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공포와 안도의 사이. 금융시장 풍향계는 지금 어디쯤을 가리키고 있을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공포는 여전히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과 유럽 등 전 세계 상황은 아직 진정 기미가 없다. 언제쯤이나 이 바이러스가 잡힐지 지금으로선 가늠하기도 어렵다.

그런데도 시장은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는 분위기다. 코로나19 확산의 꼭짓점을 본 것일까. 태풍의 눈 속에서 잠시 잠잠해진 것에 불과할까. 2차 금융 쇼크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존재하지만 희망의 불빛도 조금씩 보이고 있다. 외국인, 그들의 움직임에서 공포 탈출의 조짐이 발견되고 있다는 얘기다.

서울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행보는 의외라고 평가될 정도로 우호적이다. 외국인은 국고채 지표물 등 원화채를 대량으로 사들이고 있다. 지난달 이후로만 국고채 10년 지표물을 4조원 넘게 순매수했다. 금융감독원 집계에 따르면 외국인의 원화채 보유 잔액은 지난 6일 기준 132조8천억원으로, 연초 123조6천억원보다 9조원 넘게 늘었다.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지난 2월 말 이후로도 잔액은 3조8천억원가량 증가했다. 원화채를 위험 자산이라고 본다면 취하기 어려운 매매 포지션이다.

국채선물시장 외국인 움직임도 3월 말 이후 눈에 띄게 달라졌다. 외국인은 지난달에만 국채선물을 7만7천계약(약 8조5천억원) 팔아치우며 위기감을 키웠다. 4월 들어선 전일까지 3천계약가량 순매수했다. 지난달 25일 이후로 좀 더 넓혀서 보면 이들의 순매수 계약 수는 2만개를 훌쩍 뛰어넘는다.

반면에 국내 주식시장에선 외국인 매도 공세가 여전하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달 5일 이후 한 달 넘게 하루도 빠지지 않고 주식을 팔았다. 2월 3조3천억원 순매도에 이어 3월에는 무려 12조5천억원어치를 팔아 치웠다. 4월 들어 전일까지는 2조원의 순매도를 기록 중이다. 3월에 비하면 매도 강도가 다소 약해졌다는 게 그나마 위안거리다.

외국인의 주식 매도세가 점차 수그러들 것이란 기대도 있다. 글로벌 자금시장에서 일부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는 것을 근거로 한다. 여의도 증권가에 따르면 글로벌 주식형 펀드에 4월 첫 주 약 8억달러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많은 규모는 아니지만, 2월 중순 이후 6주 만에 첫 자금 유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아직은 북미지역 펀드 등 선진국 주식형 펀드로의 유입 자금이 대부분이다.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유동성 투입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인지 주목된다. 연쇄적으로 신흥국 펀드로의 유동성 보강이 이뤄지면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매도 공세도 일단락될 가능성이 있다.

달러 자금시장과 원화 자금시장 상황도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 달러 자금시장은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이후에, 원화 자금시장은 한국은행과 금융당국의 유동성 보강책 등에 한결 안정을 찾았지만 여전히 곳곳에서 파열음이 전해진다. 회사채와 증권사 기업어음(CP), 여전채 등 어느 한 곳에서라도 구멍이 생기면 그 파장은 금융시장의 2차 쇼크로 이어질 수 있다. 자금시장의 파열은 즉각적으로 금융회사의 유동성 문제를 일으키고, 더 나아가 국내 금융시스템 전반에 직접적인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 한국 주식 매수를 꺼리는 외국인 투자자 역시 이 부분을 걱정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외국인이 우리 시장에 본격적으로 발을 담그기 시작할 때, 투자 시계는 공포와 안정 사이에서 안정 쪽에 더 가까워질 것으로 예상한다. (금융시장부장 한창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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