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외국인 투자자들이 러시아 채권으로 몰려들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석유 수출에 대한 과도한 의존과 서방과의 긴장 관계가 지속하고 있음에도 투자자들이 매력적인 금리와 신흥시장 내 상대적으로 탄탄한 재정 등을 근거로 러시아 채권을 사들이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글로벌 펀드 자료 제공업체 EPFR 글로벌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지난 7월 23일까지 8주 연속 러시아 채권을 순매수했다.

프랑스계 자산운용사 카미냑의 국제채권팀 조제프 무아와드 펀드 매니저는 "거시경제적 펀더멘털을 반영할 경우 루블화 채권의 금리가 매우 높다"며 "러시아 채권은 실제 현재 우리가 가장 선호하는 신흥국 채권 중 하나다"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 규모는 신흥국 중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도 지난 몇 년 사이 늘어나 환율 관리에서 전보다 더 나은 위치에 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누버거 버만의 칸 나즐리 이코노미스트 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대략 지난 1년간 러시아에 대해 우리는 낙관적이다"라며 "그들이 외교 정책에서는 정통하지 못하지만, 경제정책에서만큼은 매우 진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제금융협회(IIF)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에만 외국인들의 러시아 채권 매입액은 13억달러에 달했다. 같은 기간 다른 신흥시장인 멕시코, 터키, 브라질 등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해당 지역 채권을 순매도했다.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팬데믹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전 세계 많은 나라의 실질금리는 제로 수준이나 마이너스대로 떨어졌다.

팩트셋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의 10년물 국채금리는 5.8%이며, 러시아의 물가 상승률은 3% 근방이다.

물가 상승률을 뺀 실질금리가 러시아만큼 높으면서 상대적으로 재정이 탄탄한 곳은 거의 없다.

러시아 중앙은행 자료에 따르면 7월 1일 기준 외국인들의 러시아 역내 채권 비중은 30.6%에 달했다.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3개월 연속 증가한 후 소폭 줄어든 수치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일부 중동 원유 수출국들이 달러화에 자국 통화를 고정한 고정환율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것과 달리 러시아가 변동환율제도를 채택한 점도 유가 하락에 따른 타격을 상쇄해주는 것으로 분석됐다.

나즐리는 "주요 원자재가 달러로 가격이 책정될 경우 변동환율제도를 채택하면 자국 통화가 절하돼 예산에서 원유 수입은 변하지 않는다"며 "반면 사우디아라비아와 비교할 경우 사우디는 유가가 40% 하락하면 원유 수입은 40%가량 감소한다. 환율이 달러에 고정돼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러시아 채권 발행이 늘어날 경우 잠재적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또 루블화의 탄력성이 경제에 우호적인 면을 제공하지만, 채권 수익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들어 루블화는 16%가량 하락했으며 이는 채권 금리 5.8%를 상쇄하고도 남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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