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롯데그룹이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을 포함한 고위급 임원들에 대한 전격적인 물갈이 인사에 나서기로 한 것은 극심한 실적 부진에 대한 문책성 인사 성격이 짙다는 평가다.

롯데쇼핑과 롯데케미칼 등 그룹의 양대 축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변화와 혁신을 이끌 쇄신 인사를 통해 돌파구를 찾으려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절박함이 묻어난 일종의 '충격요법'이란 해석이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지주는 이날 오후 4시 임시 이사회를 열어 황 부회장 사임을 포함한 지주 및 계열사 임원들에 대한 전격적인 인사를 단행한다.

정기 인사 시즌이 아님에도 긴급 이사회를 열어 임원 인사를 단행하기로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롯데 지주와 계열사 임원들도 전날까지 인사에 대한 소식을 듣지 못한 터라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에 당황해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그룹 전체의 위기 의식이 팽배한 상황에서 언젠가는 있을 것으로 예상됐던 강도 높은 인적 쇄신이 앞당겨졌다고 보는 분위기다.

재계 관계자는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사태로 주력 계열사들이 어닝쇼크를 기록하는 등 올해 내내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면서 "신동빈 회장 입장에선 코로나19 위기 극복과 함께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는 데 현재의 인적 역량이 부족해 보였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올 신년사에서부터 '시장을 리드하는 게임 체인저가 돼야 한다'며 변화와 혁신을 강력하게 요구해 왔다.

지난 5월 일본 출장에서 2달 만에 돌아와 국내 경영 현장에 복귀했을 때에도 "이번 위기만 잘 넘기자는 식의 안이한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면서 변화에 대한 민첩한 대응, 고정관념을 깨는 사고의 전환, 빠른 실행력 등을 주문했다.

지난달 비대면으로 하반기 롯데 사장단 회의(VCM)를 진행하면서도 "내년 말까지 코로나19 정국이 계속될 것"이라며 기존사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등 혁신을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2분기 실적은 처참했다.

롯데쇼핑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14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98.5% 급감하고, 1천99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간신히 적자는 면했지만 창사 이래 처음 받아보는 최악의 성적표였다.

롯데케미칼도 전방산업의 수요 약세에 대산공장 사고까지 겹치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90% 이상 급감했다.

다른 계열사들도 코로나19 영향으로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을 냈다.

하반기 경영 환경이 뚜렷하게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신 회장은 인적 쇄신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유통 부문을 중심으로 22개 계열사의 대표를 교체하는 대폭적인 물갈이 인사를 단행했지만, 이보다 더 큰 충격요법이 필요하다고 보고 그룹 2인자인 황 부회장을 전격 교체하기로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황 부회장 후임으로는 이동우 롯데하이마트 대표가 거론되는데 철저한 성과주의 원칙에 따른 인사를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코로나19 여파에도 롯데하이마트의 성장세를 주도하는 등의 성과를 보여줬다.

일각에서는 이번 인사가 한국과 일본 롯데 경영권을 완전히 장악하며 새로운 전기를 맞은 신 회장의 장악력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도 보고 있다.

신 회장은 지난 3월 일본 롯데홀딩스 회장으로 선임돼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벌여온 경영권 분쟁도 사실상 마무리했다.

재계 관계자는 "한국과 일본 롯데 경영을 모두 책임지게 되면서 그룹 지배구조 개선은 물론 깜짝 인사와 조직 개편을 통해 인적 쇄신에도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면서 "힘을 한곳으로 모으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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