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앞서 인구 고령화를 경험한 일본 등 선진국에서 나타난 금융시장 변화는 국내에도 적잖은 시사점을 제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은행(BOJ) 총재를 역임한 시라카와 마사아키(白川方明) 전 총재는 일본 경제의 근본적 문제를 인구 구조에서 찾았다.

인구 감소에 소비재 수요가 위축됨에 따라 BOJ가 아무리 많은 돈을 퍼부어도 실물 경제 외 큰 효과를 주기 어렵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통화 완화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고령층 인구 증가는 금리에 하락 압력을 가한다. 고령층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예비 목적의 저축이 증가하고 이는 금리 하락으로 이어진다.

특히 금융시장이 발달한 선진국의 경우, 노동 소득을 대체하기 위한 투자 목적의 자금이 금융상품 등에 몰리면서 시장 금리의 하방 압력은 커지는 경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생산가능인구는 2022년부터 감소세로 전환해 점차 그 폭이 커질 전망이다.

일본의 생산 가능 연령(15~64세) 인구는 1990년대부터 감소했다. 비생산가능인구 대비 생산가능인구를 나타내는 역부양비율은 지난 1990년대 초반부터 하락세로 돌아섰다.

우리나라가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배경이다.

이러한 판단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관찰된다.

지난 1월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 금통위원은 "일각에서 우리나라가 1990년대 일본처럼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는데, 이를 터무니없는 주장으로 치부할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현재 우리나라의 명목성장률, GDP 디플레이터 등 많은 거시경제지표가 1990년대 중반 당시의 일본과 상당히 유사하다는 점에서 경계심을 유지할 필요성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의 시각도 이와 비슷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미 초기 일본화는 진행됐다고 본다"며 "저성장과 경기 부진에 따른 디플레이션이 진행하는 가운데 최근 노동비용 상승 등이 이러한 추세를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석길 JP모건 이코노미스트는 "우리나라의 성장률 프리미엄이 선진국 대비 향후 10년 정도 후에는 사라진다고 보는 게 컨센서스다"며 "다만 부동산가격, 금리, 환율 등이 일본의 궤적을 따를지는 의견이 엇갈린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의 경우 당시 엔화가 기축통화로 여겨진 데다 해외자산이 쌓여 있어서 위기 시 환율이 절상되는 특징을 보였지만, 한국은 아직 신흥국 통화의 성격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뿐만 아니라 다른 선진국의 사례도 향후 국내 거시경제 여건과 금융시장 변화를 전망하는 데 힌트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고령화 시대 주요국 금융시장 구조변화 분석과 정책적 시사점(윤덕룡, 이동은 저)' 보고서에서 고령화에 따른 주요국 금융시장 변화를 비교해 공통점을 찾았다.

우선 고령화 초기에는 증권 자산이 증가하다가 점차 채권 비중이 증권보다 상대적으로 커지는 경향이 나타난다.

또 대다수 국가에서는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주가가 하락했고, 경상수지는 고령화 초기 흑자를 보이다가 진전되면 적자로 반전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소비 인구 대비 생산 가능 인구가 감소한 데 따른 영향이다.

보고서는 "고령화 진행 속도와 경제여건 등을 볼 때 한국은 일본보다 더 심각한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경상수지 문제는 조속히 대응하지 않으면 외환시장의 불안정을 통제하기 어려워질 가능성도 존재한다"며 시급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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