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연의 전망대> 연금지급 보장보다 시급한 과제
<배수연의 전망대> 연금지급 보장보다 시급한 과제
  • 승인 2020.06.29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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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미래 세대를 위한 연금개혁을 더 늦출 수 없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인구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현 상태의 연금구조는 지속 불가능할 것으로 진단되면서다. 정치권도 연금개혁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하면서도 어디를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는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사회보장정책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오는 2040년 16조1천억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유출초로 전환된다. 유출초를 기록하기 전까지 국민연금은 1천700조원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점쳐졌다. 2054년에는 적자 규모가 163조9천억원으로 증가하면서 적립기금이 모두 소진될 것으로 예상됐다.

전 세계적으로 한국의 국민연금만큼 기금 규모가 단기간에 극적으로 변하는 경우도 찾아보기 힘든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인구 고령화에 따른 파장이 파괴적일 수 있다는 의미다.

◇고령화·긱노동자 문제 해결이 우선

연금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서 정부 여당은 국민연금의 국가 지급보장을 골자로 한 국민연금 개정안을 발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다. 인구 고령화로 연금지급에 대한 부담을 후배 세대들에게 전가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어서다.

현재의 연금제도가 기대수명이 80세를 넘은 한국적 현실을 반영하는지 냉철하게 되돌아봐야 한다. 서구 선진국들은 인구 고령화에 따라 재정 건전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연금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21세기 들어 보편화하고 있는 이른바 '긱(gig) 노동자'들에 대한 연금적용 확대 등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성찰해야 한다. 긱 노동자는 필요에 따라 임시로 계약을 맺은 후 일을 맡기는 긱 경제 플랫폼에서 일거리를 구하는 노동자를 일컫는다. 배달, 대리운전 등에 종사하며 온라인 중개 플랫폼을 통해 일을 얻는다. 이들은 수요독점 형태의 플랫폼을 통해 일자를 얻는 탓에 연금적용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

◇ 연금지급 시기와 은퇴연령 상향조정이 대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은 인구고령화에 따른 연금재정의 파괴적 파장을 막기위해 연금지급시기 및 은퇴연령의 상향조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OECD에 따르면 네덜란드와 스웨덴 등 연금 개혁에 적극적인 일부 유럽국가는 은퇴연령을 지속적으로 상향조정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경우 지난해 노사합의로 잠정중단하기는 했지만 이미 66.4세까지 은퇴연령을 상향조정했다. 스웨덴도 현재 67세인 해고가능한 법정정년을 점진적으로 상향조정해 2023년에 69세까지 높이기로 했다. 스웨덴은 아예 기대수명과 정년을 연계하는 권고정년(recommended retirement age) 개념을 도입해 조기은퇴를 예방하기로 했다. 스웨덴은 2026년부터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보장제도의 기준 연령도 권고 정년과 유사한 수준으로 연계할 예정이다.







<OECD국가의 은퇴연령(연금수급연령)>



유럽 일부 국가들은 정년을 상향조정하는 대신 부분퇴직 등 유연한 퇴직제도를 도입하고 세제 등의 장치를 동원해 근로유인을 강화하고 있다. 연금 선진국인 캐나다의 경우 기초연금 수급 소득기준을 완화해 저임금 노인의 근로를 장려하고 있다. 덴마크는 67세인 정년 후에도 연간 1천560시간 이상의 일자리에서 12개월 이상 일할 경우 3만크로네(54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이 모든 조치는 수명이 늘어난 만큼 후배 세대들에게 연금재정의 부담을 일방적으로 전가하지 말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국의 베이비부머세대와 이른바 586세대가 명심해야할 대목이다.

◇비전형적 일자리가 대세인 시대의 연금

OECD는 비전형적 일자리(Non-standard form of work)에 대한 연금 제도 개혁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노동시장에서 주류 자리를 차지할 정도로 비전형적 일자리의 비율이 급속하고 늘고 있어서다.

특히 긱 노동으로 일컬어지는 플랫폼 기반의 일자리는 총고용의 최고 3% 수준에 그치지만 청년의 종사비율이 높은 게 특징이다. 이들에게 연금 가입은 너무 멀어 꿈의 나라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이른바 노후 생활 보장을 위한 공적 연금의 사각지대에 방치된 셈이다.

직장 단위의 퇴직연금도 비전형적 일자리 노동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연금의 가입요건이 획일적인 탓이다. 시간제 및 최저소득기준, 최소근로시간요건, 최소가입기간 등의 요건으로 임시직은 퇴직연금에 접근할 기회가 원천봉쇄된다.

이에 따라 일부 국가는 최근 비전형 노동자에 대한 퇴직연금적용을 확대하는 내용의 제도변경 추진 중이다.

예컨대 독일은 플랫폼 사업자 등 수요독점에 노출된 독립사업자의 의무가입을 도입했다. 이탈리아와 포르투갈도 수요독점 사업가에게 연금 기여분을 전가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파트타임 근로자에 대해서도 근로시간 및 소득 관련 기준을 완화해 연금가입을 확대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프랑스는 분기당 200시간이던 기준을 150시간으로 하향조정했고 일본도 주당 30시간에서 20시간 혹은 월8만8천엔 수준으로 완화했다. 독일은 아예 저소득 파트타임에 대한 자동가입 등을 의무화했다.

우리의 인구 고령화는 빛의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이른바 긱노동자 비율도 OECD 국가 가운데 최고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이 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금개혁을 서둘러야 한다.(국제경제부 기자)



ne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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