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짧고 겨울은 긴' 윤종규의 빅딜

IFRS17 시행 후 역마진 우려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푸르덴셜생명보험이 KB금융지주에 안긴 것은 윤종규 회장의 결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간 생명보험 계열사가 빈약했던 KB금융은 이번 딜로 비은행 포트폴리오의 마지막 퍼즐을 채우게 됐다.

윤종규 회장은 재임 기간 증권과 손해보험에 이어 생명보험까지 세 번의 굵직한 인수합병(M&A)에 성공했다. 2조3천400억원의 인수가가 '제값'인지에 대한 논란을 차치하고 이번 딜의 적정성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기본적으로 남아있는 생보사 매물 중 푸르덴셜생명만 한 '게임 체인저'를 찾기 어렵다는 점과 KB금융이 다른 금융지주에 비해 자본여력에 여유가 있다는 점은 이번 딜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배경이다. 다만, 새로운 국제보험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되는 2023년 이후를 생각하면 밝지만은 않다.

◇ PBR은 '승' ROIC는 '패'…염가매수차익 2천억 전망

KB금융의 푸르덴셜생명 인수는 딜이 시작되기 전부터 신한금융지주의 오렌지라이프 인수와 비교됐다. 두 곳 모두 리딩금융 타이틀 사수와 탈환의 키로 생보사 M&A를 활용해서다.

주당 몇 배의 가치로 매매됐는지를 보여주는 주가순자산비율(PBR) 기준으로는 KB금융이 앞선다.

기초 매매대금(2조2천650억원)에 이자(750억원) 지급분을 더한 KB금융의 푸르덴셜생명 지분 100% 인수액은 PBR 0.8배 수준이다. 신한금융이 잔여지분 인수를 포함해 3조2천570억원에 사들인 오렌지라이프 PBR은 0.94배다. KB금융이 더 싸게 샀다.

물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국내 생보사 PBR은 0.1~0.3배까지 떨어졌음을 고려하면 두 사례 모두 상당한 프리미엄을 지급한 게 됐다.

반면 투입한 자산이 얼마만큼의 이익을 냈는지를 보여주는 투하자본이익률(ROIC) 기준으로는 신한금융이 앞선다.

푸르덴셜생명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천407억원으로 매각가를 고려한 ROIC는 6.21% 정도다. 최근 3년간 푸르덴셜생명의 자체 자기자본이익률(ROE)도 4.8~7.4%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오렌지라이프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천715억원으로 최종매각가를 고려한 ROIC는 8.33%다. 최근 3년간 오렌지라이프의 ROE 역시 8%대 수준으로 신한금융이 처음 지분을 매입했을 때 순이익은 3천억원대에 달했다. 더 돈이 되는 딜인 셈이다.

KB금융은 이번 딜을 오는 3분기까지 마무리할 방침이다. 예정대로라면 연내 금융당국의 자회사 편입 인가도 가능하다. 이후 공정가치 평가를 통해 염가매수차익도 반영할 수 있다. 전적으로 KB금융의 선택에 달려있다. 신한금융의 경우 조단위까지 늘어날 수 있는 염가매수차익을 포기하고 영업권을 선택했다.

현재 KB금융은 내부적으로 2천억원 수준의 염가매수차익 인식을 계획하고 있다. 반대급부인 영업권은 공정가치를 고려해 1조6천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 푸르덴셜 선배당 임박…KB금융, 이중레버리지 관리 '관건'

13일 투자은행(IB) 업계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KB금융은 이번 딜에 필사적이었다. 실제로 지난달 본입찰 이후에 KB금융이 2조4천억원 수준의 가격을 제시했다는 이야기까지 회자했다. 물론 실제 인수가는 낮아졌다. 푸르덴셜생명은 매년 600억원 안팎의 배당을 해왔고, 올해도 KB금융에 자회사로 편입되기 전 배당을 실시할 예정이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국내 금융회사에 고배당을 자제하고 나섰지만,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는 외국계 생명보험사가 이를 지킬 의무는 없다.

본입찰 이후 매각 주관사인 골드만삭스를 통해 KB금융을 웃도는 기초 매매대금을 제시한 곳도 있었다지만 어디까지나 비공식적인 루트였다. 전략적투자자(SI)인 KB금융의 차별성까지 더해지며 매각가에 기반한 정량적 기준이나 정성적 평가에서도 KB금융이 압도적이었단 후문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KB금융이 다방면의 측면에서 다른 후보군을 앞섰다"며 "거래를 빨리 종결하려는 미국측의 니즈와 KB금융의 의지가 맞아떨어진 딜"이라고 평가했다.

