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돌아보면 3월 23일의 다우지수 18,592는 인생에 몇 번 없는 기회였다. 이전 고점인 2월 12일의 29,551에 비해서는 낮지만, 지금 다우는 26,000선을 넘어섰다. 3개월 보름 만에 40% 정도 급반등했다.

나스닥지수는 이전 고점인 2월 19일의 9,817을 가뿐히 뛰어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미국 기술주들의 재조명이 이뤄져 나스닥은 10,000선을 넘어서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다.

3월 말 이후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 주식시장에서 나타난 강한 V자형 반등을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은 많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 중앙은행의 돈 풀기, 각국 정부의 부양책 등이 대표적이다.

정책 효과가 컸다 해도 월가에서는 이 랠리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근거로 'FOMO'(fear of missing out)를 꼽는다. 바로 소외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다. FOMO 랠리 동안 투자자들은 나만 돈을 벌지 못할 수 있다는 공포 속에서 오르는 주가를 따라잡는다.

그러나 시장이 돌아섰다는 게 확실하고 주가가 내려가기 시작하면 투자자들은 손실 부분에 더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주식을 파는 데서 안도감을 갖게 되고, FOMO는 'FOLO'(fear of losing out) 랠리로 변하게 된다. 바로 손해 볼 수 있다는 두려움 속에서 투자자들은 내리는 주가에서도 남을 따라 팔게 된다.

지금 투자자들은 FOMO와 FOLO 시나리오 모두를 마음에 품고 모멘텀 거래에 나서고 있다. 최근 주가 상승 탄력은 다소 떨어졌지만, 역전되지는 않았다. FOMO가 강한 곳은 나스닥이다.

주식 격언처럼, 최근 나타나는 흐름처럼 두려움의 벽을 타고 주가가 계속 오르게 되면 FOMO를 지탱할 수 있다.

미국 기준 하루 6만 명을 넘어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 등 두려움을 자극할 만한 부정적인 요인은 많지만, 필요한 무엇이든 하겠다는 전 세계 정책 부양이라는 믿는 구석이 있다.

미국과 중국, 유럽은 경제 활동이 다시 침체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계속해서 부양책을 쏟아부을 준비가 돼 있다. 그동안의 경로를 볼 때 경제에 부양책을 제공하겠다는 정책 입안자들의 의지는 의심할 수 없다. 물론 수십 년 만에 최악의 글로벌 침체, 팬데믹 속에서 증시 약세장을 지난 3월 한 달로 제한할 수 있을지 정책 효과에 대한 의구심은 있다.

또 두려움을 이길 만큼 주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요인으로는 대기하고 있는 많은 자금을 들 수 있다. 통상 미국의 광범위한 통화 공급과 미국 달러 표시 증권의 시가총액 비율로 금융자산에 투자될 수 있는 현금을 추정하는데, 최근 빠르게 늘어난 통화 공급과 비교해 아직 들어오지 않은 자금이 상당하다.

3월 저점을 정확하게 예측했던 JP모건의 마르코 콜라노빅 전략가는 롱숏 헤지펀드부터 컴퓨터가 운용하는 트레이더까지 주식 비중이 통상적인 수준을 밑돈다고 지적했다.

역사적 중간 정도로 보유량을 늘린다면 추가로 4천억 달러가 주식 익스포져에 들어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 자금이 S&P500을 지난 2월의 이전 최고치 이상으로 쉽게 끌어올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초저금리 상황도 빼놓을 수 없다. 매우 낮은 금리를 볼 때 주가가 아직도 싸다는 논리다.

반론도 많다. 최악의 경제 상황과 재유행 조짐을 볼 때 한 달짜리 급락세로 끝날 일이 아니라는 의견이다. 사실 3월 저점 이후 랠리의 강도나 기간을 보면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는 의견도 상당하다.

2차 유행은 가시화했고, 경제 재개 계획은 후퇴하고 있다. 감염 속도가 빨라지면 경제 정상화는 늦어지고, 최근 회복 기대를 키운 고용과 소비 등에도 걸림돌이 생길 수 있다. 증시가 가격에 매겨온 수익 회복은 지연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주당순이익(EPS)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서도 언젠가 빠르게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에 주가는 올랐다.

주가를 끌어올린 소액 개미투자자들은 심리적으로 더 크게 동요할 수 있다. 심리가 끌어올린 증시를 심리가 끌어내릴 수 있는 여건인 셈이다. 지금은 무시하고 있는 요인이 하락 이유가 될 불안정한 유가, 지정학적 긴장도 도사리고 있다.

강세장 속에서 조정이 불가피하듯, 약세장 속에서 베어마켓 랠리도 일부분일 수 있다. 지금이 강세장처럼 보이는 베어마켓 랠리일 수 있다. 미국 증시가 무너지면 도미노처럼 전 세계 증시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렇듯 주가 모멘텀이 역전되면 강한 FOMO만큼이나 빠르게 FOLO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 투자자들은 손실을 피하거나 이익을 확정 짓기 위해 주식을 팔게 된다. 대기 자금은 움직이지 않게 된다.

최근 지표를 볼 때 글로벌 경제는 4~5월에 바닥을 쳤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봉쇄 속에서 경제 활동에서 최악의 위축세도 이미 4월이나 5월에 지나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경제가 바닥을 쳤다 해도 주가가 다시 하락할 수 있다는 점은 역사로도 증명된다. 2001~2002 침체 기간, 글로벌 성장률은 2001년에 바닥을 찍고 반등했지만 글로벌 주식시장은 2002년 후반과 2003년 초반에 신저가를 기록했다. 기업 사이클과 글로벌 주가 흐름 사이에 1년이라는 시차가 있었다.

특히 이번 침체는 서든 스톱에서 비롯된 것으로, 기업 활동의 감소 정도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FOMO의 힘이 가라앉게 되면 엄청난 불확실성에 직면하고 있는 만큼 투자자들은 주식에 돈을 걸기 위해 더 높은 위험 프리미엄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는 월가의 목소리도 높다.

두려움이 없었던 적은 없다. 무시무시한 두려움을 타고 증시는 3월부터 쉼 없이 올랐다. FOLO 두려움이 거론되는 것을 보면 시장이 장밋빛에만 취해있지 않고 있다는 증거라는 주장도 나온다. 하반기에도 심리 싸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곽세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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