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M&A·스케일업 활성화 기대감



(세종=연합인포맥스) 최욱 기자 = 정부가 금산분리원칙을 완화하면서 대기업 지주회사가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을 보유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지만, 재계와 벤처업계에서는 부작용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가 과도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을 방지하고자 마련한 여러 제약 조건이 마련됐으나,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CVC 허용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기업 지주회사의 CVC 보유 허용으로 가장 기대되는 정책효과는 벤처기업 인수·합병(M&A) 활성화가 꼽혔다. 일부에서는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우리나라 스타트업의 스케일업(규모 확대)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 재계·벤처업계 "국회 논의과정서 규제 완화해야"

7일 관계부처와 재계 등에 따르면 현재 CVC 설립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대기업은 LG·SK·롯데·신세계그룹 등이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일반지주회사의 CVC 제한적 보유 추진방안'을 마련하면서 68개 기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7개 대기업이 CVC 도입 의사를 나타냈다고 밝힌 바 있다.

사업 다각화와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대다수 대기업이 벤처투자에 관심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대로 대기업의 CVC 설립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높다.

다만, 재계에서는 이번 대기업 CVC 허용방안에 아쉬운 점이 많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금산분리원칙 완화에 따른 부작용을 막기 위해 안전장치를 걸어둔 것은 어느 정도 이해하지만, CVC에 대한 제약조건이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주장이다.

대기업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과도한 규제조항은 CVC를 지주회사의 완전자회사 형태로 설립하게 한 점, CVC의 부채비율을 200%로 제한한 점, 펀드조성시 외부자금을 40%로 제한한 점 등이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는 "CVC가 제한적으로 허용됨으로 당초 기대했던 정책 효과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며 "향후 국회 논의과정에서 과감한 규제완화를 통해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기업 지주회사의 관계자는 "해외 CVC 사례를 보면 이런 규제조항을 찾아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느낀다"며 "시중유동성을 벤처투자로 끌어들이겠다는 당초 정책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제약조건을 과감하게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벤처업계에서도 규제 완화를 바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기존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와 신기술사업금융업자의 부채비율 규제가 각각 1000%와 900%인 것과 비교하면 CVC는 200%로 너무 빡빡하다"며 "정부가 CVC를 완전자회사로 설립하게 한 것은 구글벤처스 사례를 참고한 것으로 아는데 미국에 완전자회사가 아닌 CVC가 많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미 공청회 등을 통해 이 같은 규제완화 필요성을 수차례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국회 논의 과정에서는 업계 목소리를 더 많이 경청해줬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 "CVC 도입, 한국형 혁신생태계 구축 계기 될 것"

그렇다고 대기업 CVC 허용방안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벤처업계에서 가장 기대하고 있는 정책효과는 M&A 활성화다. 특히 CVC 도입으로 대기업과 벤처기업이 상생하는 혁신 생태계가 만들어질 것이란 기대가 높다.

혁신벤처단체협의회는 지난달 30일 성명을 통해 "애플과 구글 등 글로벌 IT기업들은 활발한 스타트업 투자와 M&A를 통해 지속적으로 신시장을 확대하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투자활동이 미흡했다"며 "대기업과 벤처기업이 상생하는 한국형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방안이 우리나라 스타트업의 최대 과제로 꼽혔던 스케일업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스케일업은 스타트업이 일정 규모를 넘어 매출과 고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고성장기업으로 도약하는 과정을 뜻한다.

유정희 벤처기업협회 혁신벤처정책연구소 부소장은 "우리 벤처기업들이 스케일업 단계에서 미흡한 점이 많았는데, 대기업 CVC 보유방안으로 이런 문제점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도 "벤처기업의 스케일업이 활발해지면 국내 벤처투자의 취약부분인 회수시장 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다"면서 "투자-성장-회수로 이어지는 벤처투자 선순환을 구축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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