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신윤우 기자 = 해외 부동산에 투자해온 한국 금융기관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손실을 볼 위험에 처했다고 비즈니스인사이더(BI)가 12일(미국시간) 보도했다.

매체는 그간 한국 금융사들이 고수익을 노리고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에 상당한 규모의 자금을 쏟아부었다며 코로나19 확산으로 호텔 투자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했다.

일례로 최근 사모펀드 블랙스톤은 4년 전 미국 호텔 브랜드 클럽 쿼터스로부터 호텔 네 개를 인수하면서 빌린 돈을 갚지 못해 소유권을 잃을 위험에 처했다.

매체는 메리츠금융그룹이 이 호텔에 6천100만달러 규모의 메자닌(중순위) 대출을 했다며 현재 채권 매각을 시도하고 있으나 자산 가치 하락으로 액면가보다 낮은 가격에 팔아야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자칫 휴짓조각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 금융기관의 미국 부동산 투자 관련 업무를 해온 테런스 박은 한국 투자 기관들이 상업용 부동산과 호텔 투자에 있어 가장 적극적인 메자닌 투자자들이라며 큰 손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몇 년 동안 한국 기관들이 뉴욕에서 메자닌으로만 10억달러 이상 투자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메자닌 대출은 선순위 대출보다 상환 우선순위가 뒤처진다는 점에서 위험이 있으나 위험이 큰 만큼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이점이 있는 투자 방식이다.

매체는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을 때 메자닌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험이 크다며 호텔에 집중적으로 투자한 한국 기관들이 손실 위기에 직면했다고 평가했다.

다른 사례로 농협은행과 AIP자산운용, 이지스자산운용, KEB하나은행의 뉴욕 소재 타임스퀘어 에디션 호텔 투자 건 등이 소개됐다.

이들은 이 호텔에 2억9천만달러 규모의 메자닌 대출을 했는데 선순위 대출 기관인 나티시스가 담보권을 실행한다는 입장이어서 원금 손실 위험이 있는 상황으로 전해졌다.

한편 미래에셋금융그룹은 4년 전 하얏트리젠시 와이키키 호텔을 7억5천만달러 넘는 돈을 주고 사들이면서 1억2천500만달러 규모의 메자닌 대출을 활용했고 이후 채권을 기업은행에 매각했다.

하지만 최근 미래에셋이 4억달러 규모의 선순위 담보대출 상환을 중단하면서 미래에셋의 지분과 메자닌 대출에도 적신호가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투자는 플로리다 소재 디플로맷 비치 리조트에 1억달러 규모의 메자닌 대출을 했는데 호텔 측이 최근 코로나19 위기가 지속할 경우 선순위 담보대출 상환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밝힌 것으로 파악됐다.

DLA 파이퍼의 스티븐 카원 파트너는 메자닌 대출이 가장 먼저 손실에 노출된다는 점에서 많은 기관이 안 좋은 베팅을 했다고 본다면서 예상보다 수익률이 낮을 것으로 예상되는 투자 건도 있고 원금도 건지지 못할 투자 사례도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메자닌 투자 기관들이 부진한 호텔 실적을 몇 달 더 견딜 수 있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디폴트를 맞을 수 있다며 6개월 넘게 현재 상황이 이어지면 재앙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CBRE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한국 기관은 미국 상업용 부동산에 14억달러를 투자했다.

매체는 투자 기관들이 기회를 찾아 해외 부동산으로 눈을 돌린 것이라며 직접 투자도 하지만 대출에 대한 검토가 활발하게 이뤄져 왔다고 전했다.

미국 호텔업계가 2023~2024년까지 회복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한국 금융기관이 직면한 위험이 한층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매체는 덧붙였다.

ywsh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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