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국내 투자자들의 대체투자가 활기를 띠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도 '유동성 장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해외부동산에서 에너지 인프라, 사회적 기업 투자까지 아우르며 보폭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

과거에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 집중되던 투자 지역도 차츰 신흥국으로 범위를 넓혔다.

투자할 곳을 찾아 떠도는 막대한 유동성과 새로운 에너지 정책이 맞물리면서 대체투자 파워는 더욱 커졌다.

한국신용평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체투자펀드는 최근 10년간 연평균 23% 성장했다.

해외대체투자로만 보더라도 10년간 연평균 38% 성장률을 보였다.

전 세계 각국이 금융위기 이후 양적완화를 시행하면서 시중에 풀린 유동성은 투자처를 찾아야 했다.

이에 주식, 채권, 국내 부동산을 넘어 대체투자는 해외 시장으로 풀려나갔다.

증권사의 자본 규모도 커졌다. 투자 여력이 커지자 투자 금액은 점점 많아졌다.

해외투자를 늘려온 보험사와 급격히 늘리기 시작한 증권사를 합친 대체투자는 지난해 상반기까지 29조3천억원에 달했다.







대체투자는 해외 상업용부동산에서 데이터센터, 물류창고 등으로 넓어졌다. 아마존의 세계 각국 물류창고 부지는 안정적인 투자자산으로 큰 인기몰이를 했다.

장기임대차 형태로 신용등급이 좋은 기업에 임대함으로써 임대료와 시세차익을 함께 누릴 수 있어서다.

해외부동산 투자로 대표되던 대체투자는 최근에는 인프라 투자에 방점이 찍히는 추세다. 인프라투자는 대체로 정부 계약을 통해 장기 캐시플로를 예측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한신평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증권사의 경우 자산군 구성은 2017년말 대비 인프라의 자산 비중이 14%에서 30%대로 급격히 높아졌다.

에너지 관련 인프라 투자는 프로젝트파이낸싱 형태가 많음에도 과거에는 시장에서 크레딧이 쌓여있는 일부 금융회사에 집중돼 있었다.

최근에는 태양광, 풍력, 미드스트림 수송유 등 다양한 분야에 투자하려는 금융회사들의 움직임이 커졌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탄소배출권을 비롯해 환경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태양광, 풍력 등에 대한 투자는 점점 주목을 받고 있다.

유럽이 지난해 12월 유럽 그린딜(European Green Deal)을 발표했고, 미국, 일본도 정부 차원의 재생에너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2020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골자로 한 그린 뉴딜 정책을 내세웠다. 2022년까지 12조9천억원의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면서 투자 기회도 많아졌다. 태양광, 풍력, 수소 등에 대한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해 저탄소 에너지 공급을 위한 시설을 갖추려는 계획이 포함돼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신재생 에너지를 공급받는 기업이 증가했고, 초기 그린필드에 들어갈 때 지원이 많다"며 "태양광의 경우 1년 정도면 공사가 끝날 정도로 공사 기간도 짧고, 상업용 부동산보다 자금 구조도 좋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 비재무적 정보를 투자지표로 삼는 ESG 투자도 대체투자의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UN의 책임투자원칙에 서명한 금융기관은 2천372곳이며, 이들의 운용 자산만 해도 86조3천억달러에 달한다.

한국도 ESG 투자가 점점 늘고 있다. 국민연금이 2020년 기금운용 원칙에 지속가능성 원칙을 추가하면서 ESG투자에 본격적으로 나섰고, 국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기관도 2019년 116곳으로 늘었다. 시중은행, 증권사, 카드사 등이 ESG 채권 발행에도 적극적이다.

다만, 해외 부동산 투자의 경우 앞으로 다른 국면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해외로 나가 새로 투자할 거리를 찾아 매수하는 '바이사이드' 위주의 투자였지만 이제는 사들인 자산을 매각해 수익을 실현해야 하는 '셀사이드'의 시기가 도래했다.

보유 기간을 지나 '엑시트'를 해야 하는 셈이다. 관건은 초기에 약속한 수익률을 제대로 지키면서 현지 시장에서 제대로 매각에 나설 수 있을지 여부다.

한 증권사 대체투자 본부장은 "자산 포트폴리오가 아직은 괜찮지만 투자의 엑시트(EXIT)가 가장 중요해질 것"이라며 "현재는 네트워크도 많고, 그동안 바이사이드로 딜소싱하는 것도 가능해졌지만 선진시장의 작은 상업용 부동산을 매각해야 하는 시점에는 지금까지와 다른 국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돈을 투자하려는 매수자로서 해외시장에 나갔을 경우와 자산을 매각하려는 매도자로서 해외시장의 입지를 다지는 것은 다르다는 지적이다.

대형사의 경우 자산을 팔아야 할 때를 대비해 해외 채널을 다양하게 확보하고, 인력을 보내 관리하는 등 조직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불과 3~5년, 길어도 15년 이내에 네트워크를 쌓아 매도 시점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해외에서 딜소싱을 하는 과정에서도 딜이 훼손되고, 현지에서 사기를 당하는 사고도 생기면서 지금은 국내 대체투자가 많이 성장했다"며 "하지만 (딜소싱한 투자건이) 국내에서도 잘 소화가 안됐던 부분은 해외에서 매각할 때도 쉽지 않은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대체투자 시장은 또 한번의 변화를 마주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시장이 차별화됐다"며 "기존의 안전자산에 속해있던 상업용 자산이 인프라 투자 성격으로 지형도가 바뀌고 있고, 데이터센터, 물류센터 등 언택트 분야로 수요를 확대해 대체투자 방향성을 잡는 분위기"라고 언급했다.

그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기존보다 투자 영역이 더 넓어질 것"이라며 "앞으로 좀 더 낮은 금리의 안정적인 인프라 투자 포트폴리오 상품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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