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 고비를 넘겨야 한다. 미국 국채시장에 불어닥친 매머드급 경기 부양의 후폭풍 가능성이다. 하반기에만 수천조 원 규모의 미 국채가 발행되는데, 정작 미국 시장은 큰 충격이 없을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든든한 뒷배가 돼주고 있기 때문이다. 연준은 언제든 미 국채를 살 준비가 돼 있다.

불똥은 엉뚱한 곳으로 튈 수 있다. 비달러 국가, 특히 신흥국가의 달러 품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 국채를 사려는 투자자들의 달러 자금이 일시에 대거 몰리는 경우다.

미 재무부는 3분기 국채 발행 규모를 기존 6천770억 달러에서 9천470억 달러로 늘렸다. 늘어난 발행액만 2천700억 달러로, 원화로 환산하면 300조원이 넘는 엄청난 규모다. 미 재무부는 차입 만기를 장기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장기물 국채 발행을 더 큰 비중으로 늘릴 계획이라고도 했다. 10월 말까지 7년물은 90억 달러 추가 발행하고, 10년물은 60억 달러를 더 찍는다. 30년물은 40억 달러, 20년물은 50억 달러 추가 발행할 계획이다.

미 국채 금리의 상승 요인이다.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하 정책에 하향 압력을 받던 미 금리가 국채 입찰 시즌과 맞물리며 반등하고 있다. 경기 회복 기대까지 가세하면서 금리 상승 압력을 주고 있지만, 아직 위협적인 수준은 아니다. 오히려 고공행진 중이던 미 국채 값이 내려가는 것이니 수요는 더 몰릴 가능성이 있다. 연준의 지원이 예고된 터라 미 금융시장으로의 달러 쏠림 현상이 재연될 가능성이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금융위기 이후 약 4개월간 미 금융시장에는 5천억 달러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위기 타개를 위한 막대한 규모의 미 국채가 발행됐고 이를 매수하려는 달러 자금이 전 세계에서 몰려든 결과다. 매머드급 양적완화에도 미 국채 금리는 하향 안정됐다. 달러는 초강세였고, 비달러 국가 통화와 금융시장은 상대적으로 피해를 봤다.

당시 우리나라 시장에도 뒤늦게 대혼란기가 찾아왔다. 리먼브러더스 파산 전후로 1,100원대를 오가던 달러-원은 수개월 간 급등세를 지속했다. 2009년 2월과 3월에는 1,500원대를 돌파했다. 국내증시도 금융위기 발발 이후 수개월 간 후폭풍이 지속됐다. 코스피는 2009년 2월까지 1,000선을 밑돌았다.

미 국채는 앞으로도 더 많은 규모로 발행된다. 오는 4분기 발행 금액은 1조2천억 달러 이상으로 3분기보다 크게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물량 폭탄으로 미 국채시장이 먼저 타격을 받는 게 정상이지만, 전 세계 수요가 미 금융시장에 일방으로 쏠리는 트리거가 될 수 있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코로나발 위기에서 다소나마 안정을 찾은 지금이 달러 부족에 대비한 안전판을 충분히 쌓아둘 수 있는 적기일 수 있다. (금융시장부장 한창헌)

c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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