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국민연금공단을 비롯한 주요 대형 연기금은 해외 자산, 특히 해외 주식으로 자금 배분을 늘리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

글로벌 초저금리 환경으로 채권 기대 수익이 급감한 데다 국내 주식은 성장 기대감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코로나19 사태로 국내외 부동산 등 대체투자 부문도 악화하면서 해외 주식이 유망 자산으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국민연금, 해외주식 비중 가장 커진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해외 투자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국민연금이다. 지난해 발표한 중기 자산 배분 계획에 따르면 오는 2024년까지 해외 투자 비중을 50% 이상으로 늘릴 예정이다. 2024년까지 기금 규모가 1천조원까지 확대될 예정인데 이를 고려하면 500조원 이상의 자금이 해외 자산에 투자되는 셈이다.

그중에서도 해외 주식의 비중이 가장 많이 늘어날 것으로 현재 로드맵이 짜였다.

최근 국민연금이 발간한 2019년도 기금운용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경 해외주식의 포트폴리오 내 목표 비중은 30% 내외다. 그 시점 기준으로 국내채권 목표 비중과 같은 수준이다.

올해 말 목표 포트폴리오상 해외주식의 비중은 22.3% 내외, 국내채권은 41.9% 안팎이다. 지금까지 국민연금의 자산운용 포트폴리오에서 국내채권의 비중이 가장 컸다는 점을 고려하면 공단이 해외주식에 얼마나 힘을 싣는지 알 수 있다.

국민연금이 해외주식에 힘을 싣는 것은 국내 주식과 국내외 채권에선 큰 수익을 기대하기 힘든 데다 실제 '쏠쏠한 재미'를 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국민연금은 해외주식의 시간가중수익률이 31.64%에 달했다. 벤치마크인 MSCI AC 세계지수(ex-Korea·환오픈) 대비 0.19%포인트 초과 성과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해외주식이 국민연금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직전년도 말 대비 4.9%포인트 상승해 모든 자산군 중 가장 많이 늘어났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민연금의 해외주식 투자 규모는 166조5천억원이다.

국민연금은 "해외주식 액티브 투자전략을 다변화하고 직접 운용 규모를 확대하는 한편 저변동성 전략과 고배당 전략 등 운용전략을 고도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 해외주식 투자 추이



◇사학·공무원 연금도 '큰 형님'과 발맞춰

통상 '큰 형님' 국민연금의 기금 운용 방침과 보조를 맞추는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도 해외 주식 부문에 힘을 주고 있다.

사학연금의 자금 운용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포트폴리오 내 해외주식 비중이 16.5%를 기록했다. 2015년의 8.3%에서 두 배나 늘어난 수치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이어져 2024년이면 해외주식 비중이 26.3%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채권(25.7%·2024년)을 상회하는 가장 큰 비중이다.

사학연금의 현재 총 금융자산은 18조3천619억원으로 해외주식 규모는 3조300억원이다.

공무원연금도 중장기 계획이 비슷하다. 지난 4월 말 공개한 중장기자산 배분계획을 보면 2025년까지 해외주식 비중을 내년 말 전망치 12.9%에서 16.0%까지 늘릴 예정이다. 사학연금만큼 비중을 비약적으로 늘리지는 않지만, 꾸준히 확대하는 추세다.

두 연기금 모두 해외주식 부문에서 수익률도 상당히 좋다.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 모두 지난해 해외주식 수익률이 각각 30.43%와 31.1%다. 연기금들의 해외주식 내 비중이 가장 큰 미국 증시가 지난해 급등하면서 기염을 토했다.







※사학연금 중장기 자산 배분 운용안

다만 해외주식이 이처럼 '대박'을 친 것은 일시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미국 증시가 연초 대비 30% 가까이 급등했는데 이는 상당히 이례적인 현상이라는 지적이다.

연기금 관계자는 "모든 연기금은 해외주식 내 미국 비중이 절반 이상인 만큼 미국 시장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좌우되는 한계가 있다"며 "작년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연초 대비 크게 뛴 덕이 큰데 그 정도 수익이 계속 이어지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공제회는 대체투자 편애…해외주식 비중은 늘려

자본시장의 또 다른 큰손인 공제회는 연기금과 조금 분위기가 다르다. 해외투자 비중을 대폭 늘리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공제회는 해외주식보다 해외 대체투자에 더 힘을 싣고 있다.

교직원공제회는 해외 대체투자 규모는 2018년 말의 7조3천억원(28%)에서 지난 6월 말 10조 6천억원(32%)까지 증가했다.

행정공제회는 올해 말까지 해외 대체투자 비중을 전체 포트폴리오의 35.9%까지 늘릴 계획이다. 모든 자산군 총액 15조6천억원 중 가장 비중이 크다.

군인공제회도 오는 2024년까지 국내외 금융 대체투자 비중을 올해 28%에서 31.4%까지 늘린다는 생각이다. 부동산 부문까지 다 합치면 대체투자 비중이 2024년엔 75%에 육박한다. 사실상 대체투자 펀드인 셈이다.

연기금과 공제회의 투자 성향이 갈리는 배경엔 기관의 성격이 다른 점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연기금은 가입이 강제적이고 급여 조건과 수준이 법률로 정해져 있는 일종의 사회보험이다. 반면 공제회는 설립 목적에 따라 형태가 다양하지만,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민간보험으로 볼 수 있다. 연기금은 성장기엔 고정적으로 일정액이 수혈되는 만큼 더 공격적으로 위험 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반면 공제회는 언제든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어 더 보수적으로 운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만 주요 공제회도 주식 비중을 줄이는 와중에 해외주식 비중은 늘려나가는 추세다.

교직원공제회는 지난 6월 말 기준 해외주식 비중이 1조8천710억원(5.6%)이다. 2018년 말의 9천260억원(3.5%)에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주식은 전체 포트폴리오의 16.8%에 불과하지만, 그 중에선 국내 비중이 5.3%로 줄고 해외 비중이 늘어났다.

행정공제회도 올해 말까지 해외 주식 비중이 3.4%로 확대되고 군인공제회도 주식 내 해외 비중은 절반 수준까지 늘릴 예정이다.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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