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우여곡절 끝에 채권시장안정펀드가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를 오는 14일 처음 매입한다.

그간 금융당국과 여신전문금융회사 간 적정금리 논쟁이 격했던 만큼 이번 주 시장 안정의 중대 고비를 맞을 수 있다는 시각이 많다.

금융당국과 시장 간 의견 충돌이 있었던 부분은 원칙과 현실 사이에서 타협점이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채안펀드를 통해 여전채를 매입하는 입장은 시장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당위성은 인정하면서도 손해 보는 장사가 내키지 않았고 ,조달금리 인상에 속을 끓이는 발행사는 생존의 문제를 들이밀었다.

결국 길어진 금리 줄다리기로 이르면 지난달 말에 여전채 매입이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고 이번 달 중순이 돼서야 첫 매입이 성사됐다.

첫 번째 여전채 매입 과정을 통해 금융위원회와 시장 간 견해 차이는 크게 좁혀지지 않았다는 점을 재차 확인할 수 있다.

앞으로도 자금 조달이 급한 카드사나 캐피탈사는 입찰을 통해 다른 회사보다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해야 하고 자신이 보증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자금 조달 여건이 상대적으로 나아 보이는 카드사보다는 캐피탈사가 매입대상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도 알 수 있다.

매입에 있어 이러한 까다로운 조건은 여전채 매입 첫 대상으로 선정된 메리츠캐피탈을 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자산규모 6조7천억원으로 캐피탈 업계에서 10위권 정도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메리츠캐피탈은 메리츠금융지주라는 탄탄한 모그룹을 등에 업고 있다는 점이 선정과정에서 중요하게 작용했다.

메리츠캐피탈의 신용등급은 'A+'에 머물러 있어 금융당국이 제시한 여전채 매입조건 'AA-' 등급을 충족하지 못했지만, 금융지주 보증채는 'AA' 등급이 될 수 있다는 점이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메리츠캐피탈은 자금 조달을 위해 민평대비 6bp라는 높은 금리를 써내 겨우 승리할 수 있었다.

금융당국이 지난주 밝혔듯이 여전채는 앞으로도 시장발행을 먼저 선택할 수 있도록 유인체계를 유지할 계획이다.

앞으로도 자금 조달이 급한 쪽에서는 메리츠캐피탈의 사례처럼 더 높은 금리를 써내 경쟁에서 승리해야 한다.

여전히 여전채 시장이 불안해 시장에서 조달이 힘든 카드사나 캐피탈사 입장에서는 불만이 쌓여갈 수 있는 지점이다.

캐피탈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금융당국은 아쉬운 쪽에서 가격을 낮춰서 도전하라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며 "당국이 채안펀드 집행에 있어 아직 금융위기 정도의 위기는 아니라고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채안펀드의 여전채 매입 계획에도 시장은 여전히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캐피탈채 'AA+' 등급 기준 3년물 신용스프레드는 지난 10일 74.1bp로 더 확대됐고 채안펀드 매입 기준이 되는 'AA-' 등급 역시 87.7bp로 확대 국면이 지속됐다.(자산운용부 변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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