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글로벌 채권시장에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수요자가 아닌 공급자 위주의 시장 일변도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일례로 신용등급 `Ba1'에 불과한 필리핀 국채 10년물이 5%라는 이례적으로 낮은 수준에 발행된 것을 두고 국제금융시장에서는 놀랍다는 반응이다.

투자적격에는 한참 못미치는 등급에, 5% 금리인데도 시장에서 팔려 나간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한마디로 돈은 넘치고 갈 곳은 없는 현상이 세계적으로 만연하단 얘기다.

국제금융시장에서 활약하는 한 IB 관계자는 "펀드매니저들이 물건(글로벌 채권)을 내놓으면 다시 못채운다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공급자 위주의 시장이 형성돼 있다"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돈은 있지만 살 물건이 없어 있는 물건을 그냥 들고 가는거란 얘기다.

자금조달이 필요한 기업 입장에서 보면 지금이 펀딩에 나서야할 타이밍인 것은 분명한 듯 싶다. 분위기가 좋고, 해외로 나가면 웬만한 기업들은 좋은 금리에 자금을 빌릴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시장에서 한국 기업이면 신용등급도 신흥국 중엔 제일 좋은 편이고 투자자들이 공부도 이미 많이 해놓은 상태라 찍기만 하면 잘 팔릴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물론 공급이 많아지면 약간 밀리기야 하겠지만 찍을수만(기채) 있으면 찍어야한다는 게 대세다.

문제는 찍을 만한데들은 이미 찍었고, 찍고 싶은데들은 다 이유가 있어 여태 못찍은 거라고 국제금융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금융위기가 장기화되면서 중앙은행들이 유동성을 계속 확대하면 디플레이션과 인플레이션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이 나눠질 가능성, 그러면서 `큰 디폴트'가 또 오지 말란 법은 없다는 말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지금 외화채 발행여건은 `이상 상황'이라 할만큼 좋다는 건 확실하다. 국내채권도 앞으로 중앙은행 등 외인들이 많이 살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지금 당장은 좋다. 국내금리가 낮게 유지되고 외화펀딩 싸게하고 일거 양득이다.

그러나 역사적인 순환을 봤을 때 그 돈은 언젠가 빠져나간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유럽의 부실 국가들이 `한방에 훅 갈'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배제할 수도 없지 않은가.

원화가 계속 강세로 가면서 수출경쟁력이 점점 훼손되다가 글로벌 경기 침체가 더 짙어지면 우리 기업들의 자금사정과 거시경제 상황도 자신할 수만은 없다.

경기침체와 외부충격이 겹쳐 충격이 올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쪽으로 기울어 있어야 한다. 곳간을 채워놔야 마음이 놓이듯 어려울 때에 대비한 준비는 호시절에 해야한다.

지금은 호황이 아니라 `이상 상황'이기 때문이다.(산업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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