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가상화폐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독점적인 중앙은행의 화폐 발행 지위까지 넘볼지 관심이 쏠린다.

30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 등 시가총액 100대 가상화폐의 시가총액은 지난 26일 기준 313조7천800억 원 수준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에 글로벌 중앙은행이 초 완화적인 정책을 취하면서 인플레이션 위험 등을 피하기 위한 수요가 몰리면서 가상화폐 인기는 더욱 치솟고 있다.

유럽의회는 '가상화폐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Virtual currencies and central banks)' 보고서에서 가상화폐가 주요국의 화폐를 대체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봤다.

이에 따르면 모든 가상화폐의 총 시가총액이 2018년 4월 기준 3천억 달러를 밑도는 반면 미국의 광의 유동성 지표(M3)는 2017년 말 기준 14조 달러에 달한다. 화폐 발행의 독점적 권한을 위협하기에는 규모 자체가 비교가 안된다는 지적이다.

위기 상황 발생시 오히려 달러, 유로, 엔화 등 준기축통화를 찾는 수요가 더욱 커졌던 현상도 가상화폐가 주요국 통화를 대체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는 근거다.





[주요국에서 광의 통화 중 본원통화가 차지하는 비중, 출처:IMF]

민간 주체 발행 화폐가 정부 화폐를 대체하려는 시도는 역사 속에서도 찾을 수 있다.

18세기 말부터 20세기 초 영국과 미국에서는 '자유은행(free banking) 시스템'이 인기를 끌었다. 민간 금융기관이 화폐를 발행하고, 거래 수단으로 대중에게 제공하는 방식이다.

당시에는 신용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금융기관 발행 화폐의 효용 가치가 높았다. 정부가 찍는 공식 화폐처럼 금 또는 은 생산량에 공급량 제약을 받을 필요도 없었다.

다만 19세기 중반부터 중앙은행이 설립되기 시작하면서 민간 화폐의 인기는 식었다.

중앙은행은 화폐 발행의 독점적 권한 뿐만 아니라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 권한까지 갖게 됐다. 금융시스템의 최후 보루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1970년대에는 높은 인플레이션이 이어지자 일부에서 민간 화폐의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정치적으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처럼 가상화폐가 주요국 화폐를 대체할 가능성은 크지 않으나, 경제 규모가 작거나 화폐 가치가 불안한 나라에서는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일례로 초인플레이션을 겪은 베네수엘라에서는 휴지 조각인 자국 화폐 대신 비트코인 등 가상통화에 수요가 대거 몰리는 현상이 관찰됐다.

최근 흐름을 보면 가상통화의 공식 화폐 대체 가능성보다는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CBDC) 발행에 더욱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우선 스웨덴은 디지털 화폐인 'e-크로나'를 개발해 시범 운영 중이다. 캐나다, 영국, 일본, 유럽연합, 스위스 등 중앙은행도 올해 들어 디지털화폐 연구 그룹을 구성했다.

그간 디지털 화폐 발행에 시큰둥한 모습을 보이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최근 연구를 강화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지난 4월 중국에서는 내부 테스트 중인 인민은행 디지털 화폐로 추정되는 사진이 인터넷에서 유출됐다. 국제사회에서는 최초로 법정 디지털화폐를 발행할 국가로 중국을 꼽고 있다.

국내에서도 CBDC 연구가 진행중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9일 제시한 중장기 발전전략에서 디지털화폐 도입과 관련한 연구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필요하면 국내 중앙은행 CBDC 도입 준비 작업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2018년 1월 "가상통화가 금융안정과 실물경제에 미칠 영향 등을 연구하고 있다"며 "멀리 볼 때 중앙은행이 디지털 통화를 발행하는 상황이 올지 연구를 시작하는 단계"라고 언급했다.

hwr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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