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서울채권시장이 위험자산처럼 움직이는 모습을 나타내 홍콩보안법 통과로 악화된 미·중 갈등을 반영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홍콩보안법 통과가 미국의 홍콩 특별지위 박탈로 이어졌고, 이에 따라 향후 중국의 경기 둔화가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2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최근들어 국고채와 증시의 동조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한국 국고채의 안전자산 지위가 의심받았던 3월과 유사한 상황이다.





주식과 채권은 각각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이기 때문에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거시경제의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이 발생하면 채권이 위험자산처럼 움직이면서 동조화 현상을 나타내기도 한다.

시장참가자들은 이번 동조화의 주요 원인이 홍콩보안법 통과 등 미·중 갈등의 심화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증권사의 한 채권 딜러는 "외국인이 기다렸다는 듯이 주식과 채권을 동시에 매도하고 있다"며 "트리거는 미·중 무역 우려였고, 리밸런싱이 끝날 때까지 이런 과정이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홍콩보안법 통과로 당장 우리나라가 입는 타격은 크지 않다.

우선 미국이 홍콩에 중국과 동일한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우리나라가 홍콩으로 수출한 상품은 대부분 미국이 아닌 중국으로 재수출되기 때문에 미국의 관세부과 조치에서 벗어난다. 더욱이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는 국제적으로 무관세다.

다만 홍콩달러와 미국 달러의 자유로운 교환이 어려워지면서 달러 페그제 등 금융시장의 기반 제도가 흔들릴 경우 수출 거래에 일부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은 있다.

이유진 한국무역협회 연구원은 "중국의 반도체 바이어들은 홍콩에서 달러로 거래하는 것을 선호한다"며 "달러 거래가 불가능하게 된다면 금융비용이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비용은 반도체 가격에 전가될 수 있고, 위안화 거래 등 대안도 있어 수출 자체가 타격을 입을 정도는 아닌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최근 채권·주식의 동조화는 미·중 갈등 심화에 중장기적으로 중국의 경기 둔화가 심각해질 가능성을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 10년간 반도체뿐만 아니라 글로벌 전자 산업에 중국의 경제 성장이 크게 작용했다"며 "미국과 중국이 치고받고 싸우면서 중국의 성장이 어려워진다면 기업도 타격을 받고 반도체에도 큰 문제"라고 설명했다.

한국무역협회는 미국의 대중 제재가 시스템반도체에서 우리나라의 주력 상품인 메모리 반도체로 확대될 가능성을 우려한 바 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반도체는 대(對)홍콩 수출액의 70%를 차지하며 그 가운데 메모리 반도체의 비중은 79.5%다.

j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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