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전소영 임하람 기자 = 금융당국이 내놓은 파생결합증권(ELS·DLS) 규제로 증권사가 환율 하락에도 달러를 보유하며 손실을 감내하고 있다.

당국이 시장 충격에 따른 시스템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해 자체 헤지 관련 외화 조달 비상계획 구축을 주문하는 과정에서 증권사는 환율 하락에도 외화예치금 등 유동자산을 보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해외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 자체 헤지 규모의 20% 이상을 외화 유동자산으로 보유하는 방안을 발표하고 관련 기관의 의견 수렴을 거치고 있다.

올해 말까지는 자체 헤지 규모의 10% 이상을 보유하고 단계적으로 상향해 2022년부터는 20% 이상을 외화 현금, 외화 예금, 외화 크레디트 라인, 통화스와프, 미국 국공채 등 단기간에 현금화가 가능한 외화 자산으로 들고 있어야 한다.

금투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증권사의 파생결합증권 발행 잔액은 약 62조원 수준이다. 이 중 자체 헤지 규모는 27조원 정도로 추정된다. 이를 통해 추정한 외화 유동자산 필요 보유 금액은 약 5조4천억원, 약 45억 달러 수준이다.

증권사 중에서도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가 자체 헤지 비율이 높다.

삼성증권은 발행 잔액의 약 9조6천억 원 중에서 6조~7조원 정도를 자체 헤지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투증권은 6조7천억 원가량 중 약 5조원 정도의 자체 헤지 북을 보유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7조원 정도 중에서 4조원가량을 자체 헤지한다.

자체 헤지 규모가 큰 세 곳의 자체 헤지 잔액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이들은 올해 말까지 1조6천억 원 정도를 외화 유동자산으로 보유해야 한다. 2022년에는 3조원 넘게 외화 유동자산을 들고 있어야 한다.

증권사들은 지난 3월 ELS 마진콜 사태로 달러를 추가로 납입한 후 주가가 다시 오르면서 달러를 회수했다. 하지만 당국의 규제 시행이 초읽기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면서 해당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지 않고 대부분 달러로 보유 중이다(연합인포맥스가 2020년 8월 7일 송고한 '증권사 ELS 마진콜 납입 달러 회수 완료했지만…환전 않는 까닭' 제하 기사 참고).

주가지수가 상승하면서 증권사의 달러 보유가 늘어나기 시작한 5월 대비 현재 달러-원 환율은 61원 하락했다. 5%가량 절상됐다. 환율 하락에 따른 평가손실이 이어지는 셈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ELS 마진콜 자금을 회수한 후 규제 이슈와 불확실성 등으로 달러 보유를 하고 있지만, 환율이 크게 하락하면서 환 손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금투업계는 9월 이후 ELS 조기상환이 대거 나타나면서 ELS 잔고 자체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맞춰 달러 자산 의무 보유액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9월부터 발행했던 ELS가 3월 이후 조기상환이 되지 않았고, 두 번째 조기상환 시점인 9월부터 대거 상환될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3월에 발행된 ELS도 첫 조기상환이 9월로 잡혀있기 때문에 9월 이후 ELS 잔고가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syjeon@yna.co.kr

hrlim@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2시간 더 빠른 09시 09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