부분 홍콩, 싱가포르 등을 거쳐 들어오기 때문에 기존의 투자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코스피200지수의 불똥은 야간선물 시장으로 튀었다. SEC 규정상 SEC에 등록되지 않은 거래소는 미국 내 시설을 통한 거래 체결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는 그제야 부랴부랴 야간 코스피200지수 거래를 중단했다. 10년 된 시장의 문을 단번에 닫은 이례적이 경우였다.

증권사들은 이번 야간선물 거래 중단은 거래소가 갖는 역할과 대외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이라고 지적했다.

야간선물 거래 중단으로 인해 아시아시장에 대응하려는 해외투자자는 물론 정규 시장에 이어 야간에 해외 이벤트에 대응하던 국내 투자자들은 한꺼번에 거래가 묶였다.

지난 10년간 시장을 일구고, 해외투자자 영업을 이어오던 증권사와 선물사들의 노력에도 제동이 걸렸다.

그런데도 거래소는 이렇다 할 대응을 하기 어려운 상태다.

SEC와의 협력을 위한 대응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미팅도 어렵다. 미국 내 거래소가 아니므로 SEC에 등록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당장 자체 시스템을 통한 운영을 할 수도 없다.

거래소는 유렉스(Eurex) 상장 상품을 확대하고, KRX자체 시스템을 통한 운영 등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KRX 자체 시스템을 통한 운영은 오는 2023년까지 진행할 예정이었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4월1일부터 선물 야간거래를 하는 것이 위법인 상태가 될 수 있어 신속하게 닫기로 했다"며 "삼성전자 비중이 30%를 넘은 것은 우리나라 산업 구조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어서 캡을 씌우는 것은 지수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번 사안은 단순 미국 국적자뿐 아니라 전체 해외투자자 이슈로 번질 수 있어 점검이 필요할 것"이라며 "개별 회원사에 맞기지 말고 거래소, 금융위가 미국 당국과 직접 협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거래소의 시스템은 해외수출도 하고, IT 역량도 있는 만큼 거래소가 매칭 시스템을 만들고, 아시아 지역내 역내 선물 등을 거래하는 허브가 된다면 야간선물 시장의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자본시장부 정선영 차장대우)

syju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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