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경영권 승계 의혹 및 노동 문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그간 지속해 온 삼성의 고질적 이슈에 대한 정면 돌파 의지를 보였다.

경영권 승계 문제와 관련해 빚어진 각종 사법적 문제에 대해 고개를 숙이고, 삼성 창립 이후 이어져 온 '무노조 신화'도 스스로 무너뜨리겠다고 공언한 것은 '총수'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한층 더 무겁게 수행하겠다는 판단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것"이라며 창업주인 조부 고(故) 이병철 회장과 부친인 이건희 회장에 이어 3대째 이어진 후계 승계 문제를 자신의 대(代)에서 끊겠다는 선언을 전격적으로 한 것은 이번 사과의 진정성을 높이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러한 점 때문에 이 부회장의 직접 사과가 '뉴 삼성'에 대한 진정성이 인정받고, 이 부회장에 대한 사법 리스크도 완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하지만 이번 사과와는 별개로 이 부회장에 대한 국정농단 파기환송심과 삼성 계열사 관련해 여러 수사·재판 등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점은 여전히 안정적인 리더십을 다지는 데 큰 걸림돌이 될 것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 승계·노동 문제 사과로 준법감시 의지 강조

이 부회장의 이날 대국민 사과는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발생한 논란에 대한 반성과 재발 방지에 초점을 맞춰졌다.

그는 "저와 삼성을 둘러싸고 제기되는 많은 논란은 근본적으로 경영권 승계 문제에서 비롯된 게 사실"이라고 토로하고 "모든 것은 저희의 부족한 때문이며 저의 잘못이다.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이 자리에서 분명히 약속드린다. 이제 경영권 승계 문제로 더는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며 "제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이 자신의 이후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명시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 준법감시위가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잘못된 점을 반성하고 사과하는 동시에 재발 방지를 확실히 하라고 권유한 것을 충실히 이행한 것으로 평가된다.

준법감시위의 지속성을 보장함으로써 준법감시위가 삼성의 '들러리'라는 지적을 털어내는 데도 주력했다.

준법감시위는 이 부회장에 대한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기업 내 준법감시위원회 설치를 감형 요소로 반영할 수 있다고 언급한 후 꾸려졌다.

이에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준법감시위가 파기환송심 재판에 이용당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아 왔다.

이 부회장은 이런 지적과 관련해 "준법은 결코 타협할 수 없는 가치다. 준법이 삼성의 문화로 확고하게 뿌리내리도록 하겠다"며 "저와 관련한 재판이 끝나도 독립적인 위치에서 계속 활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사과에 이어 파기환송심이 집행유예로 선고되면 이 부회장이 그리는 '뉴 삼성'이 본격 궤도에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부회장 역시 사과문에서 "한 차원 더 높게 비약하는 새로운 삼성을 꿈꾸고 있다. 대한민국의 국격에 어울리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다"며 '뉴 삼성' 대한 의지를 강조했다.

◇ 법원의 승계 위법성 판단 가능성 여전히 불씨

이 부회장의 사과와 별도로 사법 리스크가 가중하는 점은 여전히 부담이다.

특히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위법행위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은 점이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

이 부회장은 "저와 삼성은 승계 문제와 관련해서 많은 질책을 받아왔다. 최근에는 승계와 관련한 뇌물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승계 과정에서의 위법행위가 아닌,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논란과 의혹을 불러일으킨 점에 대해 사과한 것이다.

사법부가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위법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준법감시위 역시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의 '준법의무 위반'이라는 표현을 통해 과거를 털고 가라는 권고를 하며 불법 또는 위법행위에 대한 논란을 피해갔다.

다만 그간 어떤 위법 의혹에도 경영권 승계 관련성을 인정한 적이 없었던 삼성이 이 부회장이 직접 나서면서까지 승계 논란에 대해 사과한 것은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대법원은 지난해 8월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2심에서 일부 무죄를 선고했던 혐의에 대해 유죄 취지로 돌려보내 현재 서울고법에서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이다.

현재 파기환송심은 특검이 "재판부가 이 부회장에게 편향적으로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재판부를 바꿔 달라는 기피 신청을 하면서 공회전하고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의혹과 관련한 검찰 수사에 이 부회장 소환도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외에 이 부회장이 직접적 피고인은 아니지만 삼성 노조 와해 혐의 재판,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 재판 등이 진행 중이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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