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미국은 경제·금융 사범을 심하다 싶을 정도로 가혹하게 다룬다. 경제·금융 사범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맹주인 미국의 주주 자본주의를 훼손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주가를 조작하고 회계 부정을 저질러도 이른바 '범털' 대우를 받는 한국과는 차원이 다르다. 범털은 교도소에서 죄수들이 사용하는 은어로 돈이 많거나 지적 수준이 높은 수감자를 일컫는다.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법원은 최근 '폰지사기의 제왕'인 버나드 메이도프(사진)의 조기 석방 요청을 기각했다. 폰지사기 혐의 등으로 150년형을 선고받은 메이도프는 신장 질병으로 18개월의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며 조기석방을 요청했다.







법원의 기각 사유를 보면 매정하다 싶을 정도로 단호하다. 데니 친 판사는 조기석방 요청을 기각하면서 175억달러를 잃어 지금도 고통을 받고 있는 수천명의 '메이도프 피해자'들을 주목했다. 이들은 수십년간 사기 행각이 2008년 12월에 드러났을 때까지 자신들의 돈이 적법하게 투자됐다고 믿었다.

데니 친 판사는 메이도프에게 150년 형을 선고한 판사이기도 하다. 그는 메이도프에게 150년 형을 선고한 것은 감옥에서 숨을 거두라는 의도를 가졌던 것이라며 지난 11년 동안 판결을 바꿀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친판사는 올해 82세인 메이도프의 공개 진술서를 검토한 결과 그는 자기 행동에 대한 책임을 전혀 인정하지 않을뿐더러 희생자들을 나무라기까지 했다는 점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유대인인 메이도프는 나스닥 증권거래소 이사장까지 지낸 월가의 거물이었다. 그는 자신의 명성을 바탕으로 희대의 폰지 금융 사기를 벌이다 지난 2009년 150년형을 선고받고 미국 노스 캐롤라이나 연방의료센터에 수감 중이다.

회계 부정을 저질렀던 미국 에너지 회사 엔론사의 최고 경영진도 지난 2001년에 중형을 선고받았다.

미국 엔론의 당시 회장이었던 케네스 레이와 CEO였던 제프 스킬링은 분식회계의 대가로 24년 4개월과 24년형을 각각 선고받았다. 이들이 분식회계라는 경제 범죄를 저지르는 바람에 선의의 피해자가 속출했다는 점이 중형선고의 배경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식 자본주의가 탐욕의 결과물이라는 비난 속에도 왜 아직도 작동하는지 웅변하는 대목이다.

한국 법원은 그동안 주가 조작과 분식회계 등 경제금융 사범에 대해서 너무 관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회계 부정을 저질러도 제대로 단죄되지 않는 사례가 허다하다. 경제범죄가 제대로 단죄되지 않은 탓에 폰지 사기의 전형인 다단계판매 사기 행각은 일상이 되고 있다. 주수도 전 제이유그룹 회장은 2조원대 다단계판매 사기 행각을 벌였지만 지난 2007년 12년형을 선고받는 데 그쳤다. 코스닥 시장 등에서 주가 조작을 통해 부당이득을 챙겨도 형량은 높지 않다. 피해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고작 1~2년의 징역형을 받는 솜방망이 처벌도 속출하고 있다. 코스닥시장 등에서 분식회계와 더불어 주가조작 사건이 끊이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제 우리도 주가를 조작하거나 분식회계를 하면 미국처럼 감옥에서 생을 마감할 수도 있다는 점을 일벌백계로 보여줄 때가 됐다. 그래야 자본주의의 질서가 바로 잡힌다. (국제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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