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 3월 장중 1,439포인트까지 곤두박질했던 코스피지수가 1,950선에 바짝 다가섰다. 코로나19로 폭락했던 주가가 반등하면서 국내외 금융시장을 중심으로 최악의 국면은 지난 게 아니냐는 낙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나 실물경제는 정반대다. 최근 발표되는 실물지표들은 연일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대비 마이너스(-) 1.4%를 기록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던 지난 2008년 4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 4월 통과기준 수출은 전년 동기보다 24.5% 급감하면서 2009년 5월 이후 최대 감소 폭을 나타냈다. 5월 들어 10일까지 수출은 전년 동기보다 46.3%나 급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그동안 상상할 수도 없었던 수준의 충격적인 경제지표들이 연거푸 발표되고 있다. 바야흐로 증시를 비롯한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의 괴리현상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금융시장 내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통상 주가와 채권금리는 동행하기 마련이다. 주가가 오르면 채권금리가 상승한다. 즉 주가가 오르면 반대로 채권가격은 하락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주가가 상승하는 와중에도 국내외 채권금리가 하락하고 있다. 주식시장이 경기 반등에 무게를 둔 반면 채권시장은 여전히 경기 하락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에 대해 상당수 전문가는 코로나19 대유행을 계기로 펼쳐진 각국 재정당국의 정책 대응과 중앙은행들의 공격적인 통화 완화에서 이유를 찾는다. 결국, 유동성의 힘이 기업들의 실적둔화와 펀더멘털 부진을 메워 주고 있다. 실제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사실상 회사채 매입을 시작했고, 유럽중앙은행(ECB)도 회사채를 담보로 인정하기로 했다. 한국은행도 올해만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내렸다.

중앙은행들의 유례없는 돈 풀기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최근 주가 상승으로 금융시장과 실물경제가 지나치게 괴리되고 있다는 우려 또한 커진 게 사실이다. 실물경제에서는 코로나19로 촉발된 경제 쇼크가 겨우 잠복기를 지났지만, 금융시장에서는 벌써 회복기로 평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른바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확산으로 현 상황에 대한 위기감이 재차 고조되는 가운데 실물경제의 척도로 해석되는 고용지표에서도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전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고용동향을 보면, 취업자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7만6천명 줄었다. 외환위기로 대량실업을 겪은 1999년 2월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국내외 방역당국과 경제당국의 우려도 커지는 모양새다. 전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코로나19 사태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어떤 시기보다 심각한 침체에 직면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심각한 경기하강 위험이 있다. 저성장과 소득 침체가 장기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내외 실물경제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고수익을 위해 높은 리스크를 지지 말라는 충고다. 경기가 살아난다는 신호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또다시 코로나19가 유행처럼 번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유동성의 힘이 금융시장 안정에 일조했고, 낙폭과대에 따른 주가 반등을 깎아내릴 필요는 없지만, 자칫 지나친 낙관론으로 섣불리 김칫국부터 마셨다가는 호되게 당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정책금융부장 황병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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