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금융시장에도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올 2월까지 2,200을 유지하던 주가가 급락하면서 불과 한 달 만에 1,400대까지 하락하였으며, 최근 다시 2,200선 가까이 회복하며 주식시장은 안정을 찾는 분위기다. 몇몇 투자자들에게 소위 '대박'을 얻을 기회였을 것이다. 국민연금기금도 이 기회를 노릴 수 없었을까. 코로나로 주가가 내려갈 것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주식을 팔고 이후 반등할 때 샀다면 엄청난 이익을 얻었을 텐데 말이다. 결론을 말하자면, 국민연금에서 이러한 방식의 투자는 불가능하다.

일반펀드와 국민연금기금 사이에는 운용측면에서 근본적 차이가 있다. 투자자의 지위, 기금의 성격, 이해관계자 특성 등 상당 부분에서 일반펀드와 같이 운용하기 불가능한 이유가 있다. 이 중에서 가장 큰 차이는 규모의 차이다. 단순하게 거대 기금과 일단 기금의 차이 정도가 아니다. 국민연금기금 규모는 이미 국내 자본시장을 구축하는 정도로 성장해 버렸다.

국민연금기금은 지난 1988년 5천300억원으로 시작해 2003년 100조원을 돌파했으며 2019년 말 기준 737조원 수준으로 세계에서 세 번째 규모다. 소위 '연못 속의 고래'라는 말이 나온 지도 십 수년이 지났다. 그럼에도 국민연금 급여수급액은 연금보험료 유입액보다 작아 매년 30조~40조원의 현금이 운용수익과 상관없이 증가하고 있다. 2020년 책정된 국가 총예산이 513조5천억원임을 고려한다면 국민연금기금으로만 1년 국가 살림을 하고도 상당액이 남으며, 2019년 우리나라 총생산액 1천919조원의 38%가 넘는 규모다. 자본시장 측면에서 보면 문제는 더 부각된다. 채권시장에서 국민연금 보유분이 차지하는 비중은 15% 정도이며, 주식 부문은 시장 전체의 7.6%에 달한다. 유가증권시장의 경우로 한정하면 8.6%다. 그나마 기금의 절반 정도가 해외 투자로 빠져서 이 정도다.

국민연금기금은 시장추종자가 아니다. 오히려 시장주도자다. 국민연금기금의 매매행위는 직접 시장에 영향을 준다. 국민연금기금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여러 관계자들의 주목을 끌 수밖에 없다. 한 예로 실제 국민연금이 특정 주식을 집중적으로 매수하게 될 경우 해당 주식의 가격은 상승할 수밖에 없다. 매수 규모가 매도를 압도하게 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주가 상승으로 나타난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운용자의 입장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반대로 최근 코로나19 등의 충격으로 향후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시기에 보유주식을 매도해 손실을 줄이거나 그 한도가 넘어설 경우 로스 컷을 하는 것이 개별 자산의 수익률 관리 측면에서는 옳다. 하지만 국민연금에서 이러한 운용은 국가적으로 재앙이다.

국민연금이 매수해 올린 주가는 시장의 거품을 야기할 수 있으며, 매도로 인한 가격하락 손실은 투자자들에게 직접적으로 전가된다. 개별 펀드라면 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고 펀드의 수익으로 전환이 가능하겠지만, 국민연금은 말 그대로 국민의 기금이다. 국민연금의 운용이 가입자인 국민들의 이익에 부합해야 함을 의미한다. 국민연금의 투자가 가입자의 이해와 상충됨이 없어야 한다. 실제 국민연금이 투자하는 주식과 채권은 기금의 안정성을 위해 일정 수준의 신용등급 및 규모를 가진 곳에만 투자한다. 국민연금 가입자 중 10% 내외에 불과한 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만이 국민연금 투자대상에 근속한다. 국민연금의 투자를 받는 기업들의 영업행위가 다른 가입자의 이해를 해할 수 있다는 점이 운용에 고려돼야 하는 이유다.

시장에서 매매 활동에만 해당하는 건 아니다. 매년 3월경이면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하나하나가 집중적인 관심 대상이 된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기업 중 주요주주로 간주되는 10% 넘는 기업의 수만 98개이며, 5~10% 기업도 201개에 달하는 등 의결권을 포함해 주주권의 행사에서도 큰 영향을 끼치는 존재로 인식된 지 오래다.

국민연금 투자는 수익을 얻기 위한 단순한 투자 그 이상이다. 기본적으로 투자의 수익성 및 안정성뿐 아니라 국가 전체적인 고려, 산업 및 시장에의 영향, 가입자의 이해 상충 완화, 기금의 책임 등 그 하나하나가 다른 펀드들과는 다른 국민연금기금만의 특징이다. 그리고 이는 국민연금기금의 책임운용 기반이다. (원종현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투자정책전문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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