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국책은행 지방 이전은 헛발질이다
[데스크 칼럼] 국책은행 지방 이전은 헛발질이다
  • 고유권 기자
  • 승인 2020.08.11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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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122개 공공기관이 이전 대상인 것은 확고하다". 더불어민주당 송갑석 대변인이 지난달 말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한 말이다. 지난 총선에서 공약으로 내세웠던 공공기관 이전 추진 의지에 변함이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다. 실제 민주당 내부에서는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분산 이전하겠다는 의사가 확고하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총선 이후 지방 이전 공공기관을 추가로 지정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터라 이를 거역할 수는 없을 것이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도 총선 선거 유세 과정에서 "총선 이후 공공기관 지방 이전 시즌 2를 추진하겠다"고 확언한 바 있다.

이전 대상 공공기관 중 가장 관심을 받는 곳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중소기업은행 등 3개 국책은행이다. 다른 공공기관과 달리 3개 국책은행은 산은법과 수출입은행법, 중소기업은행법 등에서 본점 소재지를 서울로 명시하고 있다. 이전하려면 법을 개정해야 한다. 하지만 총선에서 180석에 가까운 의석을 확보한 여당이 마음만 먹으면 법을 바꾸는 것은 어렵지 않다. 20대 국회에서 산은의 본점을 부산과 전라북도로 옮기자는 산은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지만 현실화하지는 못했다. 여당의 의지가 강했더라도 '쪽수'의 한계를 극복할 수는 없었던 탓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해당 기관의 임직원들과 노조가 완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결정만 내려지면 여당은 일사천리로 법 개정에 나설 태세다.

사실 금융 공공기관의 이전이 처음은 아니다. 2009년 정부는 부산을 금융중심지로 선정하고서 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 자산관리공사 등을 옮겼다. 부산으로 이전한 금융기관은 총 29개에 달한다. 하지만 여의도와 명동이 아닌 부산을 금융중심지로 생각하고 있는 금융인들이 얼마나 될까. 전 세계 금융중심지 경쟁력을 나타내는 국제금융센터지수(GFCI)를 보면 부산의 성적은 초라하다. 2015년 27위이던 경쟁력 순위는 올해엔 51위까지 추락했다. 본점이 부산으로 내려갔지만, 상당수 금융 공공기관의 핵심 업무는 여전히 서울에서 처리되고 있다. 몸과 마음이 따로 움직이는 비효율이 여전하다는 방증이다. 금융시장의 큰손인 국민연금마저 전주로 본사를 이전한 뒤에도 기금운용위원회 회의를 모두 서울에서 열고 있다.

국책은행의 상징성과 역할은 적지 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국책은행의 역할은 더욱 도드라지고 있다. 사실상 경기침체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기업의 고용을 유지하기 위한 종잣돈인 대규모 유동성을 국책은행이 공급하고 있다. 산은과 수은의 경우 대기업 구조개편과 구조조정을 통해 국가 기간 산업의 안전판 역할도 도맡고 있다. 지방에 가면 그런 역할을 못 하는 것이냐는 반론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금융은 네트워크 집약이 핵심 경쟁력으로 꼽히는 대표적인 산업이다. 뉴욕과 런던, 프랑크프루트, 싱가포르, 홍콩 등이 전 세계 금융시장의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것도 인적·물적 네트워크가 집약된 곳들이기 때문이다. 국책은행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면 공공성을 추구해야 할 정책금융의 핵심 경쟁력과 역할도 분산될 수 있다.

특히 산은과 수은, 기은은 다른 공공기관들과 달리 시장과 경쟁하면서 자금을 조달하고, 이를 밑천 삼아 정책금융을 하는 곳들이다. 산은과 수은은 글로벌 금융회사 중 신용도가 가장 높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산은과 수은에 'AA'의 신용등급을 주고 있다. 미국의 씨티와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의 신용등급은 'BBB+'다. 일본의 미즈호나 SMBC도 'A' 수준에 그친다. 신용등급은 자금 조달의 척도다. 우수한 신용등급을 바탕으로 더 낮은 금리로 조달한 자금을 기업과 금융회사들에 공급할 수 있다. 하지만 민간 금융회사와 투자자, 외국계 금융회사들이 모두 서울에 몰려 있는 상황에서의 물리적 이탈은 자금 조달에 상당히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이는 곧 국민 부담으로 직결된다. 원활한 정책금융의 역할마저도 제한할 수도 있다. 금융은 소통과 교류를 통해서만 시너지가 확대된다. 모아놔도 시원찮을 판에 인위적으로 쪼개 도대체 무슨 실익을 얻겠다는 것인가. 안 보면 멀어진다. 결국 그 피해는 국민이 지게 된다.

(기업금융부장 고유권)

pisces73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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