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 속도내는 국내 금융회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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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골드만삭스가 네 명의 트레이더를 한 명의 엔지니어 인력으로 대체했을 때 금융시장은 충격에 휩싸였다.

인간의 반복적이고 불필요한 업무를 줄여주는 보조 수단인 줄 알았던 인공지능(AI)이 어느새 인간의 영역을 넘나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는 인공지능 '켄쇼'를 전면에 내세우며 트레이딩 자동화에 나섰다. 수백명의 주식 트레이더가 해고됐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딜링룸에서 인공지능은 점점 영역을 넓혔다. 한 편으로는 인간이 설 자리를 점점 잃어가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사례는 충격적이지만 AI는 국내 금융회사들에도 매력적인 분야로 꼽힌다.

당장은 해외 금융회사처럼 도입할 정도의 단계가 아니지만 주식, 채권, 외환 거래 뿐 아니라 대출 승인, 투자 성향분석, 금융 자문까지 아우를 수 있어서다.

국내 증권사들은 속속 AI관련 자회사를 차리거나 AI관련 업무를 추가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디지털금융부문 빅데이터팀을 두고, 올해 3월에 빅데이터 및 AI기반 정보제공 서비스를 부수업무로 추가했다. AI(인공지능) 전문 역량을 활용한 서비스 개발과 수익 모델 확보를 위해서다. 빅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하는 개발 알고리즘을 제공하고, 금융 빅데이터를 활용한 서비스도 개발할 예정이다.

또 데이터랩(DataLab)팀을 신설해 AI(인공지능)를 통한 맞춤형 투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 9월 금융권 최초로 AI투자자문사를 만들었다.

AI투자자문 플랫폼 'NEO'를 활용해 시장을 예측하고, 투자자문 서비스를 제공한다. 자산배분 등에 AI알고리즘을 적용한 투자상품을 내놓고, 온라인 접속을 통해 질문에 답하고 미션을 수행하는 AI(인공지능) 역량평가도 시행했다.

NH투자증권은 올댓 A.I 리포트 서비스를 내놓았다. 자동화된 알고리즘 기반의 주식투자 서비스인 '알고리즘 마켓'을 통해 총 10개의 알고리즘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AI 산학연 협의체인 'AI 원팀'에 합류했다. AI를 활용한 금융업무 혁신, AI 언택트 금융 시스템 구축, 산학연을 연결하는 AI 금융 인재 양성 플랫폼 조성 등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당장은 퀀트, 통계모델 등에서 수치 데이터를 사람이 직관을 통해 분석, 전망했던 업무를 AI 알고리즘을 통해 쉽게 해결하는 정도다.

수많은 과거 데이터와 리서치 자료를 모아놓고 AI알고리즘을 적용하면 필요한 정보를 발췌해 주는 식이다.

예를 들어 "오늘 연준이 금리 50bp 올리면 주식시장은 어찌될까"라는 질문에 AI알고리즘이 과거 20년치 데이터를 분석해 대체로 S&P500지수는 이렇게 움직였다고 답을 내놓는다.

신한AI의 한 담당자는 "과거 20년치 뉴스와 리포트 데이터 1천800만건을 토대로 사람이 일일이 읽지 않아도 질문하면 찾아내주는 점에서 가장 크게 활용되고 있다"며 "아직 국내 금융회사들은 아직은 인간의 직관과 사고에 대한 가치를 좀 더 두고 있지만 앞으로는 의사결정도 할 수 있는 단계로 가는 것이 화두"라고 말했다.

실업률, 경제성장률, 정치권의 부정적 뉴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주식 비중을 조정하라는 식의 의사결정을 AI가 할 수 있는 것이다.

해외 주요국 금융회사의 경우 대체로 의사결정 알고리즘을 적용하는 단계로 갔지만 국내 금융회사는 아직 도입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국내 금융회사들의 이같은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경쟁은 점점 본격화하는 추세다. 네이버, 카카오 등의 플랫폼이 국내 금융시장에 발을 들이면서 이같은 흐름은 더욱 속도가 붙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장 로봇 딜러, 로봇 어드바이저가 인간의 자리를 모두 꿰차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검증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단시간 내에 급격하게 인력을 대체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금융회사의 인력 구조가 바뀔 수는 있다. 기존의 트레이딩 인력이 IT 개발, 유지보수 인력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딜링룸에는 인간 트레이더가 있는 게 아니라 엔지니어들과 컴퓨터가 가득할 수 있는 셈이다.

수많은 모니터 화면을 쌓아두고 각종 데이터를 봐가며 트레이딩을 하는 직원들의 모습은 점점 사라질 수 있다.

주문을 입력하고, 단순 매매를 하거나 상장지수펀드(ETF)의 유동성 공급자(LP) 역할을 하는 트레이더는 로봇의 영역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내다봤다.

또 복잡한 파생상품이라 할지라도 파생결합증권(ELS)의 모델 값을 적용해 매매하는 식의 거래는 향후 AI를 접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트레이딩 뿐 아니라 대출 심사. 회사의 펀드 포지션 리스크 관리, 스마트 콜센터 등 대부분의 영역으로 AI는 뻗어나가고 있다.

다른 증권사 디지털본부장은 "아직은 금융 분야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단계가 초기단계로 주로 종목추천이나 투자성향 분석 등에 활용하고 있다"며 "트레이딩 쪽에서는 시스템 트레이딩을 하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트레이더가 자기 매매 패턴을 갖고 있는데 이런 내용이 정리가 되면 점점 AI를 활용한 매매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나마 인간적인 접근이 중요한 대고객 상담 업무의 경우도 AI의 기술이 발전하면 인간을 닮은 AI로봇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있다.

한 AI담당자는 "미국 커머셜뱅크 중 PB가 강한 하우스는 더이상 세일즈 직원을 파이낸스 전공자가 아닌 심리학 전공자를 뽑는다는 말도 있다"며 "상품은 기계가 만드니까 고객 대응만 잘하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인공지능 스피커를 만들듯 AI로 인간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단계가 된다면 대고객 상담도 AI로 가능해지는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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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07시 31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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