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정원 기자 = 일본이 중국 공급망에서 등을 돌릴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됐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5일 보도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달 21일 일본과 동남아시아 측에 공급망을 확대할 수 있도록 총 87개 기업에 총 6억5천300만 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이 보조금을 통해 57개 기업은 일본에 더 많은 공장을 짓고 30개 기업은 베트남, 미얀마, 태국 등 동남아 국가에 생산시설을 확장할 예정이다.

보조금을 받는 기업 중 70%는 중소기업이며, 3분의 2 정도는 의료 기기 제조 기업이다.

일본은 이번 87개 기업 외에 보조금을 지급할 두 번째 기업 리스트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SCMP는 이와 관련해 일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중국을 향한 공급망 의존도가 높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시도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본은 지난달 발간한 연례 무역백서에서 중국으로부터 공급을 받는 일본기업의 경우 중국서 생산 차질이 생길 경우 쉽게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위기에 대비해 더 견고한 공급망을 재건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현재 중국은 일본의 최대 교역국이며 일본은 중국의 두 번째로 큰 교역국이다.

SCMP는 87개 기업 모두가 중국에 생산기지를 둔 기업도 아니며 해당 기업이 일본의 대중 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도 채 안 되기 때문에 당장 경제적 충격이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이는 중국의 장기적인 경제성장 모델의 기초 자체를 뒤흔들거나 중국의 산업기반을 약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내 일본 기업 수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일본의 시장조사 전문기관 테이코쿠데이터뱅크(TDB)에 따르면 2019년 5월 말 기준 중국 내 일본 기업 수는 1만3천685개였다.

이는 이전 설문조사인 2015년 당시 1만3천984개보다 줄어든 것이다.

2012년에는 1만4천394개의 일본 기업이 중국에 있었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징은 일본 기업 브라더, 교세라, 제록스 등은 생산기지를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이전하고 있으며 샤프도 일부 다기능 프린터 생산라인을 중국 장쑤성에서 태국으로 이전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이징은 이러한 움직임이 일본의 보조금 정책과는 무관하지만, 미·중 무역갈등, 코로나19 충격 등이 영향을 줬다고 지적했다.

중국 장쑤성에 위치한 난징대 류지비아오 교수는 외국 기업이 이전하게 되면 중국 입장에서는 체면이 구겨지는 것이기 때문에 중국 지방정부 측은 일본 제조사들의 이탈 가능성을 점차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SCMP는 일본의 이러한 움직임이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나타났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일본의 이번 조치를 일본이 경제적으로 중국과 결별하고 미국과 손을 잡는 모습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스콧 케네디 선임고문은 미국이 일본과 진정한 파트너십을 원한다면 미국 행정부가 일본 정부 당국의 움직임을 더 잘 이해하고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은 (중국과) 관계를 끊는 것이 아니라 공급망을 다변화해 더 견고하게 하고 중국 의존도를 낮추면서 자국 제조업을 살리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w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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