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예원 기자 = 올해 상반기 5대 금융지주의 실적을 가른 것은 충당금이었다. 금융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해 손실흡수능력 강화를 주문하고 나서면서 5대 금융지주는 충당금을 늘렸다. 여기에 KB금융을 제외한 신한·우리·하나금융지주 등은 라임자산운용 펀드 등 사모펀드와 관련한 충당금도 추가로 쌓았다.

◇ 작년보다 2배…2조원대로 껑충 뛴 충당금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우리·하나·NH농협금융지주의 올해 상반기 충당금 적립 규모는 총 2조6천554억원이다.

지난해 상반기 5대 금융지주가 총 1조3천903억원을 적립한 것과 비교하면 약 90%, 즉 2배가량 증가한 수준이다.
 

 

 

 

 

 

 


금융지주는 올해 2분기에만 1조8천425억 규모의 충당금을 쌓았다. 지난해 상반기 쌓았던 규모를 올해는 분기 만에 적립한 셈이다.

충당금 적립으로 분기 실적에 가장 타격을 받은 곳은 우리금융이다.

우리금융은 2분기에 금융시장의 전망을 대폭 하회한 1천43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이러한 어닝 쇼크 수준의 실적에는 대규모 충당금 적립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우리금융은 상반기 충당금 총 4천467억원 중에서 3천356억원 규모를 2분기에 쌓았다. 전년 대비 약 200% 넘게 급증한 수준이다.

이 중 코로나19 관련 선제적 충당금은 2천375억원으로, 5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많이 쌓았다. 이 밖에 라임자산운용 무역금융펀드 관련 650억원 등 사모펀드와 관련한 비용으로 약 1천600억원을 전입했다.

이런 일시적인 비용이 없었다면 우리금융의 2분기 순익은 4천60억원에 이른다. 이 경우 상반기 누적 순익은 약 9천490억원 수준으로 늘어나고, 실제 농협은행(9천102억원)보다 많아진다.

분기 기준 약 5천387억원으로 가장 많은 충당금을 쌓은 신한지주도 실적에 영향을 받았다. 신한지주는 코로나19와 관련해 1천850억원을 쌓았다. 여기에 신한금융투자의 독일 헤리티지 독일 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DLS) 부실과 관련해 2천16억원을 쌓은 것이 더해졌다.

마찬가지로 일회성 충당금을 제하고 나면 1조8천55억원을 기록한 신한금융의 상반기 누적 순이익은 2조원을 넘어서게 된다. 경상이익이 견실했던 셈이다.

하나금융은 2분기 코로나19 관련으로 1천655억원과 사모펀드 보상 관련으로 1천185억원 등 총 4천322억원을 적립했다. 지난해 2분기 923억원을 쌓았던 것과 비교하면 300% 넘게 증가했다.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사모펀드 관련 이슈가 없었던 KB금융도 미래 경기 전망을 반영한 충당금 2천60억원 등 2분기에만 2천960억원을 쌓았다. KB금융은 미래 경기 전망 시나리오를 보수적으로 평가해 기존 스테이지1(Stage 1)로 평가된 일부 고위험 여신을 스테이지2(Stage 2)로 재분류했다.

NH농협금융은 코로나19 관련 충당금 약 1천238억원을 비롯해 2분기에 2천400억원을 전입했다.

◇ 사모펀드 남았는데 하반기 경기도 부정적…"더 쌓을 것"

문제는 금융지주들이 하반기에도 충당금을 보수적으로 쌓을 것이란 점이다.

신한지주는 은행에서 판매한 라임자산운용 펀드 약 2천740억원에 대한 충당금을 상반기에 쌓지 않았다는 점이 변수다. 실사 결과 하반기에 관련한 비용이 추가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용훈 신한금융 부사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실적 발표 이후 컨퍼런스 콜에서 "현재 회계법인에서 실사보고서를 받고 있는데 정확성을 갖기 위해 재실사를 요청한 상황"이라며 "실사보고서가 나오면 추가 충당금 적립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둔화를 반영해 리스크 요인(RC값)을 일부 조정하면서 기본적으로 적립되는 충당금의 덩치가 커진 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도 경기 둔화와 사모펀드 실사 등을 바탕으로 하반기 중 1천억원 내외로 충당금을 적립할 방침이다.

황효상 하나금융 리스크관리 총괄 부사장(CRO)은 "항공기금융을 일부 취급한 것이 아직 원금이나 이자 유예가 나타나진 않았지만, 하반기에 좀 있을 것으로 본다"며 "또 하반기에 (경기가) 더 나빠진다는 것이 예상 시나리오다. 400억원에서 500억원 정도 수요가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현재 이자 상환을 유예한 차주들이 다시 유예될 경우 스테이지2(Stage 2)로 분류될 것까지 고려하면 1천억원 내외의 충당금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봤다.

ywkim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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