푸르덴셜생명 인수로 낮아지는 KB금융의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70~80bp에 불과하다. 현재 13.58% 수준임을 고려하면 12%대를 유지할 수 있어 다른 금융지주보다도 안정적이다.

다만 이중레버리지 비율 관리가 관건이다. 지난해 말 기준 126% 수준이지만, 이번 인수에 성공하며 138% 근처까지 치솟게 됐다. 금융당국이 권고하는 이중레버리지 준수 비율은 130%로, KB금융은 자회사 편입 인가를 제출하는 시점까지 조건부자본증권과 계열사 배당을 통해 이중레버리지를 낮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공시한 3천억원 규모의 자본증권 발행으로 2%포인트(P) 정도 이중레버리지 비율이 낮아지는 점을 고려하면 7천억원 안팎의 추가 자본증권 발행이 필요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푸르덴셜생명의 선배당은 딜진행 과정의 논의대상으로 엄밀하게 말하면 최근 당국의 스탠스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며 "다만 이중레버리지를 낮추고자 KB금융이 계열사로부터 받는 배당에 대해선 현시점에서 분위기가 다소 달라진 것은 사실이다. 자본증권을 발행해야 하는데 조달환경을 고려해 KB금융이 선택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 "봄은 짧고 겨울은 길다"

KB금융은 이번 인수를 진행하며 푸르덴셜생명의 연간 당기순이익을 1천600억원 수준으로 고려했다. 건전성을 보여주는 지급여력(RBC)비율 425%로 300%가 채 안 되는 업계 평균을 크게 앞서는 점도 높게 평가했다.

문제는 푸르덴셜생명의 고금리 부채 비중이 34%에 달한다는 점이다. 대다수가 과거 고금리 시절에 성사된 계약이라, 평균 금리도 5.22%에 수준이다.

물론 업계 톱티어인 삼성생명과 한화생명도 고금리 부채 비중이 각각 74%와 57%에 달한다. 이들의 평균금리는 6%대로 알려져 있다. 이들과 비교하면 상대평가에서 후한 점수를 받을 수 있을지 모르나 고금리 부채의 부담이 큰 것은 사실이다.

푸르덴셜생명은 보장성 중심의 계약이 많다 보니 부채 만기가 자산 만기보다 길다. 이는 관행적으로 부채의 가치를 원가 중심으로 측정해온 보험업계에 시가평가를 골자로 한 IFRS17가 도입되면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향후 KB금융에 자회사로 인수되는 시점의 회계처리도 고민거리다.

KB금융은 특정일을 기준으로 기업가치를 평가해 매매대금을 결정하는 '매매 시점 및 가격 고정 방식(locked box)'으로 계약을 진행했다. 다만, 자회사에 대한 편입인가를 획득한 이후엔 해당 시점을 기준으로 자산 공정가액을 구해 연결기준으로 반영해야 한다.

최근 보험사들은 떨어지는 금리로 채권평가이익이 크게 늘었다. KB금융은 이미 채권평가이익이 늘어난 상태의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했다. 올해 가을 이후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시장의 추세를 고려하면 인가 시점의 채권평가이익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자회사 편입 시점에 채권평가이익을 재평가한다면 개별 기준으로 푸르덴셜생명의 평가이익은 늘 수 있지만, 연결 기준으로는 줄어들 수 있다.

업계에선 금리에 연동한 리스크가 KB금융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봤다.

한 신용평가사 연구원은 "결국 최종 인수 시점의 채권 가치가 중요하다"며 "향후 평가이익이 늘어날 대로 늘어난 채권을 처분한다면 푸르덴셜생명 개별 북에는 도움이 되지만 연결 북에는 손실로 잡힐 수 있다. 자산과 부채 만기의 미스매칭이 다른 보험사보다 심한 탓"이라고 평가했다.

이 연구원은 "인수 대안이 없는 것은 맞지만, 킥스(K-ICS)나 IFRS17 하에서 푸르덴셜생명이 좋은 매물인지는 모르겠다"며 "부채 평가와 앞으로 도래할 역마진 부담을 생각하면 봄은 짧고 겨울은 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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