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재실사 요구를 거절한 산업은행과 금호산업을 향해 유감스럽다는 입장과 함께 거래가 종결되지 않은 데 대한 책임이 매도인 측에 있다는 강경 입장을 내놓으면서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이 결국 파국으로 향하는 분위기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무산시 모든 책임은 HDC현산에 있다"며 오는 11일까지 진정한 자세로 협상에 나와달라는 요청을 사실상 거절한 것으로, 거래 무산에 대한 책임 소재를 둘러싼 논란과 함께 계약금 반환 등에 대한 소송전을 벌일 가능성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HDC현산은 6일 입장문을 내고 "일방적으로 계약해제만을 주장하는 금호산업에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면서 "아시아나항공의 미래를 위한 진정성을 담아 재실사에 조속히 응해줄 것을 채권단에게 거듭 요청한다"고 밝혔다.

산은은 지난 3일 기자간담회를 하고, 3개월 간의 재실사를 요청한 HDC현산의 요구는 진정성이 없고, 거래 종결 시한인 이달 12일까지 인수 여부를 결정하라고 압박했다.

이날 HDC현산의 입장은 산은의 요구를 사실상 거절한 것이다.

HDC현산은 산은과 금호산업과 현실을 외면한 채 아무런 대책 없이 모든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고 맞받아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항공업이 직격탄을 맞아 지난해 12월 계약 당시와는 상황이 크게 달라졌는데 어떻게 이전 계약 조건으로 체결하겠느냐는 종전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HDC현산은 또 대면 협상에 나서고 계약금 추가 납입 등 진정성을 확인할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달라는 산은의 요구도 사실상 거부했다.

최대현 산은 기업금융 부문 부행장은 지난 3일 간담회에서 "HDC현산이 진정한 인수 의지가 있다면 만나자"면서 "일부 증자를 책임감 있게 하거나 계약금 추가 납입 등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행동이 이어져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HDC현산은 "재실사는 구두나 대면이 아닌 서류를 주고받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것이 효율적으로 (대면 협상 요구는) 상식에 벗어난 것"이라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계약서상 근거가 없는 이행보증금 추가납입 등 요구에는 응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채권단이 인수 무산 시 모든 책임이 HDC현산에 있다고 한 데에서도 "거래종결이 되지 않은 책임은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에 있다"며 금호 측에 모든 책임을 돌렸다.

HDC현산은 "재실사 요청에는 일절 응하지 않으면서 무조건 즉각적인 인수만을 강요하며 계약 불이행 책임을 전가하는 행동이 과연 책임 있는 것인가"라면서 "코로나19 이전 계약서대로 계약을 진행할 수 없는 차원의 재무제표 변동이 일어난 것은 '진술 및 보장이 진실돼야 한다'는 계약의 기본적인 조건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인수 무산 이후 계약금 반환 소송에 나서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동걸 회장이 "금호와 산은은 잘못한 것이 없다"면서 "(HDC현산 스스로 잘못을 알기에) 계약금 반환 소송은 제기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지만, HDC현산은 거래 무산 시 계약금 2천500억원을 반드시 되찾아오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볼 수 있다.

산은이 '인수 무산'을 언급하면서 초강수를 뒀음에도 HDC현산이 재실사를 포함한 기존 입장을 고수함에 따라 오는 12일 금호산업은 계약 해제 통보 공문을 보내고 해당 내용을 공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거래가 무산될 경우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 주도의 경영 관리 체제에 편입될 가능성이 크다.

산은은 거래 무산 시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40조원 규모로 조성된 기간산업안정기금을 통해 추가 자금 지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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