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중국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의 진원지로 지목되지만, 역설적으로 경제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과 유럽은 물론 미국마저 다급하게 기준금리를 '제로'로 내리고 수조달러의 유동성을 공급하는 동안 중국은 사실상 대출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를 4% 안팎으로 여유 있게 유지하며 카드를 많이 아껴둔 상태다.

중국이 상대적으로 고금리를 유지하는 것은 그 자체로 중국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이 꽤 탄탄하다는 방증이다. 동시에 코로나19가 재확산하더라도 대응할 여력이 있는 만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다른 나라가 허덕이는 틈을 타 중국이 경제 주도권을 쥘 가능성도 크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이를 이미 감지한듯 공격적으로 중국 자산을 매입하기 시작했다. 허약하지 않은 경제 체력과 고금리 여건,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가에 규제 완화까지 해외 투자자 입장에선 매력적인 요소가 부각되는 흐름이다.

◇ "코로나 잘 버텼다"…中 채권 공격적 매수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24일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 수정본을 공개했다. 이 보고서에서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4.9%로 제시하며 두 달 만에 1.9%포인트나 내렸다. 미국은 -5.9%에서 -8.0%, 유로존은 -7.5%에서 -10.2%, 일본은 -5.2%에서 -5.8%로 하향 조정됐다.

반면 중국은 1.2%에서 1.0%로 성장 전망치가 낮아지긴 했으나 플러스를 유지하며 선방할 것이라는 전망이 더해졌다. 주요국 중 중국은 거의 유일한 플러스 성장 전망이다. 인도가 1.9%에서 -4.5%, 브라질이 -5.3%에서 -9.1%로 악화할 것으로 전망된 점과 대비된다.

중국이 여전히 비교적 고금리를 유지하는 배경에는 이 같은 '맷집'이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번 달에도 1년 만기와 5년 만기 LPR을 각각 3.85%와 4.65%로 유지하며 두 달 연속으로 동결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하기 전 지난 1월 LPR은 1년물과 5년물이 각각 4.15%와 4.8%였다. 코로나19 혼란기에도 금리 인하 폭은 각각 30bp와 15bp에 불과했다는 뜻이다.

이강 중국 인민은행장은 최근 "코로나19에 대처하기 위한 금융지원책은 일시적인 것"이라며 "부양과 통제 사이에서 균형에 유의해야 하고 유동성이 넘쳐나지 않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중국이 현재 수준의 금리로도 경기를 부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해외 투자자로선 선진국과 비교해 위험도는 훨씬 높지만, 고금리를 제공하는 만큼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실제 지난 5월 외국인 투자자들의 중국 채권 매입량은 급증했고 외환 거래량도 큰 폭으로 늘었다.

중국 국가외환관리국(SAFE)에 따르면 5월 외국인 투자자들의 채권 순매입 규모는 전달 대비 104% 급증한 194억달러(약 23조원)로 집계됐다. 또 같은 달 외환 거래량이 238억달러로 전달보다 61% 늘었다고 중국 은행들은 밝히기도 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외국인이 보유한 중국 본토 채권 포지션 규모는 5월 말 기준 2조4천300억위안으로 사상 최대치"라며 "연준이 글로벌 통화 완화 기조를 주도하면서 중국 본토 채권시장으로 투자금이 강력하게 유입됐다"고 전했다.

모건스탠리의 로빈 싱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해외 투자자들이 중국 채권에 엄청난 관심을 보인다"며 "중국 국채금리가 상대적으로 견조하기 때문인데 올해 중국 채권의 포트폴리오 유입액이 1천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 얌전한 中 증시, 바닥 다지나

글로벌 핫머니가 중국 채권시장에만 군침을 흘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고삐 풀린 유동성이 미국 등에서 주가를 버블 수준으로 밀어 올릴 동안 중국 증시는 상대적으로 얌전한 모습을 보였다.

당장 중국 증시가 크게 반등하지 않은 것은 고금리 속에 유동성을 통제한 영향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중국 경제 회복세가 뚜렷해진다면 이미 과열 양상인 다른 나라 증시에서 빠져나온 돈이 장기적으로 중국에 들어갈 가능성은 크다.

미국 분석업체 야데니 리서치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현재 11배 수준에 불과하다. 2월 말 폭락장 직전 선행 PER보다도 오히려 낮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미국과 일본, 한국 등 주요 증시의 선행 PER이 2월 말 고점을 뚫고 버블 우려를 자극한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얌전한 흐름이다. 2015년 중국 증시가 과열될 때 선행 PER이 20배를 넘겼던 점과 비교해도 차분하다고 볼 수 있다.





※ 中 상하이종합지수 선행 PER 밴드

BNP파리바자산운용은 지난 5일 보고서에서 "중국 경제가 다시 돌아가고 부양책이 선별적으로 잘 통제되고 있는 데다 중국 A주로 접근이 더 용이해졌고 핵심 리스크도 이전보다 더 면밀하게 관찰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구조적 성장이 기대되는 만큼 중국 주식은 좋은 투자처"라고 설명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출범 29년 만에 대대적인 개혁에 들어가는 점도 투자자들로선 호재다.

그간 중국 증시 안팎에선 A주를 대표하는 상하이지수가 중국 경제와 기업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번 개편으로 중국의 나스닥인 커촹반 증권이 상하이지수 산출에 편입되면서 기존보다 정보기술 비중이 더 커졌다. 기존에는 전통 제조업 군의 비중이 컸는데 성장성이 기대되는 기업들의 비중 확대로 더 많은 자금 유입이 기대된다고 SCMP는 전했다.

◇ 外人 규제도 완화…투명성 리스크는 여전

해외 투자자에 대한 중국 정부의 규제도 완화하고 있다.

JP모건은 최근 중국에서 선물사업으로는 처음으로 외국자본독자기업(WFOE) 승인을 받았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는 지난 18일 웹사이트 공지를 통해 "중국 선물 시장을 외국에 더 개방할 수 있도록 JP모건퓨처스를 중국 첫 WFOE 선물기업으로 승인했다"고 밝혔다.

중국이 미·중 1단계 무역 합의의 중요 부분 중 하나인 금융업 추가 개방도 예정대로 진행하고 있는 만큼 해외 투자금은 더 원활하게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

걸림돌이라면 여전히 기업 회계나 활동이 불투명한 사례가 많다는 점이다.

최근 나스닥에 상장된 루이싱커피가 분식회계로 수조원대 피해를 남기고 결국 상장 폐지된 점은 중국 기업에 대한 전 세계 투자자들의 불신을 다시 한번 자극한 사례다.

루이싱커피와 더불어 '중국의 넷플릭스'로 불리는 중국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업체 아이치이(IQIYI)와 교육기업 하오웨이라이도 회계 부정을 저질렀다고 폭로되는 등 불투명성 리스크는 여전히 중국 시장을 억누르고 있다.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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