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인류는 4차 산업혁명의 파도 위에 올라탔고 이제 경험해보지 못한 고용환경이 기다리고 있다. 인공지능(AI)이라는 새로운 경제주체가 저성장을 흐름을 바꾸는 새로운 매개체가 될지, 양극화의 주범이 될지 이목이 쏠린다.

소규모 개방경제면서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을 자처하는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고민 역시 깊다. 시장참가자들은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이 견조하면서 성장하는 시장이 되는지가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AI를 탑재한 선진국 금융사와도 정면 대결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AI와 일자리 공존에서 '갑'이 될 수 있을까

30일 국회에 따르면 국회미래연구원은 윤기영 미래학회 이사, 김원택 뉴욕주립대 석좌교수, 박서기 박서기IT혁신연구소장 등 16명의 연구진과 함께 '2050년 일자리 판도는 어떻게 변할까'라는 주제의 연구보고서를 발간했다. 긍정과 부정의 시나리오, 시나리오별로 급속·완만한 변화 등 총 4개의 시나리오를 상정했다.

이러한 시나리오는 ▲AI·로봇의 확대 ▲크라우드 소싱 ▲플랫폼 경제 ▲독립적 근로자 ▲근로시간의 변화 ▲노동시장의 유연성 등의 변수가 어떻게 작용하느냐로 갈린다. 모든 변수를 움직이는 핵심은 단연 AI의 향방이다.





최고의 시나리오는 '포스트 워크(미래 노동)'로 불려 AI·로봇, 플랫폼, 크라우드 소싱으로 향상된 생산성의 산물이 사회안전망 강화에 투입되는 상황을 가정했다. 근로자들의 노동시간은 주당 25시간으로 줄어들면서 좋은 일자리를 권하지 않는 풍경을 예상했다. 노동시간 축소에 일자리 나누기까지 번지면서 새로운 정치-경제 시스템에 대한 논의의 장이 열릴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은 직업중개소처럼 변하고 프로젝트 기반의 계약직 파트너가 경제활동을 주도한다. 문화산업 번창과 함께 질적으로 나은 삶을 살게 되고 사회안전망이 확충된다. 사회보장제도로 고용과 실직의 경계가 모호해져 단기계약이 성행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최악은 이른바 '경제파국'이다. 생산성 향상을 위해 스마트로봇과 인공지능이 제조업을 비롯한 전 분야에 대규모로 도입된다. 세계 경제는 소수 플랫폼 기업이 장악한다. 일부 정규직 근로자를 제외하면 저소득층을 면하기 어렵다. 국가 재정이 열악해지면서 사회안전망도 약화한다.

보고서는 "디지털 역량으로 생산력이 강화된 선진국들로 리쇼어링(Reshoring,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이 증가하고 글로벌 분업체계가 대폭 축소하면서 대기업들도 파산하고 실업이 급증한다"고 분석했다.

◇ 韓 위상, 금융시장 추가 변수…"글로벌 시스템과 경쟁"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AI와의 일자리 경쟁은 필수적으로 인식된다. 여기에 한국의 위상이 딜러·트레이더 등의 일자리에 추가 고려사항으로 예상됐다.

금융 지식이 축적된 국내 고객과 금융사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점이 국내 금융사의 입지를 불안하게 만든다. 반대로, 금융시장이 아닌 부동산에만 국내 투자자들이 집착하거나 무분별한 투자 이후 손실을 보면 금융사만 탓하는 관행도 문제가 된다. 투자시장의 내수가 흔들리는 요인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실적과 국내 성장률이 저조하다면 시장은 더욱 외면받을 것이다. 외국인이 들어오지 않는 시장으로까지 악화하면 상황은 심각해진다. 시장의 파이가 줄어들면, 이를 나눌 사람을 정리하는 게 자연스러운 수순이기 때문이다.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국민의 금융이해력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못 미치고 노후 자산의 80% 가까이가 부동산에 묶여 있다"며 "우리나라의 금융경쟁력 강화는 국민의 미래 삶의 질을 결정할 핵심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현재의 핀테크는 자본을 보다 효율적으로 투자하고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영역에는 진출해 있지 않다"며 " 금융 문맹을 해소할 교육과 정책적 뒷받침 등 장기적 관점에서의 현명한 금융시장 발전정책이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고 제언했다.

전 세계가 AI와 금융의 결합을 도모하는 만큼 국내 금융사들은 선진국 투자은행(IB)과도 겨뤄야 한다. 국경 없이 움직이는 고객들의 자금은 언제든지 외국계로 이탈할 수 있다. 고객이 없으면 일자리가 버티기 힘들다.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내가 미식축구를 하지 않는 이유는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라며 "AI가 더 똑똑하다면 사람이 AI와 겨루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세상에서는 누가 뛰어난 컴퓨터를 개발하고 보유했는지가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며 "교육 수준이 높고 인구가 많은 중국이 우위를 점할 수 있고 인구가 감소하는 일본이나 교육 수준이 낮은 서구권에서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jh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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