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채권시장에서 인간이 아닌 기계의 손길은 연말연시 등 휴가철에 더욱더 쉽게 체감할 수 있다.

인간의 손으로 도저히 불가능한 타이밍에 호가가 연속으로 쏟아지는 경우가 많다. 장이 얇은 탓에 알고리즘 트레이딩의 위력이 더 크게 나타나는 셈이다.

30일 인베스토피아에 따르면 알고리즘 트레이딩은 사전에 짜인 프로세스에 의해 트레이딩이 이뤄지는 것을 말한다.

이 기술은 하이프리퀀시트레이딩의 기반이다. 1초에 수만개 주문이 가능한 것도 이 기술 덕분이다.

이는 사람이 아닌 프로그램에 의해 거래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인공지능(AI)의 초기 단계로 해석할 수 있다.

최근에는 클러스터링(Clustering) 등 머신러닝 기술이 도입되면서 알고리즘 트레이딩은 더욱 진화하는 양상이다.

클러스터링은 거래 관련 몇 가지 특징을 바탕으로 컴퓨터가 거래에 최적의 알고리즘을 스스로 찾아 적용하는 방식이다.

사전에 정한 방식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던 거래와는 차원이 다른 수준으로, 펀드 매니저가 놓칠 수 있는 주요 거래 특징을 보완하는 측면도 있다.

'고빈도시장 예상(High-frequency market trading)'도 알고리즘 트레이딩의 진화 형태다.

금리 등 시장 방향을 예상할 때 가장 큰 어려움은 고려할 변수가 많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 기술을 통하면 설명력 있는 변수를 분석 가능한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신용평가에도 인공지능 기술이 활용될 전망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S&P 글로벌은 2018년 3월 AI 금융정보분석업체 켄쇼 테크놀로지스(Kensho Technologies)를 5억5천만 달러(5천880억 원)에 인수했다.

켄쇼는 2013년 미국 매사추세츠주(州)에서 설립된 AI 기반 금융정보 분석 스타트업이다.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과 페이스북, 트위터 등에서 온 직원들로 구성된 회사는 머신러닝 등 AI 기술을 활용해 금융기관들에 데이터 분석자료를 제공한다.

다만 인공지능을 적용하는 분야가 늘면서 딜러와 트레이더들이 직면하는 일자리 위협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주식과 채권, 선물, 원자재, 파생상품 시장은 자동 매매와 패시브 전략, 압도적인 운용자산(AUM)을 확보한 대형 금융기관이 좌우하는 상황이다.

이들은 대규모 자금력을 동원해 지수를 추종하며 기계적으로 매매에 나선다. 이런 매매는 큰 수익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때때로 감정에 휘둘리는 인간과 달리 안정되고 예측 가능한 결과물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점이 있다.

블랙록 등 대형 자산운용사뿐 아니라 투자은행들도 펀드 매니저 대신 컴퓨터 엔지니어의 채용 규모를 늘리며 앞으로 트레이딩 시장에서 인간의 비중은 갈수록 기계에 더 밀릴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트레이딩 부문을 감원하면서도 기술 엔지니어는 채용을 늘렸다.

마켓인사이더는 "골드만은 월가에서 트레이딩 부문이 가장 큰 투자은행 중 한 곳"이라며 "그런 골드만이 트레이딩 플로어에 설 엔지니어를 대규모로 뽑는다는 것은 산업계가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보여주는 신호"라고 풀이했다.

이러한 위기감은 서울 채권시장에서도 관찰된다.

증권사의 한 채권 딜러는 "자본주의가 고도화될수록 노동의 가치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건 자명한 사실"이라며 "육체가 아닌 정신 노동자인 트레이더들도 결국 고도화된 자본으로 대체되는 건 시간문제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hwr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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