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송하린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지면서, 국내은행들이 채권 발행시점을 확정하지 못하거나 연기하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2분기 발행할 예정이던 5억달러(약 6천억원) 규모의 해외기명식 무보증무담보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후순위채권)의 명확한 발행 시점을 잡지 못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10일 이사회를 열어 발행 한도 5억달러 이내에서 2분기 내로 후순위채를 찍기로 의결했다. 공모발행에 나설 해외국가로는 유럽과 아시아, 미국 등으로 결정했다.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났지만, 국민은행은 아직 외화 후순위채 발행시점을 잡지 못하고 의사결정을 유보한 상태다.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이면서 채권 발행시장에서 적절한 가격을 못 찾고 있고, 유통시장 내에서도 가산금리가 불안정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실제 국민은행이 작년 2월 발행한 10년물 달러 후순위채는 발행 당시 187.5bp였던 가산금리가 현재 300bp 이상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국민은행은 얼어붙었던 아시아 달러채 발행이 재개되는 추세지만, 적정한 밸류를 판단할 수 있을 정도로 시장이 안정돼야 발행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달 초 AIA와 바이두, 인도네시아 정부 등에서 아시아 달러채 발행이 재개되고 전일에는 산업은행이 한국물 달러채를 발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현재 비드레이트와 오퍼레이트가 50bp 이상 차이 나는 등 가산금리 밴드가 상당히 벌어져 있는 상황이라 좀 더 지켜보겠다는 설명이다.

달러표시 은행채뿐만 아니라 원화 은행채도 발행 시기를 늦추기는 마찬가지다.

KB금융지주는 오는 9일 3천억 규모의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기로 결정했지만, 발행 시점을 상반기 이내로 미뤘다. 이사회가 열릴 시점까지만 해도 시장 상황이 괜찮았지만, 현재는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국제유가 하락이나 코로나19로 하이일드 스프레드가 빠르게 오르고, 은행채 금리도 국고채 대비 스프레드가 30bp 이상 확대됐다.

이에 최근 발행한 하나은행 코코본드도 3천억 물량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수요예측에서 시간 내 2천700억원의 수요만 들어오면서 사실상 수요가 미달하는 모양새가 연출되기도 했다.

KB금융지주 자금시장부 관계자는 "수요가 잡히지 않아 사전에 접촉한 투자자들이 원하는 금리를 높게 부르고 있다"며 "이를 충족시키려면 내부적으로 금액 한도를 높게 잡아야 하는데, 리스크관리위원회 등에서는 시장이 불안정하니 기다려보자는 의견이 지배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